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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혼했다

더러운새끼 |2017.07.28 05:35
조회 67,856 |추천 212
내 나이 서른 아홉.
한 때는 사랑이고 미래라 믿었던 남편새끼랑 이혼했다.
이혼 노래를 부르더니 알고보니 섹파를 만들어서 반 년 가까이 날 기만해왔다.

집 나온지 한 달.
미쳐 못챙긴 짐을 가지러 간 신혼집에는
그 년인지 딴 년인지 모를 년의 찢어진 스타킹과 망사장갑이 침실에 있었다.

그러고 싶어 안달난 건 알았지만
그래서 결국 헤어졌지만

아직 치우지도 않은 결혼 사진 앞에서
딴 년이랑 그러라고 꾸민 집은, 구입 했던 침대는 아니었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내가 뭘 그리 잘 못 한거지?

흔히 최선을 다하면 후회가 없다고들 한다.
정말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최선을 다 했더니 오히려 더 억울하다.

나쁘게 살지 않았다.
나름 착하게 살았다 생각했다.
매사 열심히 후회 없이 살아 왔다곤 못해도
도덕적인 부분에서는 적어도 스스로에게 부끄럽거나
떳떳하지 못하게 살아 오진 않았다 자부했다.

누군가에게 상처준 적 없기에
나 역시 그럴 일 없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어째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벌을 받는 기분이다.
마치 받아야 할 영문도 모른 채 받는 부당한 형벌같다.
나도 모르게 훨씬 잘 못 살아왔던 것인가.

아무리 납득해보려 해도 모르겠다.
이 정도로 벌을 받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주변에 생각보다 흔한 일이란 걸 안다.
하지만 그게 당연시 되는 분위기가 너무 싫다.
적어도 내 인생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가해자로도. 피해자로도.
때문에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글로써 혹은 타인의 경험으로 받아 들일 때와
실제 나에게 벌어진 일들은 체감되는 온도가 많이 다르다.

누군가는 똥 밟았다 생각하라 한다.
누군가는 그냥 억울한 일 당한 거라 한다.
누군가는 이제라도 벗어나서 너무 다행이라 한다.

그런 말들을 위안삼아 애써 담담하려 해보지만
공허할 뿐이다.

그저 시간에 모든 사고와 감정을 봉인한 채
감정적 식물인간으로 지내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그나마 유일한 일이 돼버렸다.

어느 순간에선가 나의 시계는 멈춰 버렸다.

같이 울어준 사람도
나보다 더 분개하며 대신 욕해준 사람도
그저 나의 선택을 응원하며
묵묵히 곁을 지켜준 사람도 있어서인지

아님
나 스스로가 이젠 최소한의 인간적인 기대조차
쓰레기통에 쳐박아 버려서인지

생각보단 견딜만하다.

하지만 결국 오롯이 내가 흘려보내고 극복해야 할
아직은 버거운 나의 시간들이다.

단지 생전 처음 겪어 본 배신감과 억울함에.
그리고 처음 느껴보는 원망과 미움이라는
낯선 감정이 나를 좀먹어 가는
아주 더러운 기분이 드는 건 어찌할 수 없다.

역겹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진정 알 것 같다.
굳이 일부러 내뱉지 않아도
나도 모르게 하루에도 몇 번씩
한숨처럼 절로 새어 나오는 말이라는 걸.

그럴 가치조차 없다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를 이토록 저주할 수도 있구나.

평생 알 필요 없는 감정에 오염 돼 버린 것 같아
그 자체로 억울하고 원망스럽다.

원래 인간은 이기적이라
자기 행복 앞에선 남의 피눈물 따위 안중에도 없다지만
내가 선택한 넌 다른 줄 굳게 믿었다.

하지만 내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너무나 다르지 않았다.

너무나 뻔하고 그저 그런.

그냥 그저 그런 것일 뿐이었다.

내 인생에 당연할 거라 여겼던.
그러나 너로 인해 이제는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 것들. 

가정. 그리고 아이.

그래 다 끝난 건 아니지만
희미해진 가능성을 부여잡는 게 더 가슴 아플 것 같아
차라리 받아들이는 게 편하다.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

신이 있다면

딱 그 만큼만.

너도 적어도 딱 그 만큼은
네 인생에서 소중하고 애타게 원하던 걸
잃게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흘린 눈물의 반 만큼 이라도
너 역시 흘렸음 좋겠다.

이게 내 진심이다.

이런 감정을 알게 해줘서 고맙다.
인생을 독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추천수212
반대수4
베플heavy|2017.07.28 17:08
누가 너에게 해를 끼치거든 당장 앙갚음을 하려 애쓰지 말고, 그저 강가에 앉아 기다려라. 그러면 머지않아 그 사람의 시체가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베플ㅇㅇ|2017.07.28 10:35
그자식은 그러고 살다가 등에 칼맞거나 성병걸려 골골 거릴겁니다. 그버릇은 개 못주거든요. 침뱉고 돌아서서 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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