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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한 번 했는데 연애가 무서움

ㅇㅇ |2018.03.07 19:11
조회 277 |추천 0
워낙 태생부터 철벽이라 누구 사귀어 본 건 딱 한 번이고 4개월 정도? 밖에 안 사귀었는데 나는 그게 엄청 힘들었음. 내가 그 애를 8개월 조금 넘게 좋아했었고 새 학년이 시작되고 반이 갈리고 슬슬 포기하던 쯤에 걔 친구를 통해서 걔가 날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고 그 애도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됨. 그걸 알게 된 날부터 사귀기 시작한 날까지 뭔가 설레고 긴장되고 참 좋았는데 문제는 서로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니까 다음 절차는 사귀는 거라는게 뭔가 당연시되서 그거에 너무 급급해졌음 그리고 정말 내 주위 친구들이 싸그리 커플이라서 소외감도 느끼고 괜히 외로워져서 마음이 식어가던 차에 급하고 엉성하게 다시 불붙힌 느낌?? 뭐 그랬음 그래서 우리는 같은 친구그룹에 있어서 친구이기는 했지만 잘 모르는 상태로 갑작스럽게 사귀게 됨. 나는 내가 정말로 어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귀면서 그 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음ㅋㅋㅋㅋ 우리 둘 다 뭘 어떻게 해야되는지도 몰랐고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도 몰랐음. 같이 있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고 학교 밖에서 메신저든 문자든 별로 하는 법도 없었고 사귀는 게 사귀는 것 같지 않다보니 나는 속으로 점점 다른 커플이랑 비교하기 시작함. 내 주변에는 1,2년 된 커플도 있었고 우리보다 한 2개월? 먼저 사귀기 시작한 커플도 있었는데 다들 너무 알콩달콩 예쁘게 사귀는 것 같았음. 연락도 오래 자주하고, 데이트도 자주하고, 서로한테 살갑고, 표현도 하고 근데 나는 그렇게 살갑지도 않고, 애교를 부리는 성격도 아니고, 해외 유학 중인데 가족들한테 그닥 연락도 잘 안 할 정도로 좀 무뚝뚝한 사람이고 그 애도 정말 얌전한 편이었음. 내가 생각하는 보통 연애와 내가 하는 연애의 괴리가 너무 크니까 사람이 조급해지기 시작함. 우리도 저것도 해야될 것 같고 이것도 해야할 것 같은데 왜 안 하고 있을까. 혹시 나의 문제일까, 내가 이러하지 않아서 그런걸까 저러해서 그런걸까. 날 깎아내리는 지경까지에 이름. 그런 생각이 든 날부터 난 맨날 이상하게 긴장에 떨면서 살고 울면서 잠들었음. 원래도 자존감이 굉장히 낮은 사람인데 이때부턴 바닥을 치기 시작함. 내가 이런 사람이었다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내가 그 애의 기대에 못 미치는 사람이면 어떡하지, 그 애도 이런 생각을 할까하면서 혼자서 힘들었음. 웃긴 건 그 애가 내가 이런 생각을 할 만한 행동이나 말을 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나만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끙끙 앓았던 거ㅋㅋ 예전에는 그 애 보면 그저 좋기만 했는데 이런 생각이 연관되니까 머리만 아프기 시작했음. 그 애 얼굴 보기도 부담스러워지고 점점 나에게 보기도 생각하기도 힘든 사람이 됨. 그 때 집에 안 좋은 일까지 겹쳐서 스트레스도 배가 되고 그 애도 내가 뭔가 이상한 걸 눈치챘을 거라고 생각함. 내가 한 번 피한 적도 있고. 이런 게 지속되면 나도 너무 힘들고 그 애한테도 상처주겠다 싶어서 한 달을 고민하고 그 애한테 그만하자고 얘기함. 무슨 핑계를 대는 게 덜 상처받을까 하다가 꽤 솔직하게 다 털어놓음. 내가 너한테 이렇고 저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해서 스트레스 받고 힘들다. 그냥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함. 그 애도 자기도 친구로 지내는 게 낫고 편할 것 같다면서 얘기를 빨리 끝냄. 표정이 크게 드러나는 애가 아니었는데 무척 상처받은 게 보였음. 더 큰 문제는 다음이었는데 내가 친구로 지내자고 얘기했으면 아무렇지 않게 그 애를 대했으면 좋았을 걸 슬슬 피해다니기 시작함. 반 학기 가량을 그렇게 피해다니다 보니 우린 사귀기 전보다 어색한 사이가 되었음. 다음 학년 올라가고 정말 편하고 좋은 친구로 다시 친해지긴 했음. 난 너무 나만 편하자고 그 애를 차고 피해다닌 거 같아서 죽도록 미안했음. 그리고 이 미안함이 뭔가 이제 두려움으로 변했달까. 다음 연애에도 내가 또 지레 겁 먹고 끙끙 앓다가 또 다른 사람을 상처주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나는 그게 너무 무서워서 누굴 좋아하는 감정 이런 걸 싹 봉인해놓은 지경이 되었음ㅋㅋㅋ누굴 좋아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받은 고백이나 관심도 칼같이 쳐냈음. 혹시 내가 맘이 생기면 안 되니까. 이런 상태가 지속된 지는 좀 됐음. 근데 1년에 한 번씩 짝사랑 상대 갈아치우던(ㅋㅋㅋ) 애가 이렇게 사려니 좀 이상하긴 함. 아직 무섭기는 하지만 한 편으로는 내가 내 자신이 못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나를 좋아해주고 편하게 해줄 사람이 뿅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함. 물론 내가 좀 오픈이 되야 그런 사람도 오는 거겠지만. 누가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읽어줬다면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제일 친한 친구한테만 한 얘기인데 익명으로 털어놓으려니 술술 나오네ㅎㅎ 나랑 비슷한 상황의 사람이 있다면 꼭 나아지기를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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