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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용서하고 아버지 산소 가자는 마눌님

이젠42세남 |2019.02.21 16:06
조회 5,803 |추천 18

안녕하세요. 고민을 처음 올려보네요.

큰 고민도 아니지만 저에게는 참 어렵네요.

종종 제 상황과 자라온 환경에 대해 글을 쓴적이 있긴하지만 이리 본격적으로 써보는건 처음이네요.

현재 결혼 9년차 42세 남이고 5살 된 딸과 3살 터울 마눌님이 있습니다.

 

어려서 우리집은 돈이 많았어요.

아버지란 인간이 의외로 사업수단이 있어서 돈을 엄청 벌었거든요.

매번 새로운 아파트가 생기면 이사다니고 그랬습니다.

다만 아버지 성격이 개차반이라 동생과 저는 어려서부터 매일 맞았어요.

 

먹을때 우물거리면 맞고, 공부 안해도 맞고,받아쓰기 문제 한개라도 틀리면 맞고, 일찍 안일어나면 맞고 

술마시고 오면 때리고, 일찍자면 깨워서 때리고, 배고프다고 하면 밥 안처먹었다고 때리고...

 

 

어느날은 술먹고 들어오다가 쓰레기통 (80년대에는는 아파트 앞쪽에 쓰레기통이 있었음) 에 굴러 떨어진걸 올린적도 있어요.(앞집 아저씨가 말해줌)

그래놓고 왜 늦게 꺼냈냐고 때리고....

 

죽일려고 때린 망치로 머리 맞은곳은 아직도 땜빵이 있습니다.

참치캔 많이 먹었다고 캔으로 머리 맞은적도 있고..

다 같이 죽어버리자며 저와 동생 머리를 벽에다가 세차게 밀어서 공포에 질려 살려달라고도 많이 했어요.

 

뭐 혼자 뒈지겠다고 본인 머리에 신나 뿌리고 가스불도 당겼던 인간인데 뭐.... 저정도야...

 

제일 어처구니 없는게 동생이 치킨 닭다리 두개 먹었다고 치킨 쓰레기통에 처박고 겁나 맞은건 아직도 생생하네요. (지금도 동생과 술마시면 그 얘기 합니다.)

 

결국 참다참다 어머니란 여자도 제가 9살땐가? 11살땐가 도망갔어요.(잘 기억도 안나네요.)

뭐 들은 얘기로는 돈 많이 주니까 캬바레가서 남자꼬셔서 바람나서 도망갔다는 말도 있었어요.

 

다만 어머니란 여자도 웃긴게 생전 찾아와보지도 않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후에도 한번 못봤어요.(아버지는 고딩 때 뒤짐)

 

 

제가 스무살때 이모부란 사람 우연히 만나(아버지 뒈지니까 찾아옴) 전화번호부 뒤져서 어머니란분한테 연락했더니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면서 전화번호도 바꿨더라구요. ㅋㅋㅋ

 

그럼 이모부는 날 왜 찾으러 온거임?

 

아무튼 살아있는게 신기할 정도로 맞고 사는데 아버지란 인간이 또 여자는 좋아해서 재혼을 했는데 제대로 사기당해서 쫄딱망했어요.

 

진짜 말그대로 쫄딱.....

 

저도 참다참다 결국 중3때 가출해서 8개월을 타지생활을하고 결국 중학교 중퇴를 했지요.

 

다시 집에 돌아오니 동생도 결국 나가서 생활중이었고 집엔 거의 안들어왔어요. 

 

그나마 다행인건 동생이 아버질 닮았는지 싸움도 엄청  잘해서  중학3년때부터는 아버지가 때리면 피하고 막더라구요.

 

결국 아비란 작자는 매일 할머니한테 돈 뜯어서 술만 처먹더니 당뇨에 간암까지와서 뒈졌어요.

장례식장에선 동생하고 제가 당연히 눈물 한방울도 안흘렸고요.

 

결국 아버지 친구란 분 한분이 공동묘지에 자리 마련하셔서 안장했습니다.

 

검정고시 보고 고등학교 들어갔는데 웃긴게 갑자기 가장이 됐더니 현실이 보이더라구요.

