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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새댁 명절 경험담, 그리고 하소연 ㅠㅠ

다가온다 |2019.09.09 12:37
조회 20,074 |추천 132

작년에 결혼한 25살 된 새댁입니다.
남편은 6살 차이나구요.
연애는 2년했고 서로 너무 잘 맞고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평소 너무 잘해주고 좋아요.
시어머니 가끔 말을 막 하긴 하시지만 중간에서 남편이 잘 막아주고 그래도 챙겨주려고 하시고 괜찮은 분이세요.
하지만 딱 하나, 명절이 너무 싫습니다. ㅠ
추석이 두려워지네요...


남편의 시댁은 좀 많이 보수적인 집안이고 시아버님은 장남이시고 남편은 장손주에요.
그래서 명절, 제사는 항상 저희 시댁에서 지냅니다.


전 결혼도 친구들보다 일찍 한 편이라 모임에서 만나도 시댁에 대한 얘기는 관심사도 아니였고 저희 또래에서 잘 나오는 주제는 아니였어요.
또 저희 집은 제사를 지내지 않아서 명절증후군이나 제사나 성묘.. 등은 저랑 늘 먼 얘기처럼 느껴졌어요.


근데 올해 설날, 첫 명절을 겪고 나니 이게 말로만 듣던 명절이구나......
솔직히 말로만 글로만 볼 땐 몰랐는데 막상 직접 겪으니까 스트레스가 생기네요. ㅠㅠ


제가 겪은 첫 명절입니다.
편하게 음슴체로 할게요



결혼하고 첫 명절이니 단정한 원피스로 나름 새댁느낌 충만하게 감
시조부모님부터 서열 순으로 인사 드림.
아가 니가 고생 좀 할기다 라고 얘기하는데 헤헤 흘려들음


시어머니가 일단 밥부터 먹으라 함
이땐 몰랐지 밥 잘 챙겨먹었어야 했다는 걸


밥 다 먹고 음식 만들 준비
주방에서 이제부터 시키는대로만 하면 된다고 함
시어머니 주도 하에 모든 것이 시작되고 작은 어머니들은 각각 파트나눠 알아서 음식 맡아하심.
시할머니는 간간히 오셔서 이래라 저래라 얘기


만두빚고 꼬치끼고 깻잎전, 고추전, 동그랑땡, 동태전 등 많은 전들을 부치고 불고기 만들고 산적 만들고 조긴지 굴빈지 굽고 나물 무치고 국 끓이고 등
더 있었는데 기억이 다 안남
아무튼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없으니까 이거 첨 해보냐고 한숨 푹푹 아이고 어쩌냐 등 쿠사리도 먹고 서러웠음


여자들은 기름냄새, 가스냄새 맡아가며 일을 하지만
남자들은 티비 앞에 앉아서 정말 아~~~~~~~무것도 안함
진짜 말로만 들었지 내가 직접 경험하게 되다니


여자만 하는 것이 이해 안 가서 남편보고 와서 거들라고 했더니 시어머니가 남편보고 정신 사나우니 나가라고 함
근데 남편은 엄마눈치도 봐야하고 내 눈치도 봐야하니 옆에서 우두커니 서있음
저기 가있어 라고 말하기 싫어서 가만히 있었음 ㅠㅠ


내 손이 밀가루반죽인지 밀가루반죽이 내 손인지 내 손이 전인지 전이 내 손인지 모르면서 현기증나고 어깨가 끊어질 것 같을때 쯔음 겨우 제사음식이 끝남
밀가루, 계란물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하다


