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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는 정답이 없다

ㅇㅇ |2017.08.07 22:14
조회 644 |추천 0










새해 소망으로 ‘다이어트’를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작은 얼굴, 잘록한 허리, 길고 가는 다리의 소유자가 되길 바랍니다. 지금 시대가 날씬한 몸을 곧 ‘아름다운 몸’으로 부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뚱뚱한 여성이 미인으로 인정받는 시대도 있었습니다. 고대에는 지금과는 달리 엉덩이, 배, 가슴에 살이 많아야 아름답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다산과 풍요가 사회적 요구였습니다. 기계가 없던 당시 사람은 곧 노동력이었는데 아이가 많다는 건 그만큼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살이 많은 여성은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는, 즉 노동력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스 시대에도 이런 건강미가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런 미의 기준은 로마제국 시대에 와서 달라집니다. 로마제국에서는 진하고 야한 화장에 일자 눈썹, 하얀 치아에 날씬하고 털이 없는 몸을 소유한 여성들이 미인으로 사랑을 받았습니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여성은 소금 없는 빵과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장이 인기가 있었습니다.
당시에 인공적인 치장을 하는 게 인기가 있었던 건 이런 치장이 ‘돈과 지위의 상징’이었기 때문입니다. 넓은 식민지를 거느리며 사치와 허영을 부리던 로마 귀족들은 노예의 도움을 받아가며 3~4시간 이상 화장을 했습니다. 진한 화장은 귀족들이 자신들이 부를 축적했다는 걸 드러내는 증거였습니다.
종교의 힘이 막강했던 중세에는 작은 가슴과 순결을 상징하는 하얀 피부의 여성들이 미인이었습니다. 큰 가슴은 여성의 성적 매력을 상징합니다. 그런 이유로 가슴이 큰 여성일수록 남성에게 인기가 많을 것이고 정숙하지 못할 거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정숙과 순결을 높은 가치로 평가하던 중세시대에 그린 그림을 보면 상대적으로 여성의 가슴은 부각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역사적·사회적 환경에 따라 미인의 기준이 달라지는 걸 보면 절대적인 아름다움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개인이 가진 미의 기준 역시 그가 속한 사회환경 속에서 형성된 것이고, 개인의 주관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뜻에서 철학자 볼테르는 “두꺼비에게 미모를 물었다 하자. 귀밑까지 찢어진 긴 입 하며 툭 튀어나온 두 눈, 뒤뚱거리는 배를 가리킬 것이다”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민족의 독특한 미인의 기준은 우리 통념과 크게 다릅니다. 아프리카 무르시족은 입술을 찢고 그 속에 나무를 둥글게 만들어 넣어 입술을 주걱처럼 튀어나오게 합니다. 그들에게는 입술이 많이 나올수록 미인입니다. 미얀마의 카렌족은 목에 링을 여러 개 끼워 링이 커감에 따라 링의 수를 늘리면서 목을 사슴처럼 길게 만듭니다. 그들에게는 목이 길수록 미인이라는 가치기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에선 풍만한 사람이 미인
로마선 진한 화장, 일자 눈썹 유행
중세엔 작은 가슴, 하얀 피부 선호
2차대전 이후엔 섹스어필형 주목
요즘엔 날씬한 몸매가 부의 상징
시대별 사회 분위기와 요구 담겨
역사적으로 달라진 미의 기준은 특정 시대 사회 분위기나 사회적 요구를 읽어낼 수 있는 실마리가 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는 큰 가슴, 두드러진 허리와 엉덩이, 굴곡 있고 풍만한 이른바 ‘섹스어필(sex-appeal: 성적인 매력이 있는)형’ 몸매가 주목을 받습니다. 이 시기에 이런 몸매가 공공연한 사랑을 받게 된 데는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이 큽니다.
이 시기에는 그동안 음지의 영역에 있던 성(性)이 공개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합니다. 미국에서는 앨프리드 킨제이와 워델 포머로이가 인간의 성적 행동을 다루는 <남성의 성적 행동>(1948)과 <여성의 성적 행동>(1953) 등 <킨제이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여성의 성적 행동>이 나오던 1953년 성인용 잡지를 표방한 <플레이보이>가 창간됩니다. 사람들이 성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드러내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른바 ‘성적 매력이 있다’는 말로 상징되는 큰 가슴, 두드러진 허리와 엉덩이 등을 소유한 여성의 이미지가 주목을 받습니다.
