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힘들다
엄마 있잖아 나 엄마가 담배 피는 거 다 알아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안방만 들어가면 엄마가 아닌 담배 냄새가 날 반기는데
그래도 언젠간 사라질 냄새처럼
내 기억도 사라졌으면 좋겠다
엄마랑 아빠랑 싸워서 따로 살 때 말야
아빠가 나랑 동생이 스팸 좋아하는 거 알고 스팸 세트 사 왔을 때 말야
술에 취한 엄마가 스팸 세트 쓰레기통에 처박던 날
울면서 하지 말라고 말하던 동생에게 너무 미안했어
고작 열 살밖에 안 먹은 동생은 방 안에 있어야 하는데
그 자리엔 내가 있었어야 하는데
아 그리고 엄마
나 엄마랑 아빠 싸우는 소리도 다 들었어
어떻게 잘 수 있겠어?
싸우는 소리 듣는 게 싫어서 노래를 크게 튼 적도 있지만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해서 애써 소리를 들으려 귀를 활짝 연 적이 있어
엄마
엄마도 힘들겠지 내가 짐이기도 하지만 엄마의 딸이라서 하나밖에 없는 첫째 딸이라서
하지만 가끔은 내가 엄마 딸이 아닌 것 같다고 느꼈던 날도 있어
학교 다니면서 한 번도 운 적 없는데 애들 다 울 때도 눈물 보이기 싫어서 꾹 참았었어
그러다가 며칠 전에는 배가 너무 아파서 조퇴하려고 엄마한테 전화하니까 엄마 안 믿어 주더라 너무 아픈데 안 믿어 주더라 그래서 교무실에서 혼자 울었어 엄만 모르지?
난 아직도 엄마가 아빠랑 이야기하면서 나랑 동생 데리고 가라 한 게 아직도 생각나
내가 엄마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겠지?
그런 거잖아 엄마
엄마한테 내 속마음 그래도 말해 보고 싶어서
우울했던 이유 말해 보고 싶어서
새벽에 긴 문자를 보내니
돌아 오는 대답은 ‘네가 힘들긴 뭐가 힘들어?’
그런데 엄마 나 그 문자 보내는 게 너무 힘들었어
동생 일까지 나에게 화낼 필요는 없잖아
동생한테까지 목소리 높일 필요는 없잖아
아빠한테 너무 많은 부담을 줄 필요는 없잖아
아빠한테 더 예쁜 말을 해 줄 수 있고
동생한테 더 예쁜 말을 해 줄 수 있고
나랑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잖아
엄마
나 동생이랑 구름 위에 예쁜 집 짓고
죽은 듯이 살고 싶어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