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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부엌에 있으면 X추가 떨어져?

젠더타파 |2018.01.28 19:31
조회 1,788 |추천 10
안녕하세요.
결혼한지 이제 열달 되어가는 32살 남자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설을 앞두고 와이프랑 다툼이 좀 있어 조언 좀 구하고자 처음 글 올려봅니다.

결혼 전부터 자취를 오랜기간 해왔고 '혼자 먹더라도 건강하고 맛있게 먹자'는 모토 아래 십년 이상 이것저것 요리를 해오다 보니 와이프보다도 음식 솜씨가 좀 있는 편입니다. 결혼해서도 저녁은 가급적 제가 차리는 편이고 와이프는 뒷정리를 주로 맡아서 하고 있고요.
어렸을 때 부터 명절이면 집에서 항상 명절음식 만드는 것도 거들어왔고요.

문제의 발단은 지난 추석이었습니다. 원래 해오던 것이라 당연히 만들고 싶은 음식들 장도 미리 봐 부모님댁에 가서 만들 준비를 하려는데 어머니께서 며늘애가 도와주면 충분하니 저보고는 나가 있으라 하시더군요. 여태껏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새로운 모습을 본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종류의 차별은 없어져야한다'는 생각을 살면서 가장 많이 하는 편입니다. 한 때 인권운동가가 될까 생각도 해봤을 정도로요.
아무튼, 어머니의 새로운 모습에 오히려 반발심이 들었다고 해야할까? 원래 와이프랑 같이 하려고 하던 걸 와이프는 주방에 못들어오게 하고 저 혼자 하겠다고 했습니다. 와이프 마음이 당연히 불편하리라고는 생각했지만 저만의 폴리시?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에 알면서도 그렇게 했네요.

결혼하기 전부터 아직도 명절에는 남자 집에 먼저 가고 요리는 모두 여자의 몫인 대한민국의 현실을 나부터라도 꼭 바꾸리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미국에서 공부 하던 당시 미국인 친구 집에 추수감사절 식사 초대를 받아 몇 번 가본 적이 있는데 칠면조는 항상 남자의 듀티더라고요. 디저트도 아이들이 직접 레시피보며 만들기도 하고...

아무튼 지난 추석에 껄끄러운 상태로 부모님집을 나와 처가에 가서도 여자가 시댁에서 일하듯 사위로서 장모님 좀 거들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식사상 준비도 도와드리고 과일도 내오고 하는데 전 좋아하실 줄 알았던 장인어른 장모님이 오히려 무척 불편해하시더라고요. 특히 장모님이 남자가 이런거 안해도 된다고... 여자의 적은 여자라더니 본인도 여자이면서 딸 시집보낸 어머니로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런 사람들 때문에 아직도 한국이 이꼴이라는 생각에 순간 욱해 장모님께 요즘 시대가 어느땐데 그런말씀을 하시냐고. 웃으면서 말씀드리긴 했는데 좀 기분나쁜 티가 나긴 했을겁니다..

많은 일이 있었는데 자세히 하나하나 적긴 글이 너무 길어질 듯 하고요...
요는, 와이프가 이번 설에는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고 하는겁니다. 제 생각은 잘 알지만 제가 그렇게 하면 본인이 힘들다면서요.
하지만 저는 우리 이전세대의 가부장적인 남자처럼 명절을 보내는 제 자신을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는 아예 처가부터 먼저 가자고도 얘기 중인데 와이프가 극구 반대네요. 어떻게 하면 우리 어른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와이프가 불편하든 부모님께 욕을 먹든 그냥 제가 생각하는대로 밀고나가면 되는걸까요? 이번에도 그러면 부모님과 사이가 많이 틀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밀고 나가야하는 건가요? 그러다보면 결국 이해하실까요?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모르겠네요..
추천수10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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