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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스물 아홉살 치루 수술 후기>

김코알라 |2019.03.08 16:11
조회 1,170 |추천 4
서울 모처에 서식 중인 스물 아홉 직장인 김코알라입니다.희망찬 2019년이 시작되자마자 치루를 발견하고 돔고멍을 찢었습니다.이왕에 이렇게 된 거 뭐라도 남겨보자 해서 적어둔 후기입니다.
▼~발견에서 진찰까지~
아홉수 시작하자마자 치루에 걸렸다. 나는 안 걸릴 줄 알았다.
설날이라 열려있는 병원이 많이 없어서 찾느라 애먹었다. 결국 대전 용문역에 한 당직병원을 찾아서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부리나케 찾아갔다. 하필이면 비도 내리고 괜히 슬프더라.
이래저래 설명 듣고 침대에 누우라길래 자세 예시를 보고 엉거주춤 흉내내며 누웠다.어깨를 침대에 바싹 붙이고 엉덩이는 하늘로 치켜올리고... 요가에 이런 자세가 있던 거 같은데.의사가 장갑을 바스락 바스락 끼더니 손가락을 넣겠단다. 아프냐 물었더니 '좀 불편해'라며수ㅡ욱.
*꼬치구이를 먹을 때는 늘 닭에게 감사하자.
몸에 뭐가 들어와 본 적이 없던지라 생에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괜히 아랫배가 묵직하고 굵은 똥을 누는 기분이라 엉덩이에 힘이 바짝 들어간다. 의사 손가락이 내 돔구멍 안에서 이리저리 휘적휘적 움직이는 게 느껴지는데 수치심보다 이게 다 뭔 일인가 싶은 자괴감이 앞서더라. 아프진 않았다.
이어서 초음파 검사. 아까와 같은 자세로 누우면 젤 바른 검진기로 돔구멍을 이리저리 쓱싹거린다. 젤이 차가워서 조금 놀랐다. 초음파 사진을 보며 여기에 길이 이렇게 나있고 이건 치루고 수술 말곤 답이 없고... 대략 멍해졌다.
작년 건강검진에선 녹내장 의심이라더니 이거 완전 시골 똥개 뽀삐랑 다를 게 없다.안녕하세요. 저는 김뽀삐에요.
다시 진찰실로 돌아와 치루에 걸린 이유를 들었다.술을 많이 먹고 설사를 많이 하거나 단단한 똥을 누면 돔구멍 안에 상처가 생긴단다.과음.. 설사...엥 완전 내 얘기잖아??가끔 피가 묻어나오던 게 그거였나보다.그 상처를 타고 돔구멍 옆 피부까지 관이 생겨서 이물질과 세균이 쌓이면 치루 완성 ^^*
나는 종기가 그렇게 크지도 않았고 빨갛게 붓거나 통증이 심하지도 않았다. 여차 하면 치루인지도 모르고 평생 달고 살다가 여러갈래 돔구멍에 치이다 죽을 뻔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 돔구멍 주변으로 콩알 크기의 무언가가 만져진다면,축하한다. 치루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겠지만 콩알이 만져진다면 이미 늦은 거다.받아들이자.

~그것은 오징어 굽는 냄새 처럼~
그날이 왔다.수술 안내문에 수술 전 한 끼 금식이래서 전날 저녁부터 못 먹는 건가 했는데 당일 아침만 굶는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저녁밥 맛있게 먹고 일찌감치 자려고 누웠는데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생전에 수술이라고는 바야흐로 2001년 돈까스에 속아 고래잡이 배에 올라탄 게 전부였던 터라 인터넷에 있는 온갖 후기를 미친듯이 탐독하며 밤을 새웠다.
당일 아침 7시. 잔 건지 안 잔 건지도 모르는 몸뚱이를 깨우고 셀프 관장작업에 들어갔다.오늘의 파트너는 둘코락스.아무도 없는 거실 한 복판에 옆으로 누워 왼 무릎을 가슴으로.. 오른 다리는 쭉 펴고...냉장고에서 단단하게 굳은 둘코락스를 돔고멍에 살며시 밀어넣었다. 전쟁터를 누비는 총알과 같은 비주얼의 그것에게 내 돔고멍을 허락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쉽게 쏙 들어가더라.45분 정도 참으니까 금새 변의가 차오르고 아침에만 화장실에 세 번을 들락거렸다.
