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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만행을 잊지 않으려고 쓰는 글 (1)

|2019.03.22 00:45
조회 12,647 |추천 84
나는 엄마의 불안을 먹고 자랐다.
엄마는 어린 내게 모질게 군 이유를 시댁과 무능한 남편에게서 찾았다. 그게 왜 학대의 이유가 되는건지 지금도 이해할수 없다. 엄마는 훈육과 학대의 경계를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코흘리개시절, 과자하나를 사먹더라도 내가 원하는 초코과자를 고르는게 아니라 빠다코코X,샤브X 등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만 먹을수 있었다. 어릴적 접한 과자들이 지금도 싫다. 특히 빠다코코X은 포장지만 봐도 구역질이 날듯이 쓴침이 올라온다. 과자심부름을 보낼때도 그냥은 없다. 거스름돈 계산문제를 내서 대답을 못하면 혼내고 윽박지르고 그것도 못하냐며 갖은 구박을 들은 후에야 손에 돈이 쥐어졌다.

초등학교 1학년 무렵, 같은반이던 옆집아이는 부모가 호프집을 운영해서 시계볼일이 많아서 자연스레 시간개념을 빨리익혔다. 옆집엄마의 자랑에 자존심이 상한 엄마는 나에게 시계바늘을 돌려가며 울그락불그락한 얼굴로 목이터져라 설명했고 방안구석에 몰려서 웅크린 나는 시계보다도 고래고래소리지르는 엄마의 모습이 머리에 각인되었다. 엄마는 왜 이해못하냐며 자기분에 못이겨 가슴을 치고 방안을 방방구르며 날뛰다가 연필로 내허벅지를 찔러서 연필심의 흑색이 내피부에 스며들었다. 샤워할때마다 지금도 보이는 그자국은 나를 괴롭힌다. 성인이 된 나는 그시절 엄마의 모습과 닮아있다. 뜻대로 일이 안풀릴때면 그때의 엄마처럼 발을 동동구르고 가슴을 치며 울부짖는다. 그러고나면 몸의 기운이 다빠지면서 정신이 멍해진다. 집에서는 맘껏 하는데 밖에서는 못하니 가끔 과호흡이 오기도 한다. 엄마의 싫은부분이 내 일부가 되었다는게 끔찍하게 싫으면서도 화를 발산할땐 여지없이 나도 모르게 엄마의 옛모습이 나온다.

옆가게 김치파는 아주머니는 나를 참 예뻐해주셨다. 얼굴은 가물가물하지만 포근했던 굽고 넓은 등만은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다. 엄마는 업어달라는 나에게 나이가 몇인데 업히냐며 핀잔을 줬지만, 아주머니만은 나를 그나이로 대해주었다. 그품이 너무 좋아서 잠이 깼는데도 잠든척 하기도 했다. 두살어린 동생의 존재만으로도 누나답게 굴어야 함을 강요받아왔다. 내가 원해서 누나가 된게 아닌데 모두들 나만보면 양보해라 소리를 해댄탓에 더 어리광을 부려도 봤지만 돌아오는건 ‘동생따라하니? 넌 그래봤자 안귀여워!’라는 엄마의 잔혹한 말뿐이었다.

동생과의 재회는 그리 달갑지 않은기억이다. 동생은 외할머니 손에 자라나 제손으로 의자에 앉을수 있을때쯤 내곁에 왔다. 동생도 처음보는 누나라는 존재가 경계대상이었을것이다. 토스트를 굽는 엄마의 등뒤로 동생과 나란히 앉아있었다. 소꿉놀이를 하듯이 나는 엄마를 돕겠다며 빵봉지에 손을 넣어 빵을 꺼내고있었다. 그 순간 날카로운 포크가 내 손등을 찍어내렸다. 동생은 그렇게 경계심을 표현했고, 폭력성의 예고편이었다.

동생의 난폭함은 온라인 게임을 접하면서 폭발했다. 1가구 1컴퓨터시절, 시간을 정해두고 컴퓨터를 공평하게 사용하기로 했다. 참으로 이상적인 약속이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늘 어기는쪽은 게임에 중독된쪽이다. 우리의 룰은 깨졌고 나는 억울했다. 그렇게 싸움이 시작되었다. 말싸움이 몸다툼으로 번졌고, 급기야 도구를 쓰기 시작했다. 겁먹은 나는 방문을 걸어잠그고 숨었다. 문고리를 거칠게 달칵거리고 거친욕을 내뱉으며 문을 쾅쾅 발로 찼다.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주방칼을 가져와 문을 마구 그어댔다. 집전화는 거실에 있었고 도움청할곳 하나없이 작은 방안에 갇혀서 나대신 난도질 당하는 문소리를 숨죽여 듣고 있었다. 귀를 두손으로 힘껏 감쌌는데도 거친 칼소리는 방안가득 울려퍼졌다. 제풀에 지쳐 칼질을 그만 둘때까지 방안구석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잠시후 윗집에 세들어사는 임산부가 내방에 노크를 해댔다. 소란스런소리에 아래층인 우리집에 왔는데 방문꼴을 보고 도둑이 든줄알고 적잖이 놀랬다고 한다. 귀가한 엄마의 판결은 쌍방과실이었다. 같이 혼나고 함께 반성했다. 내가 동생을 자극해서 이런일이 생겼다고 했다. 그런일을 겪고도 엄마의 명령에 동생과 화해의 포옹을 해야만했다. 온몸의 털이 쭈뼛쭈뼛서는 소름돋는 포옹이었다. 엄마는 놀란 내마음을 어루만져주기보다는 상황정리에 집중했다. 그날 칼을든건 동생이지만 나를 베어버린건 엄마였다.


((글로 적으며 지난날을 쏟아부으니 후련하네요. 허구아니구요 여기에 제상처 묻어두고 싶어서 그래요. 내용이 불편하신분은 조용히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추천수84
반대수8
베플호이호이|2019.03.23 09:50
와 필력보소... 쓴이님의 지난날이 영화처럼 생생하네요 앞날에 행복만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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