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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가 동쪽으로 가는 까닭

럽이 |2006.11.15 16:13
조회 11 |추천 0

문어가 동쪽으로 가는 까닭

천종숙


여린 가을 햇살에 비스듬히 기댄
오후 2시의 해변시장
문어 한 마리 바닥이 뻔한
통 속을 슬그머니 빠져나와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달아나기 시작한다
단단한 뼈 같은 아스팔트길을
흐느적거리며 달린다
속도는 마음을 따라잡지 못하고
번득이는 눈빛은 필사적이다
지나가던 행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어에게로 꽂힌다
..저..저,저...
누구도 나서서 문어의 탈출을
함부로 막지 않는다
평생 어물전을 벗어나지 못한
늙은 주인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일상이 발목을 낚아채기 전에
보이지 않는 바다를 향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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