예정된 10시 반에 맞춰 병원을 갔다.수술 전 주치의 상담에서 오늘의 병명은 치루고 수술은 절개법이고 괄약근 손상.. 운동... 식이조절 등 안내를 받았다.
입원실에서 대기하길 15분.
수술실로 안내 받고 들어가니 생각했던 분위기가 아니었다. 아주 밝은 거실 같은 공간에 바이탈 삐-삐-하는 거도 없고 침대만 하나 떨렁 있었다.치루 수술은 척추마취가 필수라 했다.배를 뒤로 쑥 밀고 허리를 새우처럼 둥글게 말고 있으니 의사가 허리에 주사를 놨다. 아주 얇은 침으로 살짝 놓는 거라 하나도 안 아프고 따끔하다던 후기만 믿었는데 다 거짓말이다. 모든 과정에서 척추마취가 제일 아팠다.처음엔 왼쪽 다리 전체에 전기가 오는 것 처럼 찌릿찌릿.두 번째엔 잘 들어갔는데 돔구멍에 힘이 들어가는 걸로 보아 실패.마지막 세 번째에서야 결국 마취에 성공했다.허리에 구멍이 세 개나 뚫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척추마취는 정말 신기한 것이에요. 골반부터 무릎까지만 마취가 돼서 보고 듣고 말하고, 손가락 팔 발가락 다 움직일 수 있다. 근데 차라리 수면이 낫다. 탱글거리는 무감각 엉덩이를 드러낸 채 40분이나 수술소리를 다 듣고 탄내는 맡는 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오징어 타는 냄새.... 레이저로 내 살을 태우는 중이었겠지... 치루 다 나으면 마른 오징어 구워서 맥주랑 먹어야겠다.
수술은 4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수술실부터 입원실까지 10미터 정도를 걸었는데 간호사가 부축을 해주고 있음에도 다리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간다. 마치 몸통과 다리가 분리된 느낌으로 흐느적 흐느적... 인어공주가 뭍에서 걷던 느낌이 이건가?복도에 부는 웃풍에도 다리가 팔랑팔랑 흔들렸다.
그로부터 마취가 깰 때까지 침대에 누워있자니 오후 4시 쯤 되니 몸에 감각이 돌아왔다. 지혈을 위해 돔고멍에 거즈를 가득 끼워놔서 계속 대변이 마려운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픈 것보다 불편감이 더 심했다.
5시에 저녁 식사. 하루종일 굶고 먹으니 뭐든 다 맛있어서 남김 없이 뚝딱 먹었다. 병원에서 준 두 알 짜리, 뭔지 모를, 약을 먹고... 이런 생활을 이틀이나 더 해야 한다니 벌써 답답하고 힘들었다.
소변은 7시쯤에 처음 눴는데 마지막에 동고에 힘 줘서 물줄기를 끊는 작업이 조금 힘들었을 뿐 어렵지 않았다.
온종일 왼손에 꽂혀있는 무통주사 덕분인지 돔구멍이 아프고 어쩌고는 모르겠고 계속 누워있자니 허리도 아프고 골반도 아프고... 그냥 온 몸이 아팠다. 돔고멍 빼고. 희한했다.
열심히 뒤척이며 잠도 잠이 아니게 자면서 하루가 끝났다. 생각보다 쉬웠다.잘 견뎌줘서 고맙다, 내 돔고멍... 장하다...

~사육과 신생아 라이프~
이틀 째 아침.잠이 좀 드나 싶었더니 아침밥을 먹으라 한다. 장 기능에 관여하는 수술은 아닌지라 병원밥은 전부 일반식이다. 아침부터 거하게 만두국을 배 부르게 먹었다. 밥을 먹고 생리대도 한 번 갈아주고 진통제인지 뭔지 링겔 통해서 주사 하나 맞고 그대로 낮잠을 잤다.
