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게 깨달았지만 1년이 조금 넘은 시간 동안 나는 겨우 너의 허상에 목메었다.분명 처음부터 날 향한 눈빛이 사랑이 담기질 않았음을 알았는데도이미 너에게 빠져버린 나는 그저 나비가 꽃에 이끌리듯 너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너의 그 지키지 않는 말뿐이던 달콤한 속삭임에 내가 조금만 희생하면 조금 더 이해해주고 기다려 준다면 네가 바뀔 거라는 크나큰 착각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바뀌는 척 연기하던 너에게, 불나방이 된 듯 모든 게 타버리는 줄 모르고 내 전부를 태워 버렸다.
네가 알지 모르겠지만 군인 신분인 네가 쉬는 날 나와 면회해주는 것과 그렇게라도 나를 만나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분에 넘치는 행복감이 매주 가던 면회가 힘이 든다는 생각은 꿈에도 못 했던 까닭이며,항상 혼자 챙겼던 기념일도 함께할 수 있음에 위안하며 애써 서운함을 삼켜왔던 까닭이었다.
어찌 보면 기념일은 나의 알량한 욕심이었을 수도 있다.기념일이라는 날을 빌려 널 만날 수 있는 그럴싸한 명분을 만들고부담을 주지 않고 널 챙겨줄 수 있는 좋은 구실.기념일에 있어 나의 간절한 바람은 값비싼 선물들이 아닌 너의 진심이 담긴 편지 한 통 이었다.허나 너는 늘 선물은 커녕 편지조차 내가 서운해하는 모습을 본 뒤에서야 기념일이 지나 뒤늦게 전혀 말이 이어지지 않는 정신없이 쓴 껍데기뿐인 모순덩어리 편지를 건네고는 했다.
나는 아직도 버리지 못한 이 편지들이 모순이었다는 것도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깨닫게 되었다.그때는 마냥 좋아서 네가 한 모든 말들이 진심인 줄 알고 정말 그래줄 거라 믿어서네가 다른 수많은 여자들에게 먼저 말을 걸며 작업, 흔히 말하는 어장관리를 해도 화가 아닌 떨리는 목소리로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고 나지막이 부탁했었고그 일들이 반복될 때 마다 나는 눈물로 계속 이제 이런 짓 그만해 달라고 너에게 변화를 부탁하다 끝내 내 생일을 앞둔 날 훈련기간 중에도 또 그런 너에게 울며 이별을 말했다.
그 후 오래 지나지 않아 하루 뒤, 정신이 나갔었다며 다시 한 번만 믿어 달라며 생일만이라도 같이 보내게 해달라며 날 다시 붙잡는 너의 거짓된 고백에 속도 없는 나는 또다시 녹아내려버려 네게 붙잡히고 말았고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펑ㅡ 하고 터져버릴 듯한 불안함을 품은 채 애써 아닌척하며 너와 계속 만나게 되었다.
다시 만나 처음 불안해하는걸 들켰을 때 이해한다며 다 자기 잘못이라고 말했던 너는, 점점 날 피해 밖으로 나가 받는 전화가 생기고 내가 모르는 여자와 메신저를 숨기고 또다시 주고받았으며디데이에 제목의 의미가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되었고 함께 찍은 사진에 나를 도려내고 올리기까지에 다다랐다.그런 너의 모습에 울음 섞인 물음을 건넨 나에게 네가 한 대답은 왜 이런거 가지고 불안해하냐 이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없겠느냐였으며 되레 화를 내고는 날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였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네 모습에 계속되는 서운함이 깊어지고 그에 따른 다툼이 잦아질 때 즈음 도려낸 사진에 대해 서운함을 말한 그 다음날 너는 내게 처음으로 이별을 말했다.
이 글에 많은 너와의 다툼이 생략되었지만, 여태까지 내가 서운해하던 부분들이 전혀 이해가 되질 않고 너는 나를 하나도 이해하지 않는다며너의 것으로 만들기 직전까지 온 거 같은데 정신이 차려지더라고 그냥 너에게 맞춰진 사람인 걸로 느껴져진다며1년이 넘은 지금도 불안해하는 넌 온전한 연애를 할 수 없는 사람 같고 나와는 맞지 않으니 너와 맞는 남자를 만나라는 말과 함께 전역이 2달 남짓한 그날 그만하자고 말했다.
너의 모든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느끼게 해서 미안하고 그럼에도 날 만나줘서 고마웠다며 한없이 사과와 고마움만 표했다.네게 많은 상처를 받고 이별 통보를 받은 후에도 나는 너와 함께한 추억이 소중하고 잊고 싶지 않은 기억뿐인데,한순간에 나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을 원망하고 추억들을 부정하는 너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였다.
너는 결국 기다린듯 나의 마지막 인사를 읽고 무시했으며,덕분에 나는 매일을 술로 지내고 잠도 못 자 피를 쏟을 정도로 사람답지 못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다 5일 뒤 이대로 잡아보지도 않고 널 떠나보내면 영영 후회할 것 같아 사과, 후회, 애원으로 채워 긴 장문의 메시지를 남겨놓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너는 읽지 않았고 애꿎은 프로필만 업데이트되었다.대답할 가치도 없었는지 아무런 대답하나 없이 넌 더 보란 듯이 간접적으로 새로운 사람이 있음을 보였다.
그러나 너로 인해 2주가 지난 오늘 아침까지도, 내 눈길이 닿는 곳 마다 너를 떠올리고 끊임없는 자책을 하며 꿈마저 편히 꾸지 못하는 나에게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과 먼지만큼 작은 행동으로 너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강렬하고 묵직하게 가슴속 깊이 새겨주었다.
그리고 지금 네가 정말 나쁜 사람임에 감사하려 한다.
긴 시간 내 탓만 하던 나에게 이제는 내 탓이 아니라 말할 수 있게 되어헛된 희망에 허우적대며 헤어 나오지 못한 나를 이제는 꺼내줄 수 있게 되어아닌 걸 알면서도 그렇게 믿고 싶어서 놓지 못한 것들을 이제는 다 인정하고 포기할 수 있게 되어서네가 나쁜 사람임에 다시금 감사한다.
아마 나는 네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난다면 바보처럼 흔들릴지도 모른다.그러니 마지막으로 양심이 있다면 다시는 내게 연락하지 않았으면 하지만네가 그만큼 내 생각을 해줄 사람이 아닌걸 알기에 혼자라도 굳게 다짐하고자 이 글을 쓰며 나 자신과 약속을 한다.
그동안 모든 나의 생활을 네게 맞추고 나 자신을 잃어 가며 널 이해하고 나를 갉아먹으면서까지 억지로 너를 용서했던 모든 행동들과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 자신을 학대했던 것에 대해 후회한다.앞으로 이렇게 헌신적이고 열정적이게 무조건적인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지만네 덕에 이런 사랑이 나에게 무척 좋지 않음을 알았으니 그걸로 너와 함께한 시간들은 후회하진 않기로 했다.
그리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 않은 시간동안그래도 내옆을 지켜줘서 언젠가 힘들고 외로웠던 나를 구해줘서좋은 추억과 값진 교훈을 안겨줘서 고마웠으며 무척이나 사랑했다.
조금 구질구질하고 찌질해 보일지 몰라도 차마 네 행복은 빌어주지 못하겠다.지금의 내가 겪는 아픔보다 더 큰 아픔이 네게 찾아와나보다 후회하고 내 생각을 떠올리며 눈물짓는 날이 네게 오길 바란다.
2019년 8월 30일 너의 전역날은 오늘처럼 비가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