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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California

 

Hotel California



회색빛 하늘아래 서 있던 캘리포니아의 그 호텔인가요?

얇은 회색코트 깃을 세우며 들어서던 커피숍의 그 자리에 당신은 앉아 있을 것입니다.  싸늘히 식은 잔을 들어 이미 향기 빠진 원두커피를 마시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이십 여 년의 세월을 앉아 기다리겠죠.  물론 저를 잊지 않고 있다면 말입니다.


벤네스가의 새벽버스와 스낵바에서 하얀 동전을 내밀고 사마시던 고독한 커피향을 잊을 수는 없습니다.  파란 선그라스에 짧은 스커트를 입고 다가오며 미소 짖던 모습은 여전하겠죠. 

“꼼모 에스따 우스떼?”  안녕하냐는 당신의 인사였죠.

“삐앤, 그라시아스. 우스떼?”  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은 어떠세요?


아무도 몰래, 서로 언어도 통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만나기로 했던 25번가의 그 호텔,  이국땅에서 이국인들끼리 젊은 남녀라는 사실 하나로, 스치는 눈길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는 사실 하나로, 더듬거리는 언어에 깃든 설렘을 서로가 느꼈다는 사실 하나로 만나기로 한 장소였습니다.  그날은 저도 당신처럼 검은 선그라스를 끼고 나갔었습니다.  당황하는 눈빛을 감추기 위해서였습니다. 


I love you. I want you. I need you. 라는 말 중에서 제일 먼저 당신이 던진 말이 어떤 것인지 기억 하시나요?

바로 당신을 필요로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무척 간절하게 누구를 필요로 한다는 S.O.S 신호를 보냈던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잿빛하늘은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당신의 무릎을 베고 누워 쉬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확실히 우리는 서로가 필요했습니다. 


이국의 고독을 피하여 찾아든 호텔이었던가요?

벗겨지는 브레지어 앞에서 화석처럼 서 있던 내 모습이었습니다.  갈색눈동자에 눈물이 고였던 당신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고독했을까요?  서로 부둥켜안고 있었던 침대는 왜 그렇게 싸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직 당신의 살결만 따듯했습니다.  그래서 자꾸 당신만 파고 들었습니다.  아마 서로가 너무도 외로웠고 캘리포니아의 그 잿빛하늘이 너무도 싫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피우던 말보로 담배,  당신이 피우던 셀렘 박하향 담배,

말보다는 허탈한 미소로 대화하며 내뿜던 연기에 질식할 것 같았습니다.  고독한 몸부림으로 성적유희를 발산하며 토했던 숨결은 차라리 죽음의 나락이었습니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던 빌딩을 가득 둘러친 불빛, 질주하는 자동차, 전광판에 빛나던 상품광고문구, 그리고 비가 내렸습니다.  잿빛하늘이 내려앉았던 것입니다. 


당신은 저보다도 더욱 외로웠습니다.  그 속으로 저는 빨려들었고 같이 진저리쳤습니다.  그렇게 만남을 되풀이하던 어느 날,

저는 말했습니다.  I love you.


그렇습니다.  고독의 도피행위가 바로 사랑입니다.  외롭지 않은 자가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겠습니까?  배고프지 않은 사람은 햄버거를 찾지 않습니다.  목이 마르신가요?  여기에 콜라가 있습니다.  당신의 갈증은 나를 마시고, 내 갈증은 당신을 요구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마시는 행위가 바로 사랑입니다. 


25번가의 그 호텔,

지금도 커피숍에서 파란 선그라스를 끼고 저를 기다리시나요?  아직도 고독하신가요?  그렇다면 캘리포니아의 잿빛하늘 아래로 날아드는 비행기를 타고 가겠습니다. 

저도...... 저도 무척 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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