자다가 살짝 깼는데 또 밥 시간이었다. 이번엔 뼈해장국.먹고 자고 또 먹고... 완전 사육 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나저나 수술하고 세 끼를 먹었는데도 영 신호가 안 온다. 누워만 있어서 그런가 싶어서 병원 복도를 살금살금 산책하고 방 안에서 일부러 앉아있기도 했다. 평소엔 정말 배변활동이 활발해서 먹기만 하면 화장실 부수러 다니느라 바빴는데 별 일이다.
생리대 갈 겸 첫 좌욕을 했다.병실 화장실에는 좌욕 기계가 있어서 좌욕기에 튜브를 연결해서 작동하면 뜨뜻한 물과 공기방울로 마사지를 해준다. 목욕탕에 있는 이벤트탕 처럼 보글보글 해주는데 이게 참 기분이 좋다. 몸이 따뜻해지고 통증도 많이 잡아준다.
오후 4시 쯤.처음 대변을 봤다. 라이터로 돔고멍을 불태우는 듯이 아프다는둥 식칼을 싸는 것 같다는둥 별별 후기가 많아서 긴장했는데, ?-? 하나도 안 아팠다.그냥 조금 쓰리고 당기는 느낌이 전부였다. 그 많은 후기들은 다 뭐였을까...
자고 있으면 밥 주고 밥 먹고 간식 먹고 누워 자고 그러면 또 와서 밥 주고 좌욕하고 누워 자고
사육 당하는 동물과 신생아의 하루, 그 사이 어디쯤.
무통주사를 하루 종일 꽂고 있어서 돔구멍에 통증도 많이 없고 시간이 너무 안 가는 것 빼고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대신 계속 누워있느라 꼬리뼈, 골반, 허리가 너무 아프다. 몸을 쥐어 짜면 돔고멍에 힘이 꽉 들어가니까 스트레칭도 못 한다. 이게 제일 고통이다.
마취주사를 꽂았던 부분에 멍이 크게 들었다. 허리에 구멍이 세 개...수술은 엉덩이에 했는데 통증은 허리에 있고... 치루의 세계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내 몸의 주인~
수술 3일차. 근본적 의문이 생겼다.
내 몸의 주인은 누구일까?자기결정권에서 생각하자니 내 몸의 주인은 나일까? 부모님? 사회의 편견? 흠....
요 며칠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내 몸의 주인은 돔구멍인 거 같다. 모든 행동과 결정을 함에 있어서 내 의지보다는 돔구멍님의 컨디션이 훨씬 더 중요하시다.
젓가락으로 반찬을 고를 때도, 혹시 이 매운 걸 먹으면 돔구멍님께서 호통을 치시진 않을까... 나에게 매콤한 벌을 내리시진 않을까... 팔을 움직일 때도 돔고멍님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고... 갑자기 웃음이 터질 때에도 돔고멍님께 허락을 받고 웃어야 한다...팔 다리 허리 모든 그 어떤 움직임에도 위대하신 돔고멍님께선 친히 관여하신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행하던 전지전능한 돔구멍님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는 말씀.
퇴원 후 집에 와서 4일만에 샤워를 했다. 무심코 칫솔로 혀를 닦다가 구역질이 우웩!하고 나왔는데 그 마저도 돔고멍님께서는 허락하지 않으셨다. 입으론 우엑우엑 돔고멍은 으악으악...앞 뒤로... 하......(자괴감)
계속 앉아만 있으면 돔고가 아파서 산책 겸 담배를 한 대 피운다. 그럼 목구멍이 간질간질 기침이 나온다. 기침을 할 때마다 또 돔고멍이 아파진다. 그럼 다시 앉는다. 또 아프다. 누워볼까... 돔고멍님께선 멀쩡한 허리에 마저 호통을 쳐서 허리도 아프다. 앉지도 못하고 서지도 못하고 눕지도 못한다. 사람 몸에 돔구멍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출근과 중력에 대하여~
수술 4일차.
