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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중생활'(8)

애버애프터 |2004.02.06 23:00
조회 907 |추천 0

교실로 가는 길에 우혁은 화장실로 가고 난 곧장 교실로 왔다.

해미와 하영이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해미는 무슨 일 없었냐는 둥, 그녀석이 뭐라그러냐는둥, 너무너무 걱정됐다는 둥 늘 듣던 레파토리를 구사했고 난 늘 하던 대답 그대로 '아무것도 아니었어. 걱정하지마.'그러고 나서 웃음까지 있는 답을 했다.

그리고 남은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 난 밀린 필기를 하느라 정신 없었고 그녀석은 필기를 언제 끝냈는지 노트를 펴놓고 나가버렸다. 덕분에 나는 그녀석 필기를 볼수 있었다.즉, 칠판 지우는 당번아이의 눈치를 안볼수 있었다.

권우혁과 난 종례시간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교길에 난 해미에게 나먼저 간다그러고  일부러 빨리 나와버렸다. 그녀석에게 받은 이상한 문제에  답을 하기 싫어서였다. 도대체 뭔가? 뭔데 자기가 멀쩡한 내일상에 끼어드냔 말이다.

우리학교 1학년은 야자가 없다. 대신 도서실과 시청각실을 전면 개방하고 숙제와, 필기가 엄청나다 워낙에 명문이라서 1학년때부터 학원다니는 애들이 태반이니, 학교측에서도 야자를 하나마나인것이다.

대신 2,3학년들은 12시에서야 겨우 집에 가는 정도다. 정말 내년이 두려....운것만은 아니다. 지금 내 머리엔 그 권우혁을 어떻게 하면 떨어지게 할까 고민이 줄줄이었으니까.

저 끝에서 쿵쿵쿵쿵 소리와 함께 고함이 들린다.

'야~~~~~~~ 거기서'

'응? 누구지?'엉겹걸에 뒤를 돌아본것이 화근이 되어 또다시 권우혁과 같이 집에 가게되었다.

'헉헉헉 너 걸음 디게 빠르다.

그럼 너같음 이런 상황에 느리겠니?

'근데 왜 따라왔어?' 난 그 질문을 잠시 잊어버렸다 땀으로 범벅된 그애 머리를 보고 약간 미안해졌기 때문이다.

'너.....허헉.. 대답해.'

아차 싶다 이녀석....도대체가..꿍꿍이가 뭘까?

'대답안하면 그때부터...'

또 내꺼니 니꺼니 할거같아서 난 그아이 입부터 막았다.사람들 시선이 따가워서

잠깐 손을 떼자 다시 종알 거린다.'왜 말이 없냐 그럼 그냥....'

다시 입을 막았을때 난 무의식적으로 '그래 갈게' 라고 대답을 하고 말았다.

우혁은 '그래?' 그러고는 밝게 웃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이 입을막은 내손을 잡고 걸었다.

'근데 왜 손은 잡냐?'

내가 묻자 우혁이 대답했다.

'친구니까.'

친구? 이게 정말 누구맘대로 친구야? 친구가 뭐 거저생기는건줄 아나?

하지만 그 말의 어감이 가히 나쁘지 않았으므로 난 그냥 넘어갔다.

 

드디어 일요일이다. 햇살이 눈부시다 난 비가오길 바래서 새벽운동도 하루쉬고 물떠놓고 기우제까지 지냈는데..헛고생이었다. 엄마는 그.. 파출부보조일을 하루 쉬게 됐다고 어제 이른저녁부터 들어와서 쉬고계신다.

혹시 엄마가 일어나 밥을 찾을지 몰라서 밥상을 보고,집안을 깨끗히 정소해놓고 옷장을 뒤지는데 멀정한거라곤 청바지랑 작년에 아르바이트로 산 5000원짜리 티가 고작이었다.이거라도 입어야지. 지가 어쩔거야? 지맘대로 약속한거니까....

준비를 다하고 출발이다.

분명히 가영이랑 하영이랑 미래한테 약속을 정했다. 그녀석과 단둘이 데이트를 한다는건 아무래도 싫었으니까.

지하철역에 나가니 가영이는 보이지 않고 하영이와 미래가 있었다. 내가 두리번거리며 가영이를 찾자 미래가 눈치를 채고 설명해줬다

'아참 가영이말이야 어제 너 전화 안받아서 우리집으로 전화했더라. 음..오늘 농구경기 모니터하러 가야된다고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 선배들이랑 전부 다 갑자기 약속이 정해져서 미리 말못해서 미안하대.'

