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판 항상 보기만 했지 글 쓰는 건 처음이네요
아직 미혼이지만 결혼 관련 얘기니
방탈 아닐 거라 생각하고 쓰겠습니다 조언 부탁드려요ㅠㅠ
글이 좀 길어질 것 같습니다.
일단 저는 곧있으면 서른인 여의사입니다.
의전 출신인지라 졸업한지는 얼마 안 됐구요.
졸업도 했겠다 재작년부터 만나던 5살 차이의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 심하네요.
저도 부모님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ㅜㅜ
객관적으로 보면... 남자친구도 너 같은 애가 날 왜? 라고 입에 달고 살만큼 제 쪽이 낫긴해요.
나이도 그렇고 집안도 남친 네는 그냥저냥 평범한 공무원인데 반해 저희는 감사하게도 아버지 병원이 잘 되어 꽤 풍족한 편입니다.
물론 그 병원 저에게 물려주실 계획이시라, 제 벌이도 괜찮을 예정이고요...
부모님은 두분 다 의사셔서 절 의전 보낸 이후부터는
의사 남편 의사 남편 입에 달고 사셨어요.
부모님 친구분들 자녀를 봐도 거의 다 의대이고,
그 배우자 역시 의사인 경우가 많긴 하더라고요.
당신들 삶에 만족하며 사시는 분들이니,
자식들도 의사라는 테두리 안에서 그런 삶을 살았으면 하시겠죠. 이해합니다. 저도 한때는 그런 삶을 꿈꿨고요.
그런데 저는 입학한 순간부터 그 생각 접었습니다.
의대 특유의 강한 군기와 그 안에서 변해가는 사람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의사라는 자부심 아래 다른 사람들을
은근히 하대하거나 자존심을 부리는 모습들을 봤어요.
학부 다닐 때 워낙 자유로운 분위기의 교풍이었다 보니
그 모습과 더 확연히 비교가 되면서 의대생 자체에 환멸이 나더라고요.
제가 외모가 뛰어난 건 아니지만,
그냥저냥 봐줄만은 해서 입학하고 대시가 꽤 들어왔어요.
그중에는 선자리 비슷하게 부모님 친구 아들분들도 계셨고,
몇 번 만나도 봤지만 제가 느낀 의대생들에 대한 쎄함을
그대로 갖고 계시거나, 아니면 되게 좋으신 분들이지만
저한테 이성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입학하고 꽤 오래 연애를 쉬었어요.
그러다가 재작년에 갔던 한 행사에서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습니다.
보자마자 첫 느낌이 되게 좋아서 너무 신기했어요.
나이도 많아보이고 외모도 제 스타일도 아닌데 얘기가 너무 잘 통하더라고요.
그런 적이 없는데 제가 번호를 물어보고 연락을 하게 됐습니다.
분야가 너무 좁아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남자친구는 프리랜서였고 한달에 2-300 정도의 수입이 있습니다.
저는 솔직히 그것도 대단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쪽이 성공하기 얼마나 힘든데, 처음에 직업만 듣고는
수입은 없다시피 하겠거니 했거든요.
그래도 저는 상관없었습니다.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처음이었고 돈이야 제가 벌면 되니까요.
만나면서도 너무 좋았고 한 번도 크게 싸운 적이 없습니다.
그 전 남자친구들과는 매일같이 다투던 제가
자존심도 안 부리게 되고 너무 좋더라고요.
남친 성격이 둥글기도 하고, 잘 맞기도 하고
한 번씩 깊은 얘기 할 때도
여러 고생 많이 해 본 사람이라 그런지
제가 나이불문 다른 남자들에게선 불가능할거라 생각했던 생각들을 합니다.
늘 제가 배우고, 존경하게 돼요.
다만 만나면서 남자친구가 한 번씩
나는 나이도 많고 직업도 불안정한데 너도 이제 결혼 적령기고 다른 사람 만나는 게 좋지 않겠냐,
이런 얘길 해서 제가 화낸 적은 있습니다.
