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입니다.
저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 한명과 언니 한명이 있습니다. 저는 늦둥이구요. 오빠는 최근에 결혼을 했고 (언니는 2년 전에 했어요), 새 언니는 현재 임신 5개월 입니다.
어제 사촌오빠가 이사한 기념으로 집들이를 해서 오빠 부부, 저희 가족, 친척 몇분이 사촌오빠의 집에 모였습니다. 사촌오빠의 아내분이 (새언니라 하면 헷갈릴까봐) 땀을 뻘뻘 흘리면서 혼자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고, 도와주는 사람은 저와 제 새언니밖에 없었습니다. 남자들과 이모들, 엄마가 한 일이라곤 상을 피고 다 먹은 음식 접시를 갖다 놓는 것뿐? 모두가 하하호호 이야기를 하고 있을때도 임신 5개월인 새언니와 사촌오빠아내, 저는 부엌에서 일을 하고 따끈따끈한 음식을 해다 바쳤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나이도 어리고, 도와준다 해도 음식을 잘 할 줄 몰라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어요.이모들이나 엄마가 너는 좀 앉아서 얘기 좀 들으라고 해서 계속 부엌에 있지도 못했구요.
문제는 임신한 새언니입니다.
결혼전에 임신을 해서 급하게 결혼한 경우라 아직 저희 집안과 조금 서먹하고, 어른들의 새언니에 대한 인식이 그리 긍정적이지도 않아요. 그런 사실을 새언니 자신도 너무 잘 알고있다보니 배가 부르고 몸이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궂은 일까지도 도맡아 했습니다.
저희 엄마나 이모들이 몸 불편하니 앉아있어도 돼, 했지만 새언니가 설거지도 하고 뒷정리도 하고 열심히 돕더라고요.
솔직히 앉아있어도 돼, 라는게 진짜 그래도 된다는게 아니잖아요.
식구들 마음에 들려면 설거지를 하고 노동을 해야 마음을 얻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한거잖아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쁘고 새언니한테 미안해서 집에 가는길에 엄마한테 한마디 했습니다.
왜 새언니가 설거지를 하냐고, 새언니도 손님이고 게다가 임신까지 했는데 왜 그런걸 보고만 있냐고 그건 성차별이라고 얘기했더니엄마는 그건 성차별이 아니라 새언니가 하고 싶어서 한거라고 하더라고요. 새언니가 잘 할 수 있는걸 함으로써 예쁨받고 마음 얻을 일을 스스로 한거고, 오히려 그 자리에서 성차별은 안된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있는게 새언니 스스로도 더 불편하지 않았겠냐 하더라고요.
(여기서부턴 대화형식)
나"아니 그게 어떻게 성차별이 아닐 수가 있어? 새언니가 아니라 형부가 그 집에 갔어도 설거지를 하고 음식을 했을까?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은 하지 않아도 될일을 한거고 노동을 해야만 마음을 얻을수 있다는 인식자체가 잘못된거야."
엄마"사위는 손님이라 할 수 있지만 며느리는 우리 집안의 식구잖아. 식구로서 조금 더 친해지고 가까워 지기 위해 도움을 준거라고는 생각 할 수 없는거니?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안 할수는 없잖아. 오히려 그게 새언니를 본인을 더 불편하게 만들걸? 사람이 살다보면 그렇게 작은것까지 하나 하나 재면서 살수는 없는거야. 인지상정이라는 말은 왜 있겠니."
나"그건 명백한 성차별이야. 하나하나 재면서 살수 없다고? 작은 것부터 바뀌어 나가야 이 사회가 바뀔수 있는거야. 그렇게 바귀어 나가서 흑인도 여성도 참정권을 가질수 있게 된거고, ..."
(중간 생략) (여성 혐오 얘기까지 나옴)
나"그럼 여성이 직장내 성희롱의 대상이 되고, 성적상품화가 되고, 같은 스팩으로 같은 시간을 일해고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몰래카메라와 밤거리의 공포를 느껴야 하는것도 여성혐오가 아니야?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불이익이고 그 인식을 바꿔야한다고 생각안해?"
엄마"여성과 남성의 다름부터 인정을 해봐. 여자는 아이를 낳고, 남성보다 감성이 풍부하고, 아이를 돌보는 것과 같은 집안일에 아무래도 남성보다 더 능숙한 방면에, 남자는 힘이 더 세고, 수학적인 머리를 더 잘 쓰기도 하고, 여성에 비해선 감성에 더 무디기도 해. 이런 기본적으로 다르게 태어난 두 성이 애초에 똑!같!은! 삶을 사는 것 부터가 불가능한것 아니니?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이 안해도 되는 일을 도맡아 해야 할때가 있고, 그 반대일때도 있는거야. 역할이 조금 다른게 왜 문제가 되는거니. 그리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더 만연한 이유는 남자는 그런 본능에 더 충실하게 태어났기 때문이야. 물론 그런짓을 하는건 잘못된거지. 근데 그 비율이 더 높은것 어쩔수 없는 근본의 문제야."
...할말이 없습니다. 너무 황당해서 대화하는걸 포기했어요.
이 이야기 외에도 많습니다.제가 흑인의 인권이야기를 비유하자 인종차별과 성차별은 너무도 다르지 않냐고 하고그저 동등한 인권을 원하는게 불편한 소리냐고 하니 집안일의 도움을 주는게 왜 인권까지 들먹일 문제냐고 하고...제가 쉬지 않고 말하니까 그 상황에서 인권을 들먹이면서 돕지 않는게 오히려 더 정도 없고 마음도 없는 거라고 하고...
저는 엄마가 저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대화가 잘 통하고 생각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이번에 와장창 깨졌습니다.
오히려 불만많은 청소년이라서 그런 생각 할 수 있다고 우쭈쭈같은 무시만 받았습니다. 30대가 되고 40대가 되어도 그런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네요.
엄마도 여성인데 그런 생각이 뿌리박혀 있는게 너무 화가 납니다.
여성과 남성이 어떤 성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동등한 인권을 누릴수 있을까요?굳게 믿어왔던 신념을 무시당하고 억압받은 느낌입니다.
너무 답답하네요. 제가 정말 틀린걸까요.
여성인 저의 엄마까지 저런 생각을 하시는데 제가 사회에 나가서 과연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고 누리며 살 수 있을까요?
많은 분들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