제사음식을 다 하고나면 저녁을 먹어야 하니 저녁을 차림 + 설거지
저녁 치우면 어른들 술상을 차림 + 설거지


입가심으로 과일도 깎아야 함
시아버님이 깎아서 시할아버지, 시할머니 직접 드리라고 하시길래 저 과일 잘 못 깎는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래도 깎아 버릇 해야지된다며 깎으라 함
나름 소심하게 반항한답시고 시어머니한테 감자칼있냐고 했다가 다 큰 애가 과일도 못 깎으면 어떡하냐 한소리 들음
사과 깎는데 계속 툭툭 끊기고 껍질 두껍고 갈변 조금씩 되면서 너무 맛이 없게 보이길래 하나 깎고 남편 쿡 찌르고 밀어버렸음
과일 깎는 거 배워야겠다고 뭐라뭐라 하시는데 절대 안할거라 다짐함


그렇게 밤이 오고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로 이부자리를 깔고 딱딱한 바닥에 누워 잠 오길 기다리는데 옆에 있는 남편은 눈치없이 코를 오지게 곰
커카ㅓ커ㅓㅓ커ㅓ커커커커커ㅓㅓ커ㅓㄱ 푸우유우우ㅜ
평소 남편 잘 때 코골이가 심해서 울 오빠 자다가 무호흡오면 어떡행 ㅠㅠ 쓸데없는 걱정까지 했는데
그냥 디저버려라 몹쓸 생각까지 듬


잠자리가 바뀌어서 불편하고 시끄러운아중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음
평생 해야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고 학창시절 스쳐지나간 공자님, 유교사상까지 떠오르며 밤새 결혼과 나의 미래에 대한 고찰을 함
한국은 무교가 많다고 하지만 아니다 유교야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새벽 6시가 되면 상에 올릴 음식들을 준비해야하니 일어나야 함
열심히 그 제사그릇에 음식을 올림
예쁘게 올리면 된다고만 했으면서 수북하게 안 올렸다고 타박, 과일도 위에 안 자르고 올렸다고 타박


차례 지낼 때 시어머니가 조상님한테 잘 되게 해달라고 빌라길래 산 사람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고 빌었다


끝난 후엔 제사그릇을 열심히 또 닦고 정리하면 아침식사를 준비


모든 남자들과 아이들부터 식사를 시작함
남편 앉아서 밥 먹고 있는데....목구녕으로 밥이 넘어가냐 이 ㅅㅂㅅㄲ... 원망스럽고 욕만 나왔음
구석 밥상에 남은 음식들을 모아서 시어머니가 이제 우리도 먹자 하는데..... 이땐 진짜 빡쳐서 눈물 날 것 같더라
먹기도 더러워서 싫고 입맛도 없었고 저 좀 쉴게요 하고 방에 들어와버림


남편도 눈치보며 따라들어옴
왜 밥 안 먹어.. 배 안 고프냐 하길래 됐고 집에 언제 갈거냐고 물어봄
조금만 있다가 가자 얘기하길래 대꾸할 기운도 없어서 한숨 쉬고 누워버림
힘들었지 미안해.. 라고 얘기하면 것도 싫었고 같이 있음 행복하고 사랑넘치던 애틋한 사이였는데 아 꺼져 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더라


한 30분 누워있는데 쉬는 게 쉬는 것 같지도 않고 얼른 이곳을 탈출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낫겠다 싶어서 남편 불러 가자하고 시어머니한테 저희 이제 가볼게요. 하니
감히 시어머니 허락없이 어딜 가냐길래
웃음으로 떼우려고
ㅎㅎ 저 너무 힘들어요. 갈게요~~ 하고 짐 막 챙김
뭐라고 덧붙이시려고 하는 것 같은데 남편이 엄마 ㅇㅇ이 고생했어 뭐라뭐라 하며 막았음

어른들께 인사하며 가본다고 함
그 와중에 시아버님이
“그래 가봐라 처음이라 힘들었지? 그래도 많이 배웠으니 다음 번엔 더 잘할거야~~”
원래 본인이 하셔야 할 일인데 자상한 척 하시길래
“저보다 아버님이 배워서 하심 더 잘하실 것 같아요 ㅎㅎ” 함
뭔가 갑분싸되면서 시선고정 됐는데 아버님이 그냥 허허 웃으며 그래~ 하심
그리고 그냥 도망치듯 나와버림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이 손잡고 고생했어 얘기하는데 그냥 다 야속하고 내가 왜 이 고생해야하나 싶어 손 뿌리치고 입 닫고 옴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한테 전화해서
오늘 너무 피곤해서 좀 쉬고 내일 가겠다고 얘기함


