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다고 생각할때가 있다.
배호나 나훈아 노래가 좋고
머리가 벗겨진 대머리 아저씨도 참 멋있다고 느껴질때다
또 어느 여름날 바닷가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낚시하는 아저씨를 볼때
앞배가 제법 나왔는데도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이제 불혹을 마악 넘겼으면서도 난 언제나 추억을 더듬으며 살고 있다.
특히 젊음과 낭만이 있었던 지난 70년대 80년대는 음악을 알게 해준
시절이었다.
특히 기타를 치며 "이루어 질수 없는 사랑"을 수십번 수백번
불렀던 그 아련한 추억을 더듬으면...
인간은 추억의 향수에 젖어 사는건지도 모르겠다.
여중시절 해변가요제다 강변강요제다 대학가요제다 해서 많은 가요제들이
TV에 나왔다.
그시절 난 우리집에서 제일 높은 다락방에서 사춘기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여중생이었고 전영록이나 이종환님이 나오는 방송을
즐겨듣고 있었다.
어느날엔 혜은이를 너무 좋아해 혜은이 집을 찾아간다고 홍은동 일대를
뒤진적도 있었다.
사춘기시절 개그맨이나 탤런트가 꿈이었던 난 뻔질나게 방송국을 드나들었다.
기본실력도 없으면서 방송국 주변을 맴맴 돌았다.
장학퀴즈를 보러 즐겨 다녔고...
조용필, 김수철, 전영록, 휘버스, 이광조를 보러 여의도에도 자주 갔다.
사인을 받는날엔 신나서 깡총깡총 뛰기도 했다
2시에 데이트 김기덕'이 운영하는 찻집에도 자주 갔었고, 밤이면
이종환의 감미로운 음악에 내 사춘기를 모두 보냈다.
어느날은 바윗돌을 부른 정오차 오빠를 만나 대학교의 오리엔테이션
하는 곳을 가보았다.
바윗돌을 부르는 정오차
별이여 사랑이여'를 부른 사랑의 하모니
그런 음악들이 얼마나 좋았고, 낭만적이었는지
세월이 흐른다음에야 곰곰 생각해본다.
조금은 어두웠던 가정환경에 비해 난 절대로 내 외로운 내면을 표출해
내지 않으려고 항상 음악을 켜놓고 지냈고,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신나게 보내곤 했다.
여중시절엔 음악을 즐기다가 여고시절엔 기타반에 들어가서 기타도
치기도 했다.
지나간 추억을 되돌아 보면...
책과 음악이 내 사춘기 시절과 황금같은 아가씨 시절에 전부였지 싶다.
결혼를 하고 지방으로 이삿짐을 가지고 오면서도
난 즐겨듣던 카세트 테이프 150여장과 여중 1학년때부터 보았던 삼중당
문고 책들도 하나도 버리지 않고 400여권의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시집을 갔다.
중매로 시집을 간 난 항상 외로움이 밀려올때면 음악을 하루종일 켜놓곤
했다.
며칠전 방송국에서 70-80년대 그룹사운드들이 나와서 추억의 음악들을
들려주었는데 그순간 난 눈물이 핑 돌고 말았다.
나어떡해. 하늘색 꿈,바람과 구름, 그대로 그렇게, 당신만이...
주옥같은 음악들이 별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시절에 좋은 음악들이 참 많았던거 같다.
폴 모리아 악단이 연주하는 음악들이 인기였고
아바나 비지스, 바브라 스트라이센드...
모나코, 이사도라, 시인과 나...
강산도 몇번 바뀌고 나니 LP음반에서 시디로 변했지만
아직도 한구석에 쌓여있는 테이프들은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 내가 나이를 먹어 아이들을 낳고 초등학교에도 가게 되자
무조건 피아노 학원을 보냈다.
바이올린을 사주고, 플룻도 사주고 피아노도 사주었다.
주위에선 남자애들인데 무슨 피아노를 가르치냐고 했지만
난 피아노 학원을 몇년간 보냈다.
그리고 체르니 30까지 칠 무렵엔 아이들에게 째즈 피아노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지금도 아이들은 시간이 나면 피아노를 쳐준다.
추억에 젖고 싶은 엄마를 위해.
나이를 먹어도 늙어서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음악과 책에 대한 열정만은 버리지 않으리라.
음악을 들으며,노래를 부르며 난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마음만은 절대로 늙지 않을거라고
스스로 호언장담한다.
특히 중장년층들은 그 옛날 좋아했던 취미들을 대체적으로
다 놓아버리고 현실속에 안주해버린다.
일과 가정속에 푹 파묻히는 것도 좋지만
기타를 좀 칠줄 아는 중년들은 지금이라도 구입해서
가족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선율에 피곤을
녹인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오늘도 난 삶이 고달프고 숨통이 조여올때도 & 즐거울때도
음악의 동굴속으로 숨는다.
운전대를 잡으면서도, 집안일을 하면서도 지나간 주옥같은
70-80년대 음악들을 들으며 현실의 온갖 시름 다 날려보낸다.
그러기에 음악은 내 인생의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