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느덧 30대를 바라보는 결혼한 여자입니다.
개인 신상은 간단하게 작성하겠습니다.
연애+결혼생활 9년차/홀 시어머니/친정엄마,새아빠,친아빠 가족관계 입니다.
제가 생활해왔던 환경은 .. 알려드려야 더 현명한 답을 받을 수 있을거같아 조금 자세히
적겠습니다. 길이 조금 길어질 수도 있을것 같네요..
아마 2살무렵 일 즈음 친엄마와 친아빠는 이혼하셨습니다.
이유는 아빠의 무능력함과 바람끼, 도박 때문이었죠.
아빠가 할머니와 같이 사셨기에 아빠가 저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제가 어렸지만 엄마도 창창한 20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엄마의 선택에 대해
반감을 가졌거나 질책을 하지 않았어요. 엄마 스스로를 위한 삶도 중요하니까요.
어릴 땐 저를 버렸다 생각했지만 크니까 엄마가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깨달았다고 해야
맞을 것 같네요.
아빠는 허세/설레발/허영심이 굉장히 심한 편이라 말로는 이것저것 다 해줄게, 다 사줄게
그러니까 먹고싶은거 사고싶은거 생각해놔 라고는 했지만 정작.... 그 약속을 지킨것은
단 한번도 없었네요. 그렇다고 아빠와 추억이 없는건 아니었습니다. 유아시절부터 초등시절까진
아빠와 노래방 가서 동요나 트로트같은것도 부르고 아빠 흰머리 뽑아주면서 500원씩
용돈도 받아보기도하고 가~~끔 깡소주가아닌 안주있는 술한잔 하실 때 아빠
안주 뺏어먹으면서 아웅다웅했던 추억들이 어렴풋이 남아있습니다. 풍요롭고 다복하고
마냥 좋았던 시절은 아니었지만 없는 생활에서도 정말 소소하게 저에겐 행복이라
느꼈던 추억인거죠..
그리고 그게 다입니다. 금전적으로 생긴 문제들은 늘 아빠를 따라 다녔고 집으로 누군가
찾아오는 상황들까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고학년 까진 아빠와 친할머니랑 같이 살았으나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아빠는 집으로 들어오는 일이 한달에 한두번.. 있을까말까해서
저는 친구집을 전전했습니다. (아직도 친하게 지내는 정말 고마운 친구) 친구 어머님께서
제 사정을 알고 계시다보니 자기 딸 처럼 저를 잘 챙겨주셨습니다. 이 무렵 아빠랑은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친엄마가 제 소식을 어떻게 아시곤 중학교1학년 다닐무렵부터
새아빠와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근데 그마저도 잠시였고 중학교3년때 외가댁으로
내려가서 지내다가 제가 너무 불편해서 자취를 하게 되었고 졸업후 바로 취업 하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결혼하기 전에 친아빠를 만나야 하는게 도리인 것 같아서 고모에게 연락드렸고
어찌하다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렇게 연락이 되고 친아빠이니까 인사도 드릴 겸
남편이랑 만나뵈었는데 지방에 있는 산에서 본인은 도인이라 칭하며 산속 생활을 하시는
상황이었어요. 남편에겐 그런 아빠의 모습이 너무 창피했지만 당시 남편은 괜찮다며
장인어른이 속세에 찌들고 상처받은 것들이 많아 그러실 것이라 이해했었죠.
그 후로도 2~3번정도 왕래 했었는데.. 친아빠와 연락한것 자체가 문제였을까요?..
지금 남편과 굉장히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친엄마와 새아빠랑도 너무너무 잘 지내고
시어머니와도 크고작은 트러블 없이 너희 행복하면 그걸로 됐다. 하시는 분이셔서
결시친에 올라오는 시집/친정 상황과 비교 했을 땐 비교적 행복한 삶이라 생각합니다.
결혼하고 나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조금씩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는데
건강보험료가 몇백만원이 밀려있으시고 사채를 쓰셨었고 보험하나 가입된게 없으시고
돈 있으면 족족 술마시고 담배피는곳에 계획없이 쓰시고 그렇다고 직업이 있으신것도 아니고
친엄마와도 사고쳐서 결혼하셨는데 바람이 한두번이 아니었었고..... 등등..