출근을 했다. 일어나서 꾸역꾸역 아침밥을 먹고 약도 챙겨 먹고 씻고 좌욕하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는데도 시간이 조금 모자랐다. 내일은 더 일찍 일어나야겠다.
지하철 타러 가는 길이 참 멀게 느껴졌다. 보통 7분 내외면 승강장에 도착하는데 오늘은 15분 정도 걸린 거 같다. 아무래도 걸음 걷기가 자유롭지 못하고 엉덩이가 너무 신경 쓰여서 느려진 거 같다.*눈 앞에 지하철이 출발하려 하는데 뛰어가지 못하는 마음을 아는가?
동고멍은 나에게 서두름을 허락하지 않았다.일상 속 여유를 배우라는 돔구멍님의 큰 가르침이겠거니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사무실에는 당연히 도넛방석을 가져왔다. 의자에 앉아있으면 엉덩이가 참 편안하고 좋았다. 대신 허리가 너무 아프다. 뻐근하고 지친다고 해서 등받이에 몸을 기댈 수가 없다. 몸을 기대려 하면 자연스레 엉덩이가 앞으로 밀려나 도넛방석을 벗어나게 된다.바른 자세를 몸에 익히라는 전지전능하신 동구멍님의 가르침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오늘은 중력에 대해 깨우쳤다.앉아있을 때는 비교적 괜찮은데 오래 서있거나 걷거나 하면 중력의 존재를 크게 느낀다.돔고멍이 몸에서 분리되는 기분... 마치 누군가 잡아 당기는 듯한 그 기분...
*뉴턴도 사실 치루 덕에 중력을 깨달은 게 아닐까?
사과나무 밑에 앉아있던 이유는 도넛방석이 없어서 푹신한 잔디를 깔고 앉았던 것일 터. 돔구멍님의 평안을 위해 도넛방석 대신 잔디를 활용한 역사 속 지혜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아침에 보니까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 가는 느낌이었다. 절개술이다 보니 수술 부위가 벌어져 있어서 보기엔 참 이상하다만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앞으로 조금만 더 힘내면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온전한 자연인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
수술한지 한 달이 지났다.수술하고 2주 정도는 정말 하나도 안 아물고 피랑 진물이 계속 나왔다.근데 요사이 일주일 동안 미친듯이 빠르게 아물었다.
​속 살이 차는 게 오래걸렸나보다. 겉은 정말 빨리 아물어서 흉터도 없고 언제 수술을 받았나 싶다. 아직 변을 보고 뒤처리할 때 피가 아주 조금씩 묻어나오긴 한다.
이젠 도넛방석 없이도 아무 의자나 편하게 앉을 수 있다. 자세가 몹시 불량해졌다.
팬티라이너는 지난주까지 착용했는데 더 이상 피도 안 묻어나오고 진물만 조금 묻는 수준이라 아예 안 쓰기로 했다. 오히려 살이 쓸리고 아프기만 하더라.*이마트 노브랜드 팬티라이너는 정말 싼 값을 한다. 몹시 얇고 뻣뻣하다.*잘 때 차던 바디피트 오버나이트는 푹신푹신 편안해서 잠도 잘 온다.
수술하기 전에 걱정도 많이 했고 온갖 리뷰를 보면서 벌벌 떨었다. 수술 후 일상생활은 정말 불편하고 동구멍의 눈치를 보느라 힘들었다. 덧나거나 해서 또 재수술하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걱정도 있었다. 근데 다 낫고 보니까 괜한 걱정이었다고 본다.차라리 더 커지기 전에 수술을 빨리 해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혹시나 수술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수술 받자.깔끔하게 다 나은 동고멍을 보고 있자니 괜히 마음이 짠해지고 대견하고 그렇다.​
이 모든 영광을 돔구멍에게 돌리겠다.
+돌이켜보니까 괜찮았다는 거지 또 수술 받으라 하면 그냥 생을 마감하겠다.치루야!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자! 치루치루뱅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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