와이프의 부탁으로 와이프 아이디로 한번 적어봅니다.
저와 와이프는 결혼한지 2년 정도 된 부부입니다.
결혼하기 전 저희 집은.. 아버지가 제가 초등학생 때 외도로 인해 가출을 하셨고
제가 중학생 때 이혼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 혼자 저와 남동생을 키웠고...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죠.
이런 부분을 연애할 적에 와이프한테 이야기했는데 와이프가 저한테 많이 공감해줬습니다.
와이프는 부모님 없이 시설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문대에 진학하여
대기업에 취직해서 일하는 걸 보면 정말 의지가 강한 사람입니다.
지금도 벌이와 살림 둘다 와이프가 거진 책임지고 있고, 그 점 정말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와이프는 자기가 어렸을 적에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는 그 트라우마로 괴로워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 사정을 이야기했을 때 와이프는 어머니한테 깊이 공감하였고 자식을 버린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 때는 어머니가 아직 살아계셨고, 와이프는 어머니한테 정말 잘했습니다.
어머니가 암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와이프 직장은 서울이고 병원은 부산이었는데
주말마다 어머니를 병문안하고 간병했고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누구보다도 슬퍼했습니다.
문제는 아버지가 어머니가 암으로 입원했을 무렵부터 다시 집에 들락날락하게 된 것입니다.
아버지는 어머니한테 많이 미안해했던 것 같습니다. 병원에도 가끔 오고, 장례식장에도 왔습니다.
와이프는 그 때마다 아버지에 대한 반감을 저에게 표현했습니다. 아버지가.. 실은 다른 살림을 차리고 있었거든요. 그걸 이야기했었는데.. 와이프는 지금에서야 그러면 아버지의 지금 여자는 또 뭐가 되냐고.. 아버지가 항상 여자에게 상처만 주는 거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와이프한테 프로포즈했는데.. 와이프가 자기는 다 필요없고 결혼 후에 아버지 볼 일만 없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러겠다고 했고, 결혼 후에 아버지가 연락 올 때마다 저만 가서 만나고 오고 와이프랑 볼 일 없게 해주었습니다.
문제는 명절 때, 어쩔 수 없이 큰집을 가야했습니다.
첫 명절 때 와이프랑 같이 큰집에 갔을 때 와이프는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았습니다.
와이프는 큰어머니와 고모님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저는 아버지와 큰아버지, 삼촌들과 함께
안방에서 손님들 맞이하고 음식 먹고.. 제사지내고.. 와이프는 순순히 그런 거에 따르는 듯 싶었는데
명절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와이프가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자기와 아버지 볼일 없게 해달라고 했는데, 자기 손으로 음식을 지어 아버지한테 바치는 꼴이 되었다고, 자기를 돌아가신 가여운 어머니처럼 만들었다고 마구 울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항상 보는 것도 아니고 명절 때만 보는거고, 와이프가 와이프를 버린 부모님을 아버지한테 지나치게 투영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매일 보는 것도 아니고 명절에만 보는게 뭐가 어려운지...
그리고 다음 해엔 아예 명절날 큰집에 가고 싶지 않고 하길래 제가 사정사정해서 갔는데
큰어머니한테 음식을 저랑 같이 하겠다고 해서 큰어머니가 좀 나무랐는데 그거를 마음에 담고
집에 와서 또 울었습니다.
제 생각엔 와이프가.. 부모님이 자기를 버렸다는 콤플렉스가 지나치게 커서 아버지한테 그런걸 지나치게 투영하고 자기 혼자 정신병에 걸린 것 같습니다.
집에 와서 이혼 전문 변호사를 찾고.. 큰집 가는 거만 빼면 너무도 완벽한 와이프입니다.
대기업 다니면서 집안 살림도 항상 완벽하게 하는데... 가끔 이럴 때 너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와이프한테 어떻게 말해줘야 그런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는지요?
와이프가 추가하라고 해서 씁니다.
결혼할 적에 결혼 비용 와이프가 거의 다 가져왔고
집과 혼수 와이프가 다 했습니다.
솔직히 제가 작가 지망생이어서 벌이가 없고 와이프가 다 벌고 있습니다.
추가로 더 쓰자면,
제가 와이프를 전혀 배려안한듯이 보여도 와이프를 정말 배려 많이 했습니다.
아버지가 와이프 연락처 달라고 했을 때도 주지 않았고
아버지가 와이프 많이 보고 싶어했을 때도 막아주었습니다.
결혼한 유부남들은 다 알겁니다. 이게 얼마나 힘들고 배려한 것인지
제가 와이프한테 이렇게 배려해준 것처럼 와이프도 저한테 명절날 단 하루
배려해달라고 한 게 그렇게 힘든 부탁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