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시는 대통령님의 행보가 달라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한 의문의 사내를 만나고 난 이후부터다.
그는 편지 한통으로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평소 권력욕이 있었던 대통령은 그의 말을 신봉하기 시작했다. 그가 청와대에 들어오는 날은 일체의 접견이 금지되었고 둘 만의 환담이 오고갔다. 나는 오래전부터 대통령님을 모시고 국회의원 시절부터 대선 후보, 당선인을 거쳐 지금까지 옆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대통령은 나도 모르는 더 높은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점차 대통령 곁에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존에 있던 훌륭한 보좌관들은 하나 둘 교체되거나 자진해서 사퇴했다. 그리고 결국 나도 오늘로써 마지막 일정을 수행하고 나면 하차하게 되었다. 명분이야 건강으로 인한 자진사퇴였지만 명확히 말하자면 해임이었다.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아직 3년. 권력욕은 있었지만 도가 지나치진 않았기 때문에 그저 ‘자리’가 주는 힘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대통령은 내가 알던 그 분이 아니었다. 탐욕은 권력을 삼키고 절제를 뱉어버렸으며 불신과 아집으로 탄생하고 말았다.
나는 오늘의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대통령 집무실에 인사를 드리러 들렸다. 하지만 집무실에 계시다던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몇 개의 서류만 덩그라니 남아있었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머물렀다.
<영원한 권력, 중간보고서 및 차후 계획서>
평상시였다면 부재중임을 알고 바로 집무실을 나왔겠지만 그간 가진 의심이 내 발길을 잡았다. 나는 손을 뻗어 서류를 펼쳤다. 첫 장의 단어부터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독재의 첫 걸음’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다음 장을 넘겼다. 지난 2년간 암암리에 진행했던 계획들이 적혀져 있었다. ‘통제 – 언론, 집회, 여가시간, 민주인사’ 등 사회의 요소를 모두 망라하는 거대하고 세심한 계획이었다. 나는 정신을 놓고 서류를 훑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집무실 앞 복도에서 사람 목소리들이 울리며 가까워지고 있었다.
‘대통령님이 돌아오셨구나!’
나는 얼음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차갑게 정신이 돌아왔다.
‘냉정하자.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답이 있을 거야. 문은 두 개지만 둘 다 복도를 향해 나있어서 어디로 나가도 마주치게 되어 있어. 집무실은 2층. 창문으로 뛰어내릴 수도 없고, 뛴다고 해도 소리가 나지 않을 수 없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왼쪽 구석에는 외투를 넣어두는 옷장으로 사용하다 이제 사용하지 않는 큰 장롱이 들어왔다.
‘오직 저 곳 뿐이야.’
내가 고민하는 사이, 이미 인기척은 문 앞에서 들려왔다. 나는 서둘러 옷장으로 몸을 숨겼고 그와 동시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허허, 일이 아주 잘 되고 있군요?”
“그렇습니다. 절반정도 넘어왔습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탄탄대로구요. 그동안의 일들이 스노우 볼처럼 굴러가며 스스로 돕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그대의 지략은 참으로 하늘에서 내린 것 같소. 특히 이번 일을 보며 다시 한 번 감탄했다오. 나는 단순히 TV와 신문을 통한 언론 통제 정도를 생각했는데, 인터넷을 주무를 생각을 하다니 말이오. 사실 2년 전 그대가 인터넷 실명제를 가명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조언을 그 당시는 이해하지 못했다오. 그런데 그 작은 날개가 이렇게 태풍을 일으키다니.”
나는 옷장에 숨어 그들의 말을 훔쳐 들었다. 한명은 대통령이고, 한명은 그 의문의 사내였다. 그러다 문득 생각나는 바가 있어 폰으로 음성 녹음을 켰다. 철푸덕하고 둘이 쇼파에 앉는 듯한 소리가 났다. 대통령이 쇼파에 앉을 때 늘 그 소리가 났다.
“과찬이십니다. 다만 예전처럼 단순한 언론 통제만으로는 독재의 꿈을 이루기 어려우니 수를 조금 더 쓴 것 뿐 입니다. 중국이야 자본주의 바퀴를 단 공산주의니 SNS나 유투브 등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를 그럴 수 없으니 이럴 방법 밖에 없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해주시오. 나는 사실 그대의 계획 중 이해 못한 것이 많았소.”
그 사내는 대통령의 청에 목을 가다듬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인터넷은 데스크가 총괄로 있는 기존의 언론과 달리 노자의 팔괘도처럼 무궁무진하게 변화하니 그것을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변화의 묘는 참과 거짓의 혼합에 있는 것이지요. 인터넷은 무수한 정보가 있으니 참과 거짓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적절히 거짓을 뿌리면 그것은 스스로 확대 재생산 되는 기능도 있지요. 이제 목 아프게 외칠 필요가 없습니다. 인터넷에 몇 개의 사진과 몇 문장의 선동구만 있으면 사람들은 그것을 퍼나르지요. 해명도 할 필요 없습니다. 그것은 이미 대중들의 기억에 사라져 있을 테니까요.”