엄마가 “왜~ 많이 힘들었어?” 하는데 별 것도 아닌 말에 서러움에 복받쳐서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림
훌쩍거리면서 일도 많고 앞으로 어떡하냐 너무 가기 싫다고 징징댐


“처음에 다 힘들고 그렇지 뭘 울어~~~”
하는데 나중에 아빠한테 들어보니 엄마는 그 날 밤에 한숨도 못 잤다함
엄마 괜히 걱정시킨 것 같아서 말하지 말걸 후회됨..


남편이랑 명절에 대해서 얘기함
얼굴도 모르는 조상을 피 한 방울 섞이지도 않은 사람들이 너무 고생하는 것 같다.
바뀔 순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 음식할 때 오빠가 들어와서 내 일이라 생각하고 해라. 난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렇게 오빠라도 바뀌어야 하겠지 않겠냐고 말했더니
자기도 어릴 때부터 엄마가 그렇게 고생하는 거 싫었다고.. 이제부턴 자기가 음식하고 하겠다고 함.




글 쓰다보니 그 때의 감정이 다시 올라오네요..
바뀌지 않겠죠. 이미 그 집안의 문화이고 뿌리깊이 박힌건데..
명절에 각자 가는 것으로 합의를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뒤에 올 후폭풍 등은 제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구요.
그냥 든 생각인데 명절은 집안 남자들에게 다 맡기고 명절 여행이나 갔다올 날이 올까요.., 오겠죠

좋게 생각해보려고 해도 그래도 추석 너무 가기싫으네요 ㅠㅠ

아무튼 대한민국 며느님들 화이팅입니다.
추천수132
반대수1
베플1234|2019.09.09 14:54
결혼전에는 명절이 좋았는데 결혼후에는 명절이 너무싫습니다. 전 첫명절때 추석이었는데 저 결혼전에 시댁에서 생전 만들지도 않던 송편을 집에서 만들어야한다고 하셔서 송편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9개월 만삭이었네요 ㅠ.ㅠ 그때 너무 서러워서 방에서 엄청 울었던 기억이납니다. 그리고 밥도 남자들먼저 먹고 여자들 나중에 먹는데 정말 남은 찌꺼기 먹는거 같아서 저도 안먹어요 . 남편이란넘은 티비보고 누워있고 정말 패주고싶었네요.저도 쓰니님과 같은 나이에 결혼해서 벌써 이짓을 10년넘게 하고있네요. 그리고 명절때 저도 엄마보러 친정가있으면 남편한테 전화옵니다. 시누가 본인엄마보러 왔으니 저희보고 오라는거지요 차로 세시간 걸리는 거리를 ㅠ.ㅠ 2-3년은 친정에서 1박하고 남은 연휴때 시댁에 갔었는데요 저희엄마가 신랑한테 그랬어요. 자네 누나도 엄마보러 친정왔는데 우리 딸은 나잠깐보고 또 가야겠나? 나도 내딸 오랜만에 봐서 더 있다가라 해야겠네 ㅋㅋㅋ 그래서 지금은 시누와도 시댁안가요, 저도 인제 10년이되서 배째라입니다. 이번명절때도 명절당일날 빠르게 그곳에서 탈출할껍니다. 쓰니님도 최대한 빨리 탈출하세요.명절전에 신랑분이랑 약속 꼭 하시구요, 전 10년이 흘러도 꼭 약속을 합니다.
베플남자자는중|2019.09.09 12:57
정말... 그놈에 문화가 사람잡네 . . 나도 어렸을땐 우리 엄마가 그렇게 하는걸 봐와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 많이 생각이 달라짐... 지금은 다 없앴음 - 절에 모시고 절에가서 절하고 말아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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