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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는 조현병 환자입니다.

innerpeace |2018.05.07 10:57
조회 547 |추천 4

 

조현병 환자를 위한 주간 보호, 재활 센터 확충에 대한 건의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참여 부탁드립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225664

 

 

 

 

안녕하세요.

 

조현병 환자를 가족으로 둔 여성입니다.

 

항상 네이트판의 글을 읽기만 했었는데 답답한 마음에 용기를 내어 여러분들의 도움을 구하고자 글을 올려봅니다.

 

 

저희 아버지는 조현병을 앓고 계십니다.

 

제가 대학교 4학년이 되던 해, 하시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시던 아버지께서 처음으로 이상한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셨습니다.

 

  

운전 중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을 은밀하게 뒤쫓아 오며 살해 협박을 담은 신호를 보낸다는 이야기를 하시며, 집안에 들어오면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고 집안의 물건을 내다 버리고 어머니께서  만들어 놓으신 밥이나 국, 반찬에도 독이 들어있다며 몰래 몽땅 버리시곤 했습니다.

 

 

 

이런 일을 처음 겪은 저와 가족들은 아버지의 증상이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아버지의 의사와 기분을 맞춰드리며 생활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한두 달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아버지의 증세가 악화되고 불안과 의심에서 비롯된 엉뚱한 언행으로 인해 주변 이웃들과 경찰서에서도 연락이 오며, 불안이 극도로 심해져 아버지께서 자살 충동을 느끼시는 등 저희 가족이 감당할 수 없는 범위까지 병이 진행되어 결국 병원에 아버지를 입원시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다행히 입원 2~3 개월 후 적당한 복용량을 찾게 되어 저희은 퇴원을 결정하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신 아버지는 몇 개월 정도 차분해진 모습으로 생활하고 통원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상태가 괜찮아졌다 생각한 아버지께서 의사와의 상의 없이 약을 복용하는 횟수를 줄이시고 본인의 병을 부정하면서 다시 아버지의 불안과 신경과민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집안의 경제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그것이 아버지께 큰 스트레스가 되어 다시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었고 아버지께서는 다시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이런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처음 입퇴원 후에는 희망이 있는 듯했습니다. 약을 꾸준히 복용한다면 정상인들처럼 생활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통원 치료에 힘쓰고, 아버지께서 하실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고 가족들이 함께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달리 정신적 문제를 지닌 사람들은 취업 과정에서 더더욱 기회가 없음을 알게 된 후 아버지는 크게 낙담하셨고, 저희도 힘이 빠지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시간들을 거치며 저희는 아버지께서 그저 편한 마음으로 생활하시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발병 이후 아버지께서는 이미 직장뿐 아니라 친구들과의 교류도 없는 상태였고 정신질환 관련 센터에 나가도 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버지와 맞지 않는 심한 정신지체를 지닌 분들이 대다수였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담당 의사 선생님께도 아버지가 나가실 만한 센터가 없는지 여쭤보기도 했지만 국내에 조현병 환자들을 위한 센터는 마땅히 없고 그들을 위한 시스템 역시 미비한 실정이라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약 10 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여러 번의 입퇴원을 하는 동안 가족들에게도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조현병은 전세계 인구의 1%, 즉 100명중 1명에게 발병하는 생각보다 흔한 질병이지만 정신적 측면의 문제라는 특성과 부정적인 사회의 관념이 두려워 주변의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내색조차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고통을 오롯이 가족들만이 감당해나가며 저희 가족은 아버지에 못지않은 우울감과 절망감에 빠졌던 적도 있었고 저와 동생이 학생이었지만 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어머니까지 경제 활동을 못하시는 경우가 생기면서 집안 사정이 정말 어려웠던 때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들이 모두 경제 활동을 하지만 당장 일을 그만두고 아버지를 옆에서 돌봐드릴 만큼의 여유가 없습니다. 항상 직장에서 일을 하는 와중에도 혼자 집에 계신 아버지가 신경 쓰여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를 계속 장기 입원시킬 수는 없습니다. 경제적 비용도 부담이 클뿐더러 몇 차례의 입퇴원의 과정에서 조현병은 입원으로 결코 완치할 수 있는 성질의 병이 아니며 꾸준한 약물 치료와 안정된 생활환경만이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아버지의 병이 완치될 거라는 희망은 없습니다. 다만, 장애인들을 위한 보호 , 재활 센터와 같이 조현병 환자들을 위한 센터가 생겨 아버지께서 낮 시간 동안만이라도 어울릴 수 있는 공간과 사람들이 있기만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어 저희 가족, 조현병 환자의 가족들이 불안한 마음 없이 직장 생활을 하고 퇴근 후 환자를 돌볼 여유가 생겨 더 안정된 마음으로 환자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개인의 아픔이 개인만의 문제가 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약자인 환자들이 사회에서 낙오되어 모든 관계에서 버림받았는데 마지막 관계망인 가정에서도 가족들의 지침과 절망으로 인해 그들의 손을 놓게 된다면 그들은 어디에서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조현병 환자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살아나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여러분들께서 힘이 되어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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