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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만행을 잊지 않으려고 쓰는 글 (3)

|2019.03.22 17:55
조회 5,823 |추천 64
초등학교 저학년때 같은반 두친구와 논술 학습지를 같이했다. 엄마들끼리도 자주 모임을 가져서 그룹학습지 추진의 계기가 되었다. 선생님은 첫만남에서 우리에게 만화속 말풍선에 들어갈 말을 자유롭게 채워보자고 제안했다. 만화의 내용은 동생이 생긴 친구가 부러우면 엄마에게 동생만들어 달라고 해보라며 자랑했고, 이에 안된다고 대답하는 주인공의 다음말을 채워야했다. 선생님은 각자의 답변을 읽어주었다. 친구는 ‘안돼. 동생을 가지면 엄마가 아플거야.’라는 엄마를 걱정하는 내용을 적어냈다. 나는 ‘안돼. 엄마에게 혼나.’라고 적어냈다. 선생님이 이걸 큰소리로 읽을 줄 몰랐고, 첫수업인만큼 참관수업으로 진행되어 엄마의 눈치가 보여 나도 모르게 울고 말았다. 나는 왜 친구처럼 엄마가 좋아할만한 답을 생각해내지 못한걸까 후회스러웠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이를 그만큼 많이 혼낸다는 것으로 해석되기때문에 내답이 엄마 맘에 안드는게 당연했다.

 학습지를 시작한 덕에 책을 많이 접할수 있었다. 글쓰기 숙제가 독서를 해야만 가능한 것이기에 자연스레 책을 가까이하게 되었다. 책은 엄마에게서 도망칠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엄마에게 혼난 날은 책이 술술 읽혔다. 맞은 부위의 얼얼함도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잊혀졌다. 조금전 들은 폭언들도 책만 있으면 두렵지 않았다. 책을 읽다 잠이들면 더이상 나쁜 꿈을 꾸지 않았다. 엄마는 저녁에 가끔 내방에 들어와 팔, 등, 다리, 엉덩이에 난 멍자국에 약을 발라주고 안아주며 ‘그러니까 네가 맞을짓을 안하면 엄마가 안때리지.’라며 눈물을 흘렸다. 엄마의 이런 행동 때문에 나는 아동학대 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었다가 끊었다. 나를 때리는 엄마일지라도 다른사람들이 와서 엄마를 잡아간다고 상상하니, 혼자가 될것 같아서 무서웠다. 친가는 남아선호사상이 강해서 동생을 먼저 챙겼고, 외가 또한 동생이 어릴때 외가에서 자랐기 때문에 동생을 더 예뻐했다. 아빠는 가족에게 무관심했고, 나에게는 엄마뿐이었다. 그래서 그땐 내가 못된아이라서 맞을만했고, 엄마는 원래 착한데 내가 그렇게 만든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나고보니 나를 위한 말이 아닌 학대조차 내탓으로 돌린 엄마를 위한 자기합리화일 뿐이었다. 

 동생은 남자아이 임에도 엄마와 포옹하고 입맞추는것이 자연스럽다. 성인이 된 지금도 엄마와 스킨쉽을 자주 한다. 나는 스킨쉽을 주고 받는것에 익숙지 않아서, 엄마는 물론 누가 다가와도 한껏 움츠러든다. 친구가 다가와서 친밀함의 표시로 백허그를 해도 긴장상태이다. 단지 내가 여자아이 답지 않게 애교가 없는편이라서 그런것 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우연히 접한 다큐에서 ‘맞고 자란 아이는 무의식중에 방어기제가 발현되어 스킨쉽에 소극적일수밖에 없다.’라는 전문가의 의견에 충격과 동시에 겁이 났다.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엄마를 닮아가는 것처럼, 언젠가는 나도 엄마처럼 변해 나같은 상처투성이 아이를 만들까봐 두려웠다. 낳아서 기르는 것만이 모성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게 아닌데 태어나고 보니 괴물같은 엄마손에 길러지는 불상사가 일어나느니 처음부터 낳지 않는것도 모성애의 또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번생에는 엄마가 되지 않기로 다짐했다. 

혹여라도 미래의 내가 엄마가 늙고 병약해졌다는 이유로 과거는 덮고 착한 딸을 자처하고자 할때, 이글을 꺼내볼것이다. 
추천수64
반대수2
베플남자나그네말고...|2019.03.25 09:34
다 읽었습니다 필력이 좋아 거의 수필 정도로 읽히네요 부모의 학대와 사랑 그게 저도 어릴적 동시에 느낄정도로 커서 부모가 밉고 안타깝고 돌아가신날은 눈물도 안나오고 근데 또 발인날은 그 삶이 불쌍해 눈물이 나고 그러더라구요... 잘 이겨내고 용서하라는 말씀은 드리지는 못하겠지만 너무 과거에 집착하여 본인의 또다른 행복이 될수 있는 일들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베플SUㅡ|2019.03.22 22:25
여러 번 댓글을 썼다 지워요. 분명한건 과거의 아픔을 스스로 잘 치유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 훗날 딸이 생긴다면 글쓴이의 어머니와는 다른 훌륭한 엄마가 되실거예요. 어머니와 글쓴이는 아주 아주 많이 달라요.
베플ㅇㅇ|2019.03.22 20:41
심리 치료 받으시길. 상처를 극복해야 님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수 있어요. 부모자격 없는 인간에게 무슨복으로 자식이 생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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