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가 문제란다. "맘카페에 찍히면 망해요" 동네 식당ㆍ카페 주인 속앓이라는 기사에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맘카페 갑질 극혐'이라는 짧은 글이 수만명의 공감을 받았고, 맘카페는 사이비종교집단과 같다거나 우리 사회에서 청산해야 할 적폐세력이란다. 사회악인 여초카페라며 존재 자체를 죄악시하고 맘카페를 이용하는 엄마들은 할 일없이 온라인에 모여 남 뒷담화나 하면서 시간낭비하는 한심한 '맘충들'로 욕먹는다. 지역 맘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당황스럽다.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맘카페에서의 평가는 파급이 커서 매출에 영향을 준다는 것. 글이 허위사실일지라도 해명이나 반박을 못하고 폐업 위기에 처한다는 것. 맘카페 회원들이 이러한 영향력을 이용해서 부당한 요구를 한다는 것. 법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싶지만 소송비용이 부담스러워 쉽지 않다는 것. 기사에 따르면 엄마들은 엄청난 파워를 갖고 지역 상권을 뒤흔들면서 갑질하는 무서운 존재다. 우리 사회에서 엄마들이 정말 그렇게 대단한 존재였나?
'유아용 의자와 메뉴가 없어 문제 삼았더니 '죄송하다'는 말은커녕 없는 게 당연하단 듯 말하더라. 직원이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어차피 음식 맛이 없으니 가지 말라'
기사에 언급된 맘카페의 문제적 글이다.
이 글이 왜 맘카페에 쓰여졌을까?
아이들 싫으니 엄마들 오지 말라고, 안오는 게 더 이익이라고 <노키즈존> 확대하는 문화가 생겨서 외식 한 번 하는 것도 엄청 눈치본지 오래다. 차별과 배척의 문화는 엄마들의 활동을 제약했고, 가고 싶다고 아무 곳이나 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외식을 원하는 엄마들은 어느 식당에 가면 눈총 받는지, 어느 식당에 가면 존중받는지 상세한 정보가 필요하다. 본인이 먹고 싶은 메뉴보다 그 곳이 아이와 엄마들을 얼마나 배려해주는지가 더 중요하다. 마당이 있어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다거나, 놀이방이 넓고 깨끗해서 안심된다거나,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아이들 용 수저, 포크, 접시를 갖다 준다거나, 주인이 아이들을 너무 예뻐한다거나.. <키즈존>을 컨셉으로 아이들을 환대하는 곳을 찾는다. 직접 경험을 통해 알기도 하지만, 맘카페에서 정보를 얻기도 한다.
가게에 유아용 의자와 아이를 위한 메뉴가 없다는 것은 그곳이 아이들을 반기지 않는 곳임을 알려주는 아주 유용한 정보다. 식당입장에서는 아이들이 반갑지 않겠지만 엄마들 입장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없는 식당이 반갑지 않은건 마찬가지다. 불편하고 난감하다. 이런 식당은 <노키즈존> 선언이나 다름없다.
반기지도 않는 곳에 가서 눈치보며 내 돈쓰고 기분 상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아이를 원치 않는 식당에는 안 가주는 것이 예의지 않겠나! 엄마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알아서 기꺼이 피해주겠다는데 그게 왜 욕을 먹어야 하나!그게 왜!
소비자가 자신의 선호에 따라 공급자를 평가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맘카페 혹평으로 매출이 줄었다는 A씨는 "불안한 마음에 매일 커뮤니티에 들어가 습관처럼 가게 이름을 검색해보는 것 말고는 마땅한 대응책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단다.
가게가 망하는 이유는 많다. 위치가 안 좋거나, 맛이 없거나, 경기침체의 영향이거나, 주고객층 파악을 잘못했거나, 불친절하거나, 복합적이다. 엄마들이 안가서 망할 만큼 엄마들이 중요한 고객층이였다면 엄마들이 좋아할만한 메뉴를 개발하거나 유아의자를 사다 놓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무한경쟁시대에 전략 없이 맘카페 탓만 하고 있다면 망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아이들을 배려하긴 싫지만 엄마들 돈은 벌고 싶다는 자세로 무슨 장사를 한다는 건가? 엄마들은 호구가 아니다. 엄마들 돈을 쓰게 하고 싶으면 엄마와 아이들을 존중하는 자세부터 갖춰야한다. 엄마들이 자선사업가도 아닌데 왜 아이들을 배척하는 식당의 매출까지 걱정해줘야 하나!
기자님께 묻고 싶다. 맘카페 때문에 망했다는 그 가게들은 정말로 엄마들 때문에 망한건가? 너무 편파적으로 업주들의 이야기만을 확대 해석한 거 아닌가?
유아의자를 갖다 놓지도 않고 엄마들 지갑이 열리길 바라는 안일한 사업전략이 문제였던 것은 아닌가?
맘카페에 찍혀서 망할 가게라면 안 찍혀도 망할 곳이라고 생각한다.
꼴보기 싫다고 아이와 외식하지 말라고 집에서 밥해 먹으라고 욕할 때는 언제고 하다하다 이제는 자영업자들 망하는 것까지 엄마들 잘못이라니 엄마된 게 죄인인 사회다.
마녀사냥은 맘카페만의 문제인가?
