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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밥이 그렇게 안 좋나요?

어머니가 지병으로 3개월 전에 돌아가시고 집에서 살림하는 처자입니다.

제 직업은 프리랜서라서 항상 집에 있기 때문에

자연히 제가 집에서 밥을 하고 가사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에 계신 아버지 밥 차려드리는 것에 불만을 가진 적 없습니다.

그만큼 자식된 도리로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요리는 못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요리를 해서 점심, 저녁을 꼭 차려드렸습니다.

(남동생이 취준생이라 보통은 저랑, 동생, 아빠가 집에서 밥을 먹습니다.)

특수한 경우(먹는 사람이 없는 경우, 약속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꼬박꼬박 차려드렸습니다. 저는 밥을 차려야 한다는 이유로 친구들도 잘 만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침은 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토스트를 구워드렸습니다.

저는 아침에 밥을 먹으면 거북하고 아침 일찍 차리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금방 점심을 먹게 되니까 빵으로 간단히 먹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집에 아빠랑 남동생, 오빠랑 같이 사는데, 아침에는 거의 다 자고 있을 때도 많고 아빠가 새벽같이 일어나서 혼자 라면을 끓여 드시는 일도 많아서 아침은 그냥 간단히 토스트로 때우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루는 아침을 차려달라고 저를 깨우셨는데 그날따라 제가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아빠가 ‘그냥 내가 라면 끓여 먹을까’ 하셔서 그냥 그러시라고 했습니다.

딴 때 아침에는 아빠가 밥 차려 달라고 깨우면 일어나서 다 차려주었고,

라면 끓여 달라고 하면 끓여드리고,

토스트 구워달라고 하면 구워드렸습니다.

자식 입장에서 라면 끓여 드시면 건강에 안 좋으니까 꼬박꼬박 점심, 저녁 챙겨 드린 거고요.

딱 그날 아침만 그냥 혼자 라면 끓여드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오빠가 아침을 먹겠다고 했습니다.

아빠는 저에게 당장 일어나서 아침을 차려주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빠는 자식된 도리로 밥을 차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아무 불만 없이 차려주지만

제가 이 집의 식모도 아니고 동생, 오빠 밥까지 차려주라는 말에 서운은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 군소리 없이 밥을 차렸습니다.

아무래도 여자의 모성애 본능 때문인지 가족을 위해 밥을 차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당연하다는 듯 오빠, 동생 밥 차려라 하시는 아빠 말에 서운하기는 했어도

그 일을 하는 것에는 큰 불만을 품지 않았습니다.

그날 오빠는 카레를 먹는다고 했습니다. 저는 빨리 차리고 좀 더 자고 싶기도 해서 전날 만들어 놓은 냉동밥을 전자렌지에 돌리고 있던 카레를 끓여서 거의 5분 만에 차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갓 지은 밥을 줘야지 냉동밥을 주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폭언을 퍼부으셨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우리 집을 위해서 저의 시간을 희생하며 꼬박꼬박 끼니 차려드리고 최선을 다하는데 아빠에게 이런 대접을 받으니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저도 큰 소리를 냈습니다.

그러자 아빠는 저를 때리려고 했고, 저 같은 딸 필요 없다며 당장 집을 나가라고 하셨고,

저는 정말로 이 집에서 쫓겨나게 되면 당장 나가 살 일이 막막하기 때문에

무릎을 꿇고 빌면서 분이 풀릴 때까지 저를 때리시고 제발 용서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시집을 간 언니에게 이 일을 이야기 했는데, 언니도 아빠 생각이 이해된다며 냉동밥은 갓 지은 밥에 비해 맛이 없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고 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항상 갓 지은 밥을 지어주었는데, 냉동밥을 주었으니 당연히 기분 나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저는 냉동밥이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전자렌지에 돌리면 따끈따끈해서 갓 지은 밥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언니는 냉동실에 들어갔다가 전자렌지에 들어가면 물성이 틀려지는데 그게 어떻게 같냐고 말했습니다.

그 당시 쫓겨나면 막막하니 아빠에게 잘못했다고 빌기는 했지만 냉동밥을 준 게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언니의 말을 듣고서 너무나 다른 시각에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항상 냉동밥을 준 것은 아닙니다. 저는 원래 밥을 밥솥에 오래 두는 게 싫어서 보통 밥을 하면 딱 먹을 만큼만 합니다.

그래도 밥이 남을 때가 있기 때문에 그럴 때 냉동밥을 하고 보통은 제가 다 데워먹고, 아빠와 동생에게는 거의 새로 지은 밥을 준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냉동밥이 못 먹을 밥은 아닌데 시각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냉동밥이 정말 그렇게 나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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