 

학비부터 시작해서 생활비, 월세, 아버지가 남긴 빚 3000만원.......세상 모든게 돈!돈!돈!

 

낮에 학교다니고 밤에는 악착같이 알바해서 모아, 할머니도 과일장사하셔서 보내주셔서 대학도 나왔고 결국 이자리까지 왔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20대에 다니던 회사 부도도 나고 너무 힘들어서 목매달려고 강원도 야산에 간적도 있어요.

결국 용기가 없어서 매달진 못했지만.....

 

그 한때를 잘넘기고 여기까지 왔어요.  

 

할머니는 8년전 돌아가셨고 저와 동생은 각자 가정을 이루었어요.

 

저는 그냥 인원 150명 정도 되는 중소기업 다닙니다.

 

제 동생은 말 그대로 개인 사업을 히거 인생 대박을 쳐서 순수익 연 2억 정도 벌면서 강남살고 있구요.(14년 넘게 개고생 했음)

 

그런데 동생과 술자리를 하다보면 동생은 종종 그런말을 합니다.

 

"엄마는 돈 열라 모으느라고  우리를 찾으러 안오는 거일거야...., 아버지가 또라이라 엄마도 살아야 했으니 이혼한걸거야...아버지도 엄마 없이 아들 둘을 키우려면 결국 폭력밖에 답이 없었던거 같아 "

 

참 훌륭한 마인드죠?

 

아마 아니란걸 스스로도 알고 있을거고 우스개 소리로 한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있던 어린 시절에도 전 맞았거든요.

간난아기일때는 시끄럽다고 아버지란 인간이 절 던진걸 할머니가 받으면서 팔이 부러졌다고 하더라구요.

 

다만 동생은 아버지 산소를 일년에 한번 이상은 갑니다.

 

물론 전 아직도 한번 안가고 있구요.

거리상 멀지도 않아요.

 

저는 차타고 30분정도?

동생은 서울에서 저한테 내려오면서 꼭 들르고 오더라구요.

 

 

 

제 마눌님이 엄청 착해요.

전 진짜 땡전한푼 없이 결혼햇고 전부 마눌님이 해오셨어요.

 

어려서부터 평범한 가정을 갖는게 꿈이어서 전 육아와 요리도 잘해요.

주말마다 전업주부인 마눌님 힘들까봐 쉬라고 하고 5살 딸아이는 제가 보고 식사차리고 아이랑은 퇴근 후 1시간 이상은 꼭 놀아줘요.

술은 잘 안마시고 친구들 모임때만 마시는데 제 친구들은 전부 부부 동반으로만 모여요.(고딩때 부터 절 키워준 친구들임 )

 

전 정말 노력 많이 했어요.

아버지처럼 살기 싫어서 매일 절대 아버지 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고.폭력이 대물림된다는걸 알기에 정말 악착같이 순해지려고 노력했어요.

20대의단 한순간만 빼고 정말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았어요.

 

그런 쓰레기 같은 아비가 안되려고 다짐을 했고 절대로 용서 안하는데 얼마전 자기전에 갑자기 울 마눌님이 아버지 산소 가자고 합니다.

 

이제 그만 용서하라고

 

다음주에 동생 올때 같이 들렀다가 오자고 하는데 제 신념이 흔들리는거 같더라구요.

 

다들 정말 단순하게 산소가는게 뭐 어렵냐고 생각하시겠지만 전 저를 그 동안 지탱해준 제 신념이 무너질까봐 겁이납니다.

 

아버지를 이해하면 똑같이 살게 될까봐....

다음주가 오는게 무섭습니다.

 

ㅠㅠ 

 

 

추천수18
반대수0
베플ㅍㅋㄱㅈ|2019.02.22 03:49
진지하게 얘기하세요. 아직 용서가 안되었고 내 신념이 흔들리려고 한다. 내가 더 살다가 행여나 그 날이 오면 같이 가달라 부탁하겠다.
베플|2019.02.22 08:39
걱정마세요. 용서는 님이 하고 싶을때 해도 되고. 아버지를 용서하건 아니건 당신은 아버지랑다르게 성실하고 다정하고 멋진 사람이 됐기 때문에 그를 닮지 않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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