사실 전달을 넘어서는 허위, 과장, 왜곡은 잘못된 행동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런 식의 저급한 온라인 문화는 맘카페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수의 커뮤니티에서 죄없이 마녀사냥되는 사례는 많다. 인터넷시대, 익명성 뒤에서 타인을 공격하는 행위는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
맘카페에 찍힌 가게는 매출이 줄지만, 일베에 찍힌 여성은 죽을 수도 있다.
페미니즘 티셔츠를 입었다고 공격당하며 직장을 잃게 된 여성도 있었고, 페미니즘을 교육한다는 이유로 신상 정보가 모조리 폭로되어 공포심을 갖게 된 선생님도 계시다. 입에 담기 힘든 온갖 욕설과 인신공격으로 성적 수치심을 갖게 하거나 극단적으로는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까지.. 온라인은 편리한 인터넷의 장점만큼 해결해야 할 단점이 많은 곳이다.
허위사실유포죄,명예훼손죄에 관하여 법적인 처벌을 더욱 강하게 한다거나, 부정적인 온라인 문화 개선을 위해 다른 어떤 연구를 한다거나, 바른 문화 정착을 위해 사회구성원들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반성하며 풀어가야 할 문제지 엄마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식당이나 카페 평가는 맘카페만 하나? 공영방송에서도 뭐가 이상하네 해서 망하게 하는 가게 많고, 맘카페 아니라 취미생활카페에서도 가게정보가 공유된다. 개인 SNS에서도 어디 맛없더라, 불친절하더라. 말한다. 입 달린 사람이면 어디서나 자신의 경험을 평가하며 산다. 그건 당연히 객관적이기 힘든정보인거다. 누군가는 너무 맛있다는 집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걸 왜 먹나.. 싶기도 하고..그렇다고 해서 맛 없다는 사람이 과장, 허위를 퍼트린 사람인건가?
도가 지나친건 문제가 되지만 이건 엄마들 입을 막으려는 심보로밖에 안보인다. 엄마들은 가게가 형편없어도 그게 어디든 먹게만 해주면 감지덕지 하며 불평불만없이 먹으라는 소리인가!
감히 엄마들 주제에..유아의자 없다고 불평하기는.. 감희 엄마들 주제에..메뉴타령하기는.. 들어오게 해준것만도 고마운줄 알아야지!!
맘충, 노키즈존이라는 말로 활동영역을 좁히며 집안에만 있으라고 숨통을 조이더니, 이제 그것도 모자라서 엄마들의 온라인 활동 공간마저도 검열하게 한다. 소수 카페의 몇 가지 사례를 가지고 전체 맘카페를 비이성적인 광기집단으로 만드는 능력이 대단하다. 표적이 된 엄마들은 맘충과 개념맘을 나누던 자세로, 우리 카페는 좋은 카페, 어디맘 카페는 심하다더라 맘충카페와 개념카페를 나눈다. 답답하고 억울하다.
"맘카페 회원들이 이러한 영향력을 이용해서 부당한 요구를 하며 갑질하는 사람들" 있을 수도 있다. 근데 도대체 수만명의 회원 중에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느냔 말이다. 진상은 어디에나 있다.
상인들의 입장에서 몇몇 단편적 경험을 빌려 그들의 목소리만 일방적으로 강조하며 맘카페를 문제 삼는 이 과장된 기사야말로 언론의 파급력을 이용한 마녀사냥이다. 갑질 중의 갑질이고, 엄마들에 대한, 맘카페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맘카페는 무개념 맘충들의 집합소가 아니다.
사람이 수만명씩 모여있는 곳이니 착한 사람도 있고, 상식 밖의 사람도 있는 것뿐이다. 어느 집단이든 사람이 많이 모이면 다양한 경우가 있는 거 아닌가! 맘카페는 플리마켓을 열기도 하고, 제휴업체로 홍보해주기도 하며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기여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을 돕기도 하고, 어려운 아이들 후원, 자원봉사활동, 세월호 집회,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한 서명 운동 등 좋은 일도 많이 한다. 맘카페를 통해 독서토론 동아리와 인연을 맺기도 하고, 같은 연령의 아이를 둔 엄마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친구가 되기도 한다.
맘카페에서 시간낭비 할 시간에 애들을 위해 공부나 하라는 댓글을 보았다. 맘카페에는 다양한 육아정보가 넘치고, 육아용품 나눔이나 중고거래가 활발하다. 이번 주말 아이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우리 지역의 행사 소식은 뭐가 있는지, 최근 지역 뉴스나 육아관련 뉴스는 뭐가 있는지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잊을만 하면 만만한 엄마들을 싸잡아 욕하는 짓 좀 그만 하자.
엄마들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데 엄마인 나는 왜 그 영향력을 전혀 못 느끼고 사는지 모르겠다. 제발 좀 사회 구성원으로서 영향력 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엄마들이 하는 말에 귀 좀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영향력 막강한 엄마들의 목소리를 왜이리 무시하나! 대단한 영향력은 바라지도 않을테니 최소한의 존중만이라도 구걸하고 싶다.
<맘충>, <노키즈존> 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남발하는 사회에서 어떻게든 즐겁게 살아보려고 애쓰고 있는데, 이제 <맘카페>까지 저격하며 엄마들의 입을 막는다. 정말이지.. 내가 이러려고 엄마가 되었나 자괴감이 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