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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 # 3

독백 |2004.02.02 09:52
조회 522 |추천 0


유치원때부터 내 첫사랑이었던 해우는 고3때까지도 변치 않는 내 첫사랑이자 짝사랑이었다.
그리고 우린 수능을 치뤘고, 시험이 끝난 그날 밤. 해우는 동네 놀이터로 날 불러냈다.
해우는 심각한 표정으로 철봉에 기대어 있었고, 지금도 기억난다. 우수에 젖은 해우의 눈빛.
달빛은 조명이 되어 해우를 비추고 있었고, 나는 수줍은 얼굴로 철봉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았
다. 한참동안 말이 없던 해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때처럼 떨리던건 난생처음이었다.

 

" 나... 좋아하는 사람...생겼어..."
" ......."

 

10년 넘게 기다려온 해우의 고백. 심장이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혹시나 쿵쾅 거리는 내 심장소
리를 들을까 심장을 조리며 떨고 있었다.

 

" 너도 알거야..."

 

해우의 말에 난 그네에 앉아 흙으로 가볍게 발장난을 쳤다. 너무 부끄러웠기에...

 

" 나... 너무 좋아해..."

 

난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해우의 고백... 너무도 감동적이었다.

 

" 하늘이... 하늘이가 내 이상형이야. 드디어 만났어. 하늘에 떠있는 해. 생각만 해도... 우훗..."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하늘이... 하늘에 떠있는 해? 김하늘과 이해우가? 하늘에 떠있는 해가
된다구? 그럴리 없잖아. 니 이름에 있는 해는 해와달을 위해 지은 아니 나와 너를 위해 지은 이
름인걸...

 

" 도와 줄거지?"
" ...응?"
" 니 친구라길래 많이 놀랬는데... 여튼... 곰탱아... 너도 나한테 뭔가 도움이 되는 구나."
" ......."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하늘이. 김하늘은 고3 우리반에 전학온 별로 친하고 싶지 않았던 내
짝이었고,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내 단짝이라는거.

 

" 많...이... 조...좋아해?"
" 물론이지. 내이름에 해와 하늘이에 하늘. 상상만해도 너무 멋진거 같지 않냐?"
" 정말... 많이 좋아해?"
" 뭐냐. 곰탱이 너. 왜 울어 갑자기?"
" ......."
" 곰탱이라고 해서 그래?"
" 아...아냐. 눈에... 눈에 뭐가 들어갔나봐..."

 

드디어 꾹 참던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곰탱이라 나를 불
러서도 아니었고, 눈에 뭐가 들어가서도 아니었다.

 

" 뭐야. 그러게 어린애도 아니고 흙장난 할때부터 걱정했다. 바보같이."

 

해우는 갑자기 내 앞으로 다가와 눈을 부비고 있던 내 손을 치우곤 호오- 하고 눈을 불어주었
다. 바보야. 이러지 말란 말이야.

 

" 괜찮어 이제?"
" 됐어."
" 이러니까 곰탱이라고 그러지. 바보같이."
" 나 들어갈래."

 

나는 그네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놀이터를 벗어났다.

 

" 야- 너 아직 대답 안했어. 나 도와 줄꺼지? 그렇지?"

 

바보는 내가 아니고 너야. 왜 하늘에 떠있는 해만 생각하는거야. 낮에도 항상 해 옆을 지키고
있는건 달이라구.

 

그리고 해우와 나. 하늘이는 같은 대학 같은 과에 입학했다. 나는 해우를 따라 지원했고, 하늘
이는 나를 따라 우리과에 지원했다. 말로는 나와 같은 과에 가고 싶다고 하지만 분명 다른 꿍꿍
이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입학한지 얼마 안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오티에 가서 해우는 하
늘이에게 고백했고, 하늘이는 망설이다 결국 해우와 사귀기로 결정했다. 난 그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내 눈치를 살피던 하늘이. 그리고 바보같이 해우가 고백할 수 있게 도와 준 바보 곰
탱이. 반달.

 


한숨을 길게 내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이미 하늘이가 순정아줌마와 엄마와 함께 소
파에 앉아 있었고, 해우는 순정아줌마에게 큰 절을 올리곤 군인식 인사를 했다. 그리고 녀석은
우리 엄마에게도 인사를 했다.

 

" 어머- 나한테두? 하긴 우린 딸만 둘이라 받아 볼 수도 없지."
" 신고합니다. 병장 이.해.우. 국가의 부름을 받아 2년 2개월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2003년 8월 16일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 그래. 건강히 잘 다녀왔구나. 어머 근데 해우 왜이렇게 멋있니-해우 우리 아들 삼았으면 좋겠다."

 

엄마는 해우의 인사를 받고 너무 좋아 표정관리조차 못하고 계셨다.

 

" 얘좀봐. 남에 외동아들을."
" 농담이야. 농담. 진짜 뺏어갈까. 근데 하늘이가 해우 여자친구였구나?"

 

순정아줌마와 엄마 역시 해우와 하늘이에 대해 몰랐던 듯 하늘이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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