 끄이그....어제라..밤늦게까지 내일 먹을 된장찌개에 들어갈 마늘을 까고 파를 다듬느라 눈물 콧물이 핑돈상테로 잠이 들었는데 뭐가 들렸겠는가.

놀이 동산 앞에 도착하자 그녀석이 보였다. 면바지와 티 그리고 재킷의 의외로 간단해 보이는 옷차림이었지만 .. 나중에 알고보니 명품으로 쫙 도배한 몸이었다.

하영은 넋이 나가있었고 미래는 내눈치를 보았고 그녀석은 우리 셋에게 인사를했다. 인사가 아닌가?

'왔냐? 들어가자,'

하영이는 미래 등에 철썩 붙어 우혁이만 힐끔힐끔 흠쳐봤고 난 그녀석의 강압적인 행세에 따라갈수밖에 없었다.

안그러면 또 이 사람들 많은 곳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르기에..

'아 저거타자.'내손을 잡고 들어간곳이 그......컵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놀이기구가 있는 곳이었다  미래와 하영은 나와 우혁을 따라왔다. 사실은 미래는 눈치가 보인다며 하영을 데리고 다른걸 타겠느니 먹으러간다느니 했으나 내가 우혁만 보는 하영이를 핑계대며 같이 타자그런거다.

놀이기구의 줄은 그리 길지 않았으므로 금방 탈수 있었다 그런데 이녀석이 왠일로 'lady first'하면서 미래와 하영부터 들어가라고 하는것이 아닌가?

미래와 하영이 타자 나는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놀이기구에서 나를  확 끌어당겨서는 다른곳으로 가버렸다. 뭐니....나는 놀랄 기회도 없었다. 도대체 이녀석 무슨 속셈이지?

'우리는 다른거 타자' 우혁은 날 꽤 멀리 떨어진 곳으로 끌고 와서는 말했다.

'음.......저거...' 이녀석 지가 뭘 찍었는지 아는거야 모르는거야?

우혁이 가리킨 것은 바이킹이었다.

우혁과 나는 바이킹을 탔다. 나는 워낙에 무서운것이 없었던터라 재밌게 탈수 있었다.

사실 난 바이킹을 탔을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  옆에 있는 이 녀석때문이 아니라 놀수 있는게 너무 좋았던거다.

그래서 막 웃었다. 무서워 죽는 사람들 사이로 난 원없이 웃은것이다.

'하하하하하하하 아하 아하 하하하하 크크크~'

''그렇게 좋아?' 우혁이 내가 웃는게 신기하다는 듯이 자세히 들여다 보다가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난 또 웃었다. 하하하하하하.음..

그때였다 입술이 따뜻해졌다 순식간이었다 웃고있는 나에게 우혁은 키스를 했던거다..

시작은 우혁이었지만 끝은 내가 냈다. 길게...키스하면 나도 지지 않아~

난 바이킹에서 내리면서 우혁을 슬쩍 봤다.

우혁은 나를 넌지시 보더니 장난스런 표정으로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이제 우리 뭐할까?'

'미래랑 하영이는?'내가 찾으러 가려하자  우혁은 앞을 막고 서서 핸드폰을 꺼내어 문자를 보여줬다.

'하영이랑 나는 먼저 갈게. 나중에 한턱 내라.' - XXX-XXXX-XXXX;

권우혁~ 근데 어째서 미래가 우혁이 번호를 알고있는거지? 히힉 설마 얘네들이 짜고???라고 생각했으나..미래는 그럴 아이가 아니었다. 아니면 권우혁이...

난 새침하게 우혁을 보고 말했다..'뭐야? 뭐하자는 거야?'

'이런걸 영어로 데이트라고 하지?'우혁은 어깨를 두르던 팔로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그날 나는 7살때 이후 처음으로 놀이공원에 가서 웃을 수 있었다. 집에 왔을땐 저녁 6시가 되어 있었다. '자 들어가~친구'

그래, 친구 좋~다 그래 친구가 그렇게 키스에 손까지 잡냐?

내가 들어가려했을때 우혁이 내손을 잡더니 확 당겨서 갑자기 안아버린다.

'이건 또 무슨 영화냐?'

'프렌치키스' 그러더니 그는 내게 두번째 키스를 했다. 살짝.

'간다'

그것이 그날의 데이트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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