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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앓이

럽이 |2006.11.15 16:28
조회 12 |추천 0

살앓이
- 사철감기

권천학

가짜가짜가짜가짜가짜……
'나'라는 물건마저 가짜라는 것을
진짜로 알게 된 날
아침 밥상에 서리로 내리던
아버님 말씀
서른 아홉이 되면 서른 여덟에 할 일을
못하고 마느니라

실패실패실패실패실패……
실패하기 위해서 시작하는 것처럼
거듭 시작하기를 밥먹듯 하다 보니
무릎에 박힌
공이만 튼튼해진 어느 날
갑자기 썰렁해진 계절
옷 속으로 파고들어
가슴속까지 찌르는
가시로 남다

청솔가지 타던 연기 속에
삭정이 같던 어머니
한 생애 허물어
빈잔 한 개 빚고

늙으면 죽어야지
사람의 궁리 하늘에 닿지 못함을
헤아리시던 할머니
엉겅퀴 같던 그 손끝에서
속 깊은 토장국 맛 우러나던 것을

비로소 한숨 돌리는 중턱에 올라
넘어지던 자리마다
벗어 놓았던 허물
켜켜이 들추어내는 손끝

펄럭펄럭펄럭펄럭펄럭……
온몸이 깃발이 되고 싶어
그물코 터진 자리에서
더 오래 머물며
구멍난 자리
촘촘히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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