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2살 여자 대학생입니다.
중학교 졸업 전 까지 저에겐 우르르 몰려다니던 잘 노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유독 저로 인해 친구들이 많이 웃었었어요. 제가 그 땐 친구들 웃기는 걸 좋아해서 주위 사람들 시선 생각 안 하고 막 춤도 추고 장난도 엄청 쳤었거든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친구들은 절 편하게, 안 좋게 말하면 막 대했고 자칫 진지한 사람들에겐 상처받을 수 있는 말 까지 서슴없이 하며 놀았었어요. 왜 있잖아요, 한 명 몰아서 저들끼리 놀리고 서로 웃는..ㅎㅎ 저도 그 땐 그게 그냥 쿨하게 받아들여 졌었기 때문에 괜찮았구요.
그렇게 학교생활 하다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를 입학했는데 같이 놀던 중학교 친구들이 거의 같은 고등학교로 올라왔어요. 그 땐 저도 제 친구들도 하나같이 기가 셌던 터라 고등학교의 주도권도 저희 무리들이 잡았었어요. 시간이 지나니 전 새 고등학교에서 거의 전교생한테 중학교 때 처럼 주목받는 분위기 메이커가 되어있더라구요. 다들 절 좋아했고 저만 보면 웃었어요. 제가 무슨 말만 하면 장난어린 시비투로 웃음거리(?)가 되게 하구요.
근데 그게 중학교 땐 분명히 좋고 재미있었는데 고등학교 때 부터는 어느샌가 썩 기분이 좋지 않더러구요? 맨날 무슨 말만 하면 장난이었지만 "응, 그래 다음~ㅋㅋ", "ㄲㅈㅋㅋㅋ" 하며 넘겨버리니 제가 모르는 친구도 절 막 대하려고 하기 시작했어요. 사춘기가 왔는 지 어쨌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이후로 제가 좀 조용해졌어요. 일부러 나서려 하지도 않고 누굴 웃기려 들지도 않았어요. 입이 근질근질, 몸이 근질근질, 표정이 근질근질하고 오만 드립이 생각났지만 참았어요.
근데 그래도 친구들은 절 똑같이 대했어요. 조용해 지니까 "와 ㅇㅇㅇ조신한 척 쩐다ㅋㅋ","왜 얌전한 척 함?ㅎㅎ" 하면서 계속 시비를 걸었어요. 짜증이 나더라구요. 그리고 점점 위축이 되고 상처가 되어졌어요. 전에는 안 그랬는데 막 친구들이 일부러 공격하는 것 같고 남들에게 우리 이렇게 웃기고 쿨하단 모습을 보여주려고 절 이용하는 걸로 느껴졌어요.
그리고 언제부턴가 내 말을 아무도, 심지어 학교 선생님들까지도 절 웃기고 밝은 친구로 여기고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외롭더라구요. 솔직히 외로움이란 감정 자체를 모르고 자라왔어서 이런 감정을 처음 겪어보게 됐어요.
그 후론 전과는 완전 다른 학교생활을 하기 시작했어요. 친구들이 치는 농담을 제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표정도 막 안 지으니까 하나 둘 씩 멀어지더라구요. 나중엔 와, 인생 헛 살았나, 싶을 정도로 정말 다 떠나갔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 결국 전 친구 하나 없는 거의 은따 수준으로 고등학교 졸업을 하게 되었어요. 그 때의 외로움, 허무함들은 지금도 잊을 수 없네요. 마치 따돌림을 받은 냥 우울증도 와서 학교도 가지 않았고 극단적 선택도 많이 하려 했었어요.
전 그 고등학교 시절 후 부터 장난스럽고 남을 웃기려는 사람에 대해 심한 트라우마가 생기게 된 것 같습니다. 남을 웃기려 누군가를 디스하는 친구들 같은 사람들만 보면 자꾸 무섭고 싫단 생각이 들게 되었어요. 그래서 예능도 보기 불편하고 싫어지게 됐구요.
그러다 요즘에는 웃는 것 자체가 싫은, 아주 이상한 감정이 생겨버렸어요. 내가 사람들 앞에서 웃는 것도 싫고 사람들이 나에게 호감을 갖고 웃는 것도 이상하게 비웃는 것처럼 느껴져 싫은 감정부터 들어요. 그러다보니 사람도 무서워지고 모든 것이 무서워져요. 사람을 사귈 때 가장 기초적인 자세인 웃음을 무서워하니 아무랑도 친해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그 증상이 심해져 대학교마저 휴학을 하고 히키코모리처럼 집에서만 박혀있어요.
이 트라우마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요, 도와주세요... 제가 글재주가 없어 제 상황을 상세히 못 쓴 것 같지만 저랑 비슷한 상황 겪으신 분들 댓글 부탁드립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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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와..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봐 주시고 댓글 달아주실 줄 몰랐네요ㅜ 대부분이 힘이 되는 글들이라 너무 감사해요ㅜㅜ 생각보다 공감하시는 분들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상담을 하고 싶지만 제가 스스로 제 안 좋은 과거를 기억해 내어 상담사에게 말 해야 한다는 게 저한텐 좀 큰 부담이에요ㅜ 여기 익명으로 쓴 글에 여러분들이 댓글 달아 주신 것 만으로 정말 와닿게 감사해요.
어떤 분이 이 시기에 가정사가 안 좋아 진 거 아니냐고 하셨는데 또 깜짝 놀랐네요ㅎ. 제 고등학교 시절에 하필이면 가장 친구같고 저만큼 유쾌하던 아빠가 외국으로 4년간 파견을 나가셨거든요. 그래서 솔직히 지금까지 그 때의 아빠를 너무도 원망하고 있고 아직까지 아빠랑 사이가 풀어지지 않고 있어요. 그것도 제가 힘들어 하는 고민 중 하난데 연관이 있을 수 있겠다, 생각이 드네요.
이 글을 쓴 후 댓글을 보고 지내면서 주위 사람들은 물론 가족에게까지도 맘 편히 웃을 수 없는 이유를 이런 거 저런 거 다 생각 해 보며 원인을 찾아 보고 있어요.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한데 역시 행동으로 고치긴 아직 힘들어요ㅜ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웃고 밝아지려 노력하는 내 모습이 너무 어색해서 못 견디겠지만 진짜 이젠 사람도 만나고 싶고 변하고 싶단 마음으로 해 보려구요.
제가 가진 남을 웃기는 것을 재능이라 하며 썩히지 말라시는 댓글도 여러 개 있던데 감사해요. 근데 지금은 그 감 자체가 없어져서 그게 과연 본 제 성격이었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아니어도 괜찮은거죠?ㅎ
추가글이 길어졌네요. 정말 감사하구요, 저랑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제 글을 읽고 본인만 그런 게 아니라는 위안을 얻고 힘 내셨음 좋겠어요. 감사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