말 그대로.. 저에게는 좋은 추억이 있는 아빠였지만 그뿐이었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한량이었던거죠.........
저희는 양가 부모님 도움 없이 저희가 모은 돈 2천으로 시작했습니다.
힘든 생활을 뻔히 알면서도 아빠는 중고차를 사달라 에어컨을 사달라,
제주도 갈일있으니 티켓을 끊어달라, 책을사야하니 5만원만 붙여달라 등등..
요구사항은 있으셨지만 벽걸이 에어컨만 사드리고 다른 요구사항은 여의치 않아
1년에 두번 보너스 받는 넉넉한 달에만 5~10만원 정도 붙여 드렸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연락을 피하게 되었고 추석/명절/생일날만 연락을 드리다가도
그마저도 뜸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년정도가 흐른 오늘.. 글을 적게되는 일이
생겨 적게되었습니다.. 본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ㅠㅠ (사담이 길어진것같아 죄송해요)
저희가 자영업을 한지 1년정도 밖에 되진 않았지만 어찌하다보니 잘 되서
둘이 직장생활 했던 월급.. 합친 금액보다 약 두배정도 수입이 됩니다.
(단, 친아빠와 친가 어른들께는 자영업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오늘 시어머님 생신이신데 시간이 안될것 같아 저번주에 맛있는것 사드리고 용돈도
챙겨드렸는데 오늘도 전화해서 뭐하시는지 안부 여쭙고 친구만나고 계신다기에
맛있는거 사드시라구 제가 용돈을 또 보내드렸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친아빠 생신이 8월 초였습니다.. 이미 지나버린거죠..
아빠에겐 생일 잘 보내란 메시지 한번 보내지도 않았을뿐더러 용돈도 보내지 않았는데
방금 어머님에게 했던 제 행동을 생각하다보니 감정이 복잡해지고......
남편에게 아빠생일이 지났네.. 라고 넌지시 얘기하는 찰나에 눈물이 왈칵..
펑펑울었습니다. 남편도 제가 왜 우는지 알겠다는 듯이 가만히 안아서 달래줬구요..
시어머니께는 이렇게 해드리고 싶어서 해드렸는데 친아빠는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용돈을 보내드리면 분명 계획없이 쓰실거고 또 3년간은 연락도 뜸하고, 용돈도 안보내던
제가...이제는 여유로워서 보내는거라 생각하실것이 분명했기에..
남편도 같은 생각이었구요.. 근데 남편도 마음이 안좋았는지 용돈 보내드리라 하기에
문자하나 보내고 보내드렸습니다.. 15만원이요..
어머님 두번 드린 용돈에 비하면 1/3도 안되는 돈이지만..
근데 여기서 드는 생각이.. 앞으로 아빠는 더 나이가 들거고 여기저기 아프신데가 있으실거고
돈들어갈일이 한두군데가 아닐텐데... 이렇게 또 연락을하고 용돈을 보내기 시작하면
돌아가시기 전까지 저를 금전적으로 도움 받고자 이용하지 않으실까 ..
분명 머리로는.. 아주 어릴 때의 소소한 추억일 뿐이었고 아빠노릇을 제대로 한건 아니니
멀어진 현재처럼 유지를 하거나 아니면 연을 아예 끊는 생각도 하고 있는데..
마음으로는 쉽게 정리가 되질 않습니다. 너무 가슴이 아파요..
예전보다 여유롭게 산다는 생각을 가져서 그런걸까요??
모진 소리이긴 하지만.. 저희 남편도 친엄마도 같은 말을합니다.
핏줄이기 때문에 끌리는건 어쩔 수 없지만 제가 아빠와 연락을 계속 하게된다면
금전적으로 도와드려야 할 일이 많이 생길거다. 이제 겨우 사람답게 살수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있는데 그 환경을 갉아먹는 사람은 친아빠일거라구요..
정말.. 머리론 이해가 가는데.. 아빠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프고 내가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아빠를 끊어내고 잘 살 수 있을지, 천하의 나쁜딸은 아닌지... ㅠㅠㅠ 정말
너무나 많은 생각만 들고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겠습니다..
인생 선배님들.. 다른 좋은.. 조언있으시다면 꼭 조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