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판을 즐겨보는 대한민국 평범한 아줌마랍니다. 판에서 이런저런 사연들을 읽다보니 생각나는 일이 있어서요. 제 얘기한번 읽어보실래요. 반말체로 쓸라니까 이해해 주세요
결혼하고 처음 맞는 추석이였다. 장손에 효심 지극한 남편을 따라 추석 전날 만삭의 배를 이끌고 시댁으로 향했다.
시조부모님, 시어른, 시누, 시동생 6명이 같이 살고 시작은아버님 내외 8분, 시사촌 6명 이렇게 22명이 명절을 지낼려고 시골집에 모였는데 일도 많고 말도 많고~
다행히 우리 내외는 2달정도 같이 살다가 천운으로 집을 구해서 분가한 상태. 집이 차로 10분거리지만 워낙 가풍이 엄한 집구석이라 명절 전날 집에서 자고 오는건 꿈도 꾸지 못할 일(지금은 이 어려운 일을 해냈지 말입니다. 담에 기회되면 올리는 걸로~)
우찌우찌 추석날 아침이되고, 차례 지냈는데 이 가풍 엄한 집구석에서 추석날 벌초를 간다고 하네~
여기도 시골인데 차로 4시간 가서 산을 3개 넘어서 벌초하고 하룻밤을 텐트치고 먹고 놀고 자고 다음날 오는 1박2일 코스란다... 이런 무슨 조상님이 화전민이였나 보다. ㅋ
만삭인 나? 다행히 열외시켜 주면서 하는 말이 할부지 할머니 식사 챙겨드리고 집이나 보고 있으란다. 엄청 생색내면서...
그럼 내 남편은? 같이 있으면 안되냐고 하니 운전해야 된다고 가야된단다. 운전은 무슨 지랄 염병할... 시 삼촌들 다 자기차 가지고 가는데 운전못하고 차 없는 자기 부모 기 죽을까봐 모시고 간다는 거지. 사촌들도 안가고 어르신들만 남편까지 11명이 차 5대를 타고 떠났다.
☆☆이(시누)가 같이 있을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 내가 이때 이인간을 버렸어야 했어!!!)
같이 있는다는 시누는 차가 떠나고 정확히 5분후 '언니 혼자 있을수 있지? 있는 밥 차리는건데 뭐 힘들다고..' 이러고 남친과 사라졌다. 시동생은 언제 나갔는지 기억도 없네~
지금 생각하면 택시 불러서 집으로 가던지 친정 전화해서 아버지를 오시라 해서 친정으로 갈수도 있었는데
그때는 좀 멍청했는지라... 그냥 시키는데로 시조부모님 끼니 챙기고 집에 있었다.
시골집이라 본채 사랑채 따로 있었고 턱도 높고 주방에서 상차려서 들고 사랑으로 날라야 하는 구조였다. 신기하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방 밖으로 내다 보지도 않고 시간되면 밥 차려라~ 내가라~~ 이러고만 계심. 배는 나오고 팔은 짧고 발은 안 보이고 이러면서 밤이 되었는데...
이 정도 힘든건 고생도 아님... 최대 난관은 화장실~
시골집 화장실... 못갈것도 없지만 밤이되니 집안도 무서운데 화장실을 우찌가누.. 그냥 끙끙 참으면서 잠도 못자고 그렇게 있으니 새벽 3시쯤 누가 집으로 쓱 들어오는거라!! 이 와중에 도둑까지!! 라고 했는데 내 남편이네...
걱정되서 왔다며 얼굴이 왜 이리 누렇게 떴냐고 그러네...
인간아 임산부가 하루종일 화장실 못가면 이래 된다고 험한꼴 보기 싫음 5분안에 집에 델다 달라 했지~
그 길로 집으로~~ 어른 밥이고 물이고 나는 모르겠고 그냥 누워 버렸다는~
그때 내 뱃속에서 같이 힘들어했던 애가 이 집구석 장손이 됬네~ 아들아 걱정마라 니는 이 엄마가 지킬것이니.
장손 그까이꺼 개나 줘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