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과 연애를 합니다.
유독 미숙한 사람에게 끌리는 것 같아요. 전 애인들은 매력 있고 제게 헌신적이었지만, 다정하고 달콤한 처음의 모습과 달리, 관계가 진전되며 점점 제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마음을 할퀴고 사과하는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너는 부모님의 소중한 딸이니까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라는 말을 듣습니다. 이 얘길 들으면 얼마나 속상하시겠냐구요.
하지만 저는 부모님께 소중한 딸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는 신체적, 언어적으로 저를 학대했고, 어머니는 좋은 분이셨지만, 아버지의 학대를 버텨내느라 저를 지켜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위로를 들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토대로 자신의 소중함을 가늠하는구나 하는 위화감만 들 뿐이에요.
저는 학창시절부터 성취 욕구가 강해 저의 바람과 취향, 욕망을 고민할 틈도 없이, 시키는 공부만 하다가 어른이 되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활짝 열게 되었고, 깊은 애착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그가 저를 학대해도 그 것을 학대라 여기지 못하고,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사람에게 마음을 잘 열지 않기 때문에 처음엔 애인이 제게 구애하여 관계가 시작되지만, 만나며 필연적으로 갈등을 겪고, 저는 제대로 선을 긋지 못해 버티고 버티다, 결국 버림 받듯 관계가 끝이 나구요.
늘 자기애와 자신감이 높았기에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곰곰히 돌아보니, 저는 존재 자체로 사랑 받아 마땅하다고 스스로 생각해 본 적이 없더군요.
이 것이 자존감 아니던가요? 세상의 미의 기준에 나를 맞춰야, 성공의 기준에 들어야, 정상 범주 안에 속해야만, 그래야만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자꾸 모든 면에 애를 쓰고 몸이 상하도록 노력하게 됩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친구들을 보면, 스스로에 대해 근거 없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물어보면, 상사로부터, 친구로부터, 연인으로부터 위협 받고 자신의 존재감이 휘둘릴 때 이를 다 잡아줄 가족이라는 뿌리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단호하게 거절을 하고, 연을 끊어낸다고요.
반면 저는, 저를 괴롭게 하는 사람들과 만나도, 세상에 혼자 남게 될 내일이 두려워, 상처 받은 나를 위로하기보단 상대의 말과 행동을 합리화하고, 관계를 끊어 내지 못합니다. 어느 선까지 상대의 행동을 용인할지에 대한 기준이 없으니, 기분도 잘 상하지 않고, 행동을 할 때 은연중에 상대 기분을 우선순위로 생각하게 됩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친구들은 외모가 어떻든, 능력이 어떻든, 그 것과 별개로 사랑 받아 본 경험이 있기에 그 존중을 자신과 남에게 베풀 줄 압니다. 저는 이렇게 마음이 흔들릴 때면, 세상에 제가 존재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존재감을 찾기 위해 성취에 집착하게 되고요.
한 때는 마음의 안전 기지를 연인에게 두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것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이었는지 6년 만난 애인과의 이별 후에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무엇에 애착을 두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말했던 연인들은 모두 나를 떠나갔으니까요.
인간은 모두 혼자라지만, 제 친구들은 가족이라는 뿌리가 있습니다. 함께 살진 않더라도 연락이 오는 가족이 있구요. 어린 시절 가족의 사랑은 부족했지만, 운이 좋게도 제겐 좋은 친구들이 있어요. 그러나 그들은 그들만의 가정이 있습니다. 제가 만약 집에서 사고로 죽는다면, 아무도 저를 발견하지 못하겠지요.
스스로 뿌리 없는 나무같이 느껴집니다. 열심히 자라려고 노력하지만, 휘청일 때마다 뿌리가 뽑힐 것만 같고, 처음부터 잘못된 느낌... 이 모든 생각이 과도한 자기 연민일까요? 늘 독립적이고 강해지려고 노력했는데, 점점 스스로가 약하게 느껴집니다.
주위에서는 슬슬 결혼을 하기 시작합니다. 어렸을 때는 나만의 가정을 이룬다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자신이 없네요. 제 가정을 이룬다면 이 공허함이 사라질는지요? 혼자서도 행복해야 나의 가정도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다들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사시나요?
이 공허함을 견디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디서부터 노력해나가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