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예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큰집 장녀입니다.
매년 명절 차례상을 어머니와 도맡아서 하는데 올해는 더이상
아무것도 하고싶지않아서 , 정확히 말해서는 현타가 와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1. 명절 전 주 부터 장을보는데 한두번만 보는게 아닙니다.
다른 큰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희집은 시장 만 5일을 봐요.
해산물 하루, 육류 하루, 채소류 하루,그외 자잘한 차례상에 올라가는 것들까지요.
인터넷으로 시키자고 아무리 말해도 직접보고 사야 좋은거 먹일 수 있으시다며
끝끝내 고집안꺾으시는 어머니덕에 힘들어도 따라다니면서 장을 봅니다.
근데 서운한건 그렇게 힘들게 밑준비 까지 끝내놔도 오후7시까지 사람들이 안와요.
작은숙부네가 와야 우리도 조금 수월하게 차례음식 해놓고 조금 숨돌리는데,
와서 바로 딱 밥만 잡수실수있게 대기 타고있는게 현실입니다.
그래놓고 이거없냐 저거없냐 찾는 것만 많아서, 딱히 수고했다는 소리도 없어서
잘 대접했다고 생각해도 이러니, 뭐하러 고생해서 장 봤는지 허탈합니다.
더불어 장 본 값만해도 80만원이 넘어요. 인원이 13~16명은 족히 먹으니까.
물론 봉투 주시는거 감사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론 안받고 안하고 싶어요.
봉투 주시는거 다합해도 식재료값 반도 안되는데 , 고생하고 속만 상하고
더이상 표정관리가 힘들어요.
2. 위와같은 이유로 제가 같은 항렬 친척오빠들과 동생들에게 조금씩 차례방향을
바꿔보면 어떨지 얘기해봤습니다. 아무래도 다들 나이도 있고하다보니 오빠들이나
동생들이 숙부님께 잘 말씀드리면 뭔가 변화가 있길 바라면서요.
차례를 없애자는게 아니라 ,
음식을 각자 해와서 명절 아침에 간소히 지내자.
다같이 모여서 명절전날 저녁에 식당예약해서 먹자.
추석이나 설날 둘중에 한번만 차례 원래대로 지내고
한번은 가족들끼리 여행가거나 하자.
결론은..
너 페미야? 소리만 듣고 얼굴만 붉어진채로 혼자 나와서 눈물 쏟았습니다.
물론 동의하는 동생들도 있었지만 , 갑자기 이문제를 좌파 우파 나눠가며 정치질해대는
친척오빠 몇명이랑 남동생들한테 받은 상처가 커서 앞으로의 명절에 참석조차 하기싫어졌어요.
그들의 논리로는,
너는 유교문화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을 한것이다.
차례를 지낸다는 명목이없으면 누가 참석하겠느냐.
일년에 3번(명절,통합제사) 얼굴보고 밥먹는건데 그게그렇게 하기싫으냐.
큰어머니도 아무말씀안하시는데 니가 왜 나서냐.
너는 곧 결혼할건데(내년 예정) 남의집 귀신될애가 왜 왈가왈부냐. 등등
하...
실제 유교전통 따르려면 오빠들이나 너희가 음식해라 . 여자 손 부정타서
종갓집은 그렇게 한다더라.라고 반박하니
또 무슨 유교전통식으로하려면 그릇에 물받아놓고 절해야된다 그렇게할래? 라는
기적의 논리를 펼치는데, 솔직히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거니와 말이 안통하는
벽들과 대화하는 기분이라 저도 슬슬 멘탈이 나가더라구요.
3명이 둘러싸서 저리 주장하니 , 내가 주장한 이야기가 다 헛소리인가? 내가 내위치에서
할얘기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곳이 시골이긴 하지만 ,같이자란 우리세대는 다를 줄 알았어요.
공감해줄줄 알았고 우리가 힘합치면 좋은방향으로 바뀌고 다들 즐거워할 줄 알았어요.
다 제 오산이었고 , 바람이었나봐요.
결혼하면 넌 안올텐데 뭔상관? 이라는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았네요.
나는 이 집 사람아니에요? 내가 차린 밥상 받아 ㅊ 먹고 그게 할 소린지 정말 한대 치고싶었어요.
제가 정말 그들 논리대로 괜히 집안 시끄럽게하는 모난돌 이었을까요?
속상함과 허탈함이 몰려와서 아무것도 하기싫은 명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