저는 오빠가 좋은데 왜이렇게 자신감이 없나 해서요.
결혼도 제가 하고 싶어요, 오빠는 아직도 자기가 나를 만나기엔 미안하다고 합니다.
쨌든 그래서 결혼을 강행하고 싶은데
부모님의 반대가 진짜 너무 심하네요.ㅜㅜㅜㅜㅠㅠㅠ
처음에 교제 사실 알렸을 때부터도 부모님께서 펄쩍 뛰시긴 했어요.
그치만 결혼한다고 하니 정말 차원이 다릅니다....
일단 모든 경제적 지원 끊고 병원 물려주시지도 않을 거고
결혼식 참석 안하시고 그 이후로도 얼굴 볼 생각 마라시네요..ㅠㅠㅠㅠㅠ
천박한(실제 사용하신 단어입니다) 놈이랑은 상종하기도 싫다며 연 끊으라고 하세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 친구 아들분중 하나가
저를 꽤 오래 좋아해 왔는데 ㅠㅠㅠㅠ
메이저 의대 졸업하고 아마 월 사오천씩 버시는 걸로 알아요.
그 분과 저를 이어주기로 이미 부모님들끼리 말을 맞추셨다네요;
그 분 만나봤지만, 정말 착한 분이신 건 알겠는데
너무 착해서 답답하고 이성적인 끌림이 너무 없었어요
외모가 나쁘면 외모 탓이라도 하지 외모도 괜찮으셨는데도요
그리고 저는 지금 제 남자친구가 너무 너무 좋습니다....ㅜㅜ
부모님은 자꾸 제가 아직 어려서 뭘 모른다고 하시네요
그렇게 결혼하면 후회한다고, 남자는 능력이라고요.
그치만 세상에 많은 남자 의사들은
어리고 예쁘면 적당히 벌거나 아예 벌지 않는 여자들과
잘만 결혼하잖아요. (물론 부부의사를 제일 선호하는 거 잘 알지만, 그래도)
저는 제가 앞으로 못 벌 것도 아니고
생계 걱정할 일은 아예 없는데 왜 금전적인 이유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포기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데에는
제가 고를 수 있는 남자의 폭이 더 넓어지겠다 싶어서 그런 것도 있거든요. 경제적인 면을 안 봐도 되니까.
또 부모님이 저를 그 남자랑 만나게끔 시키는 것도
부모님 인맥들 사이에서 저를 시집 잘 보냈다,
뭐 이렇게 자랑하고싶으신 맘도 있는 것 같아요.
(저 좋아하시는 그 분이 능력 되고 어른들께 잘해서
부모님 아시는 분들 사이에서 최고 사윗감으로 꼽히나봐요;;)
부모님과 얘기 나눌 때마다
저는 한 집안의 가장이 될 능력이 없고,
여자는 그저 남자한테 기대 살아가는 게
최고 행복한 팔자라고들 하시는데 자존심 상해요.
꼭 저를 의사가 아닌 의사 사모 만드려고
의전 보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제 주변에 잘 버는 남자와 결혼한 친구들
정말 많은데, 물론 돈 잘 쓰고 행복해 보이긴 해도
제가 원하는 행복은 또 다르잖아요.
지금 마음으로는, 정말로 부모님 병원 포기하고
그냥 지금 남자친구랑 결혼해 버리고 싶어요ㅠㅠ
부모님 뿐만 아니라 제 친구들도 다 말립니다
제가 너무 밑지는 결혼이라고,
너 좋다면 어쩔 순 없는데 그래도 진짜 다시 생각해보라네요
결혼해보신 분들, 정말 이 결혼 후회할까요?
여자가 능력이 있는데도 남자 능력이
정말 그렇게 중요한지 묻고 싶습니다ㅜ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조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