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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4년차 설날.

ㅇㅇ |2019.02.08 01:04
조회 3,316 |추천 24
첫 명절때 엉엉울면서 톡에 글썼다가 조회수가 너무빨리올라가길래 얼른 지운 기억이 나네요.

대충 떠올려보자면..
첫명절 3년전 추석때,
- 시댁에 갔더니 남편은 일도와주는듯하다 시아버지랑 작은아버지가 부르니까 쪼르르 가서 폰고쳐주는척..하면서 부엌 안들어옴. '여보는 내가 안도와주는게 마음편할걸?'하는 역대급개소리(남편도 인정)도 시전
- 시어머니가 미리 제 치마를 준비해놓음..(???) 제사날 치마입고있어야한다고..
- 제사때 절 안하겠다고 미리 결혼전부터 약속했는데 절하라고 눈치줌. 이건그냥 개인적인 심리적거부감때문에..
- 남녀 따로 상차림. 남자들끼리 상따로 하고 술마시고 여자들은 앞치마한채로 다른상 차려서..상은 붙이고 먹음.→이건 남자들이 일안하니까 먼저가서 술마시고, 일하는 여자들은 술 안마시니까 자연스럽게 상이 따로 떨어진거..

그래서 추석당일 친척들 모두 가시고나서 남편이랑 밖에서 싸웠어요..
그러고나서 분이 안풀리는데 어디 시댁욕할데가 없어서 여기 글올리고 20분만에 빛삭했었지요..ㅎㅎ
다 추억이네요

남편이 그래도 정상인이라, 제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 다음 제사때부터 앞치마를 하고 전을 부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남편이 주로 일하고 저는 거들었어요.
시어른들이 남편을 들여보내려고 해도 '안돼 나 전부쳐야돼'하면서 꿋꿋이 전을 부치는데
심지어 잘부쳐요.. 울남편 고기하나는 끝장나게 잘굽더니 전도 잘부치더라구요.(저는 제사없는 집에서 자라서 전 잘 못부침..)

제사 몇번 할때까지는 친척어른들이 카메라들고 사진찍으면서 장손이 전부친다 별일이다 하면서 저한테 눈치도 주고 그러셨어요
저희 어머님은 첨엔 '니가 왠일이냐' 하시던 분이 점점 그러려니 하시고.
숙모들도 다들 관절들이 아프셔서 반기시구요.
사촌시동생들은 처음에는 부엌으로 눈길도 안주더니 어느날부턴 엉거주춤하게 돕기 시작하더라구요..?ㅎㅎ
심지어 평생 부엌에 들어간적없으시다는 시아버지는 처음으로 설거지를 하셨대요.. 다만 정말 처음이시라 어머님이 한번더 하셨대요.

작년 추석엔 그냥 시댁에 남편혼자 보내고 저는 홀가분하게 개인적으로 보내기도 했구요.

올해, 결혼 4년차 설날은 가기전부터 '시댁가기싫어!'라고 징징대는 남편을 데리고 갔는데,
장손이 먼저 열심히 일해서 그런지.. 소극적이던 사촌시동생들이 나서서 '형수님 제가 할게요' 하면서 열심히 하더라구요.
울남편은 첫명절의 깊은 깨달음으로 인해 절대 제 옆에서 안떨어지고 어른들이 불러도 '이것좀하구요' 하면서 끝까지 일하구요.
시어른들도 이젠 그런가보다 하셔요.

제사 모시고 나서 친정에 가서 엄마가 뜨뜻한 장판위에 이불깔아주신데다 누워서 게임하는 남편을 보니 그렇게 행복해보일수가 없었어요 ㅎㅎ
시댁가면 일밖에 안하니까 을마나 힘들겠어요..
친정은 제사도 안모시고 명절마다 친척들이랑 여기저기 놀러다녀요. 부럽...
그래서 명절엔 거의 친정 안가고 시댁만 갔거든요. 이번엔 엄마가 귀찮다고 그냥 집에있겠대서 갔는데 저보다 남편이 더 좋아했네요. 시댁가기 싫대요 ㅋㅋ

사람고쳐쓰는거 아니라던데 저희남편은 우째 잘 고쳐졌어요.
이렇게 개념차고 행동 잘 시정되는 남편을 만나다니.. 저한테 과분한 복이네요. (평소에 남편속 많이 썩이는 아내인데 잘해야겠어요)

문득 몇년전 여기다 하소연하던게 생각나 써보았는데, 너무 길죠. 그래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지금은 시댁에서 따로상차리는것도 없고 치마강요도 안하시고 눈치도 안주시고 잘지냅니다. 물론 남편의 능글맞은 쉴드가 있어야겠지요..ㅎㅎ
몇년전 같이 욕해주시고 분내주시던분들 감사합니다. 사실 리플들 보고 '내가 인터넷에서 이럴게아니라 남편이랑 얘길해봐야겠어!'란 생각을 하고 오랜 설득과 토론과 토로와 하소연 그리고 닥달..협박..회유...를 하였지요.

모두 감사드리구 남은 2월 잘 보내시길.. 이미 글은 빛삭해버렸지만.. 다시한번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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