그 중심인물이 바로 1953년 <플레이보이> 창간호 표지 모델이자 배우였던 마릴린 먼로입니다. 마릴린 먼로는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며 20세기 ‘섹스심벌’이 됩니다. 그런데 마릴린 먼로로 상징되는 아름다움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대에 걸맞은 하나의 상품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가 입은 옷, 스타일, 바르는 화장품 등은 대중의 욕망을 자극하는 상품이 됩니다. “내가 밤에 입는 유일한 것은 샤넬 넘버 파이브(No.5)뿐이에요.” 마릴린 먼로가 자신이 모델로 활동하는 향수 브랜드를 이렇게 소개하면서 이 향수는 아름답고 섹시한 여성을 상징하는 기호가 되기도 했습니다.
개성을 강조하는 사회라고 하지만 요즘 사람들 대다수가 “예쁘다”고 입을 모으는 미의 기준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날씬한 몸매를 선호합니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사회에서는 날씬함이 곧 ‘부’를 상징하는 코드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공중보건 저널>에는 1990년대 중반부터 비만과 소득 수준의 관계에 관한 연구논문이 꾸준히 실립니다. 이 논문들에 따르면 선진국은 소득 수준과 비만율이 반비례하고 개발도상국은 비례합니다. 어느 사회든 경제 수준이 낮을 땐 뱃살이 부의 상징이 되지만 사정이 나아지면 말라깽이 몸매가 상류층을 상징하는 코드가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와 같은 자본주의사회에서 경제적 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은 빠른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칼로리는 높고 건강에는 좋지 않은 정크푸드를 먹는 일이 많습니다. 자기 관리를 할 시간도 부족합니다.
반면 돈과 시간이 충분한 사람들은 대다수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기준에 맞춰 몸만들기에 시간과 돈을 투자합니다. 경제가 발달하지 않은 사회에서 뚱뚱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부자이고, 미인 또는 미남으로 인정받기 쉽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서 몸이 뚱뚱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못난 사람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교과서 펼쳐보기 | 아름다움의 가치와 상대성
인류의 유산으로 전해 오는 예술 작품이나 장엄한 자연환경을 보았을 때, 우리는 그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그러나 미적 가치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움의 대상이나 기준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중학교 도덕 2>, 미래엔, 251쪽)
책으로 확장하기 | 움베르토 에코의 <미의 역사>
철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쓴 <미의 역사>는 ‘미’라는 관념이 고대의 각종 입상에서부터 기계 시대의 미학에 이르는 동안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살펴봅니다. 고대의 회화, 조각, 건축을 비롯해 근현대의 영화, 사진, 뉴미디어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가져오면서 그 속에 반영된 미에 대한 시각과 사고의 변천을 들여다보는 책입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책의 서문에서 “아름다움이란 절대 완전하고 변경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는 원리에서 출발한다”고 적었습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 각 사회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성을 띠고 있다는 뜻입니다. 에코가 말하는 아름다움의 범주는 단순히 남자, 여자, 풍경 등 물리적인 아름다움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하느님, 성인, 사상 등의 아름다움과 관련되어 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사람들 저마다 갖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관, 세계관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논제로 정리하기 | 아름다움과 타자의 시선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시대마다 다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특정 시대나 사회가 원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에 맞춰 자신의 외모를 꾸밉니다. 한양대 2007년 수시 논술에서는 제시문 (나)에 나온 중심 개념을 이용해 (가)의 1과 2에 내포된 의미를 분석한 뒤 1과 2에 나타난 사회현상 가운데 하나를 골라보라는 등의 논제가 나왔습니다.
제시문 (가)의 그림 1은 마이클 잭슨이 흑인임에도 불구하고 백인보다 더 하얗게 변화한 모습을, 그림 2는 한국 여대생들이 마른 체형을 선호하는 현상과 그에 따른 획일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시문 (나)는 타인의 시선에 대한 개개인의 반응, 독일의 원형감옥(패놉티콘·panopticon)에 대한 설명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 논제는 마이클 잭슨과 여대생들이 백인처럼 피부가 하얗고, 날씬해야 아름답고 우월하다는 생각을 불러온 근본적인 원인이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타자의 시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원문보기:
http://m.hani.co.kr/arti/society/schooling/619563.html#cb#csidxe1bbb6f3acc940b80d20454889a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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