“하긴, 그대의 지략 덕분에 대선 후보 시절 손쉽게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었소. 상대방의 컴퓨터 자료 등을 그대가 해킹해서 빼오지 않았다면 상대방의 과오를 물어뜯는 네거티브 전에서 절대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오. 심지어 몇몇 후보는 인터넷에 뿌린 자료로 인해 자멸까지 했으니 말이오.”
“그렇습니다. 인터넷 시대에서는 ‘정보’를 가공하는 것이 힘이자 권력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을 병행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오?”
“아까 말씀드렸던 인터넷 실명제를 가명제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아아... 그게 있었지. 그건 왜 필요한 것이오?”
“실명제는 인터넷에서 하나의 사람으로 존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홍길동이 홍길동으로만 있었지요. 하지만 가명제는 홍길동이 임꺽정으로든, 이순신으로든, 이완용으로든, 수 천, 수만 명으로 분화 될 수 있는 방식이지요.”
“그게 무슨 말이요? 가명은 그냥 닉네임처럼 쓰는 것 아니오?”
“하하. 물론 원래 뜻은 그렇지요. 하지만 저희는 그것을 이용했습니다. 한 사람이 100명의 아이디를 만들어 버리고, 그런 사람이 100명이 있다면? 우리는 1만 명의 여론을 가지게 됩니다. 고작 100명이 1만 명의 여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거기에 인공지능 컴퓨터가 수십만 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우리는 인터넷 여론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아니 일반 민중들도 생각이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여론에 휩쓸리겠소? 게다가 그건 인터넷에 국한된 것 아니오?”
“대통령님. 민중들은 뭉친 듯 하지만 개별적이고, 우리는 따로 인 척하지만 하나로 뭉친 집단입니다. 그리고 현대인들은 인터넷 여론이 실제 여론이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현실이 인터넷 여론의 영향을 받습니다. 게다가 현실에서는 이런 대화를 나누지 않을 뿐더러, 주변의 몇 사람만 만나니 일반화된 오류를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고작 수십 명이 몇 만 명의 여론을 만들어낸다니 이론은 그럴 듯 하지만 그 효과는 사실 믿기 어렵소.”
“대통령님. 혹시 ‘소수의 과다 대표성’을 알고 있으신지요?”
“소수의 과다 대표성이라니? 그게 무엇이오?”
“과거 민주주의가 발전할 시점에 ‘공리주의’가 있었습니다. 한 번쯤은 들어본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이론 말입니다. 이 이론을 토대로 현대사회는 대의 민주주의로 발전해왔지요. 뭐, 쉽게 말하자면 ‘다수결’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은 다릅니다. 침묵하는 다수가 있고, 소리치는 소수가 있다면 소수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지요. 인터넷 게시판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내가 한창 집중하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중,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나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굳어버렸고, 밖에까지 꼬르륵 소리가 들렸는지 그들의 대화도 멈췄다. 잠시의 침묵이었지만 억만 겁의 시간이 흘러간 것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그들이 접근하는 소리는 없었다.
“식사 때가 되었나봅니다. 제 배에서 소리를 내는군요.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대통령님”
“아니오. 한창 대화에 집중했더니 식사 때가 온 지도 몰랐소. 이 대화만 마무리하고 저녁 먹으러 가도록 합시다. 내가 오늘 크게 한턱 쏘겠소. 내가 가는 요정에 월향이라는 계집이 있는데 참으로 매혹적이라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그럼 하던 말만 마무리하겠습니다. 방송국 인터넷 게시판에 보면 비판하는 글들이 아주 많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방송이고 시청율도 높은데 말입니다. 그런데 칭찬하는 글보다는 비판, 비난글이 대부분이지요. 왜 이렇겠습니까? 재밌게 보는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이 없습니다. ‘잘봤다’ 라는 말을 굳이 와서 평하지 않는 편이니까요. 하지만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와서 비판 글을 올립니다. 그런 비판 글들만 쌓여가다 보면 우연히 들어온 사람들은 여론이 안 좋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지요. 그 방송을 제작하는 사람들도 이게 여론이라고 생각하고 주춤하게 되지요.
이런 것은 비단 하나의 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커뮤니티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옛 속담에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던 호랑이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몇 만 명을 같은 말을 하기 시작한다면? 뻔한 결과 아니겠습니까? 대중들의 수는 분명히 많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짖어대는 우리들의 가짜 아이디들은 현실과 별개로 새로운 여론을 만들어낼 수 있지요. 결국에는 침묵하는 다수가 그저 떠드는 소수의 여론을 따라오게 되는 역 공리주의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는 쉬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게다가 인간들은 긍정적인 결과보다는 부정적인 결과만을 더 기억하는 편입니다. 같은 영화 평가에 있어서도 ‘좋았다는 100명의 평가보다 재미없다는 20명의 평가가 더 기억에 남는 법’이지요. 게다가 여기에 선점효과까지 가미하게 되면 더욱 효용이 커집니다.”
“선점효과는 무엇이오?”
“인간은 처음 들었던 말이 뇌리에 깊이 각인 된다는 효과입니다. 쉽게 말해 선입견이지요. 그러니 우리가 쉬지 않고 떠드는 말들이 젊은 층에 각인되면 그 효과는 미래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되지요. 우리가 만든 극보수 사이트도 이런 효과를 위해 만든 것이지요. 요즘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접속하는 사이트가 우리 사이트니 말입니다.”
의문의 사나이는 다시 목소리를 낮췄다.
“그리고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했던 결과까지 최근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그게 무엇이오?”
“민중 갈라치기! 분열이지요.”
“갈라치기?”
“그렇습니다. 어떤 일화에 그런게 있습니다. 어느 회사 사장이 전기세 절감을 위해 ‘임원들만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 는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회사 직원들의 원성이 자자했지요. 5~6층을 걸어 올라가야 하니까요. 불만이 쇄도하자 회사 사장은 규칙에 약간의 개정을 했지요. ‘50대 이상만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 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비난의 화살이 50대 직원으로 분산됐지요. 똑같은 사람인데 왜 저 사람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타느냐. 그러자 사장은 또 하나의 규칙을 개정했습니다. ‘임원과 50대 이상의 직원들, 그리고 여자만 엘리베이터에 탈 수 있다’ 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회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아무도 사장을 욕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대가 서로를 비난하고, 남녀가 서로를 비난했지요. 분노를 컨트롤 하는 방식은 간단합니다. 단지 방향만 바꾸면 되는 것이지요. 수직으로 흐르는 분노를 수평으로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아주 신박한 생각이오. 그런 생각을 해 본적 없었다오. 우리가 그러한 결과에 도달했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최근에 인터넷 여론을 보면 보수와 진보가 편을 나눠 싸우고, 세대간의 의식 차이가 갈등으로 심화되어 싸우고, 남녀가 서로를 혐오하고 차별을 이유로 싸웁니다.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고 있지요. 실제 현실에서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인터넷상의 여론은 다수인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테넛 여론이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되어버리죠. 우리는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생각으로 세상을 보지요. 인터넷은 부정한 의식을 심어주고 현실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입니다. 대중을 컨트롤 하는 방법은 늘 이렇게 또 하나의 적을 만들고 전쟁을 일으키는 방식이지요.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 전쟁을 일으키고, 우리는 그 사이 하나둘 이익을 얻어가면 됩니다. 60~70년대에도 걸핏하면 북한이다, 간첩이다 이런 프레임으로 민중들을 통제한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그들은 절대 우리의 프레임을 보지 못합니다. 인간들은 프레임을 깨부수기보다는 그 프레임 안에서 순응하고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그게 인간의 본성입니다.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지요. 우리는 그저 눈앞에 안정이라는 미끼만 던져 놓으면 됩니다. 중세시대의 검투사들을 생각해보십시오. 그들은 자신을 검투사로 몬 귀족들이나 기득권 세력에 대항하기 보다는 그저 검투사의 왕이 되고 싶어합니다. 그들을 노예로 만든 이들을 죽일 생각은 하지 못하지요. 시대가 발전해도 인간들의 본성을 달라지지 않습니다. 경쟁사회에 살면서 '왜 우리가 경쟁해야 하지?' 를 떠올리기 보다는 '이기는 경쟁자' 가 되려고만 하거든요.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볼 때 갈라치기를 통한 분열론은 민중을 통제하기에 아주 좋은 수단입니다. 이게 최근에 아주 빛을 발하고 있지요. 우리의 팀들이 여론을 적절히 부추기고 있거든요.”
“하하하하하. 그대의 말이 들으니 참으로 명쾌하오. 그때도 그럼 그렇게 한거군요?”
“아, 침몰사건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유가족들에게 보상금에 대한 프레임을 씌우고, 학교 진학에 대한 프레임을 씌우고, 예전에 있었던 군함 침몰 사건으로 적당히 물타기 하면 됩니다. 거기에 언론들은 외면하고, 날조하고 선동하면서 갈라치기 해버리면 민중들이 유가족에 대한 오해만 가득하게 되지요. 우리는 그 때 슬그머니 빠지고 말입니다.”
“아주 훌륭한 생각이오. 하하하하”
대통령은 만족한 듯 웃으며 박수까지 쳐댔다. 그리고는 식사를 한다며 일어섰고, 나는 잠시 후 그 옷장에서 조심스레 나왔다. 녹음도 무사히 완료되었다. 집무실을 나오고 복도를 빠져나오는 순간, 나는 뒷머리에 큰 충격을 받으며 쓰러졌다.
“배고픈 쥐새끼 한 마리가 옷장에 있었군요. 죽진 않았으니 이 사람을 끌고 남산으로 데려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