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대 남자입니다.시골 댁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두분이 계셨어요.그 아래로 작은아버지 두분이 계시고, 두분 다 슬하에 각각 1남, 1녀 있는 3인가족이에요.저희 아버지가 맏아들이시고, 저랑 누나가 있는 4인가족이구요.
할아버지가 앓아누우셨을때 가장 자주 간병하러간 건 저희가족이었어요.저만 해도 대학다니면서 한달에 두번씩 주말에 시간내서 서울에서 대전까지 내려가고.. 거기서 과제하고 레포트쓰고 그랬었어요. 누나도 시간내서 짬짬히 갔었구요.어머니 아버지도 당연히 시간날때마다 가서 혼자 간병하고계신 할머니 도와드리셧어요.
조카 남동생은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일때라서 혼자는 못갔을거고, 조카 여동생은 가정 내 불화문제로 오기 힘들었을거에요.그러다보니 할머니를 혼자 두지 않게 하기 위해 당연히 저희가족이 많이 갔네요.그렇게 바쁘게 1년정도 살았습니다.
학교 1학년도 마쳣고, 슬슬 시기가 되었다 싶어서 휴학한 뒤에 군대 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원하는 입대날짜는 3월이었는데 정원초과로 6월로 정해졌었어요. 본의아니게 6개월정도 유예기간이 생기는바람에 그냥 그 기간동안 정신 나간것처럼 놀았습니다.그러는 와중에도 병원에는 왔다갔다 했었어요. 솔직히 귀찮았죠. 가서 뭐 할게 별달리 있는거도 아니고 할머니 옆에서 tv보고 핸드폰하고 같이 식사하고.. 할머니도 너무 힘들어보이셨고요. 그 병원의 음울한 공기 자체가 너무 싫었어요.언젠가는 아버지와 함께 간 적이 있었는데 담배피우시면서 저한테 말씀하시더라구요. 만약 당신께서 사고로 의식불명이 되거나 가사상태에 빠져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하지 말아달라고요.들어가는 돈도 돈이지만 간병하는 가족이 너무 고통받는다고.
아무 대답 안하고 그냥 마시던 음료수 들이키고 같이 내려왔었어요.
아버지도 힘드셨겠죠. 슬슬 몸에 힘이 빠지는 나이기도 하시고, 할아버지 간병하는 할머니와 가장 가까운 맏아들로써 책임져야 할 일도 많으셨을거고, 직장 일도 바쁘신데 간병을 위해 많은걸 포기하셔야 했을테니까요.
여하튼 각설하고.한창 날이 춥던 2월 즈음에 이것저것 챙겨서 병원에 내려갔어요.할아버지 상태는 많이 안좋아지신 때였고, 그런때일수록 할머니를 혼자 두면 안된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셔서 주 3일은 저, 주2일은 누나, 나머지 2일은 작은어머니가 오시거나 저희 부모님 중 한분이 가거나 하시면서 로테이션 돌던 시기였어요.
일반병실에서 1인실로 옮겨온지도 꽤 됬었고, 할머니도 큰 기대는 안하시면서 수발만 드시면 때였구요.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그때는 4년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다 기억나요. 밖에는 찬바람이 쌩쌩 불고있었고, 할머니는 로비에 있는 화장실에가셔서 양치질 하고계셨고. 전 할아버지 침대 옆에 앉아서 핸드폰하고 있었어요.그때 하던 게임까지 기억해요. 크루세이더퀘스트라는 도트게임 한창 하고 있었죠. 중간중간 친구랑 카톡으로 실속없는 헛소리나 주고받고 있었구요.
할아버지가 회광반조로 의식을 차리셨는지, 제 손 잡으려 하셨는지도 몰라요.할아버지를 보고있지 않았으니까요. 그냥 피식거리면서 핸드폰 보고 있었어요.그렇게 침대에 기대서 하릴없이 있다보니, 잠시 뒤에 로비에서 발소리 분주하게 들리더니 몇분이 걸어들어오시더라구요. 그리고 알았어요. 할아버지가 저 혼자있는 병실에서 돌아가셨다는걸요.
얼마나 외로우셨을까요? 가족들에게 둘러쌓여계신 드라마에 나오는 임종도 아니고, 임종을 지킨 사람과 눈으로 대화하는 그런 임종마저 아니고, 임종의 순간에 있는건 손자 한명이었으니까요. 그마저도 자길 보고있는게 아니라 핸드폰보고있었는데. 얼마나 슬프셨을까요.
할머니마저 계시지 않았던때에 그렇게 가신지라, 할머니는 어딜 가서 할아버지 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저를 치켜세우셔요. 할아버지 가는데 외롭지않게 손자가 임종 지켰다고. 나 양치하러갔을때 쟤 없었으면 우리 안사람 아무도 없는곳에서 외롭게 갈뻔했다고. 저런 효자가 없다고.그거 들은 할머니 친구분들은 다 칭찬하고, 시골 친척들도 다 추켜세워주시고. 심지어 작은어머니 가족분까지 그이야기를 듣고 '니가 걔구나'하고 어깨 두들겨주시더라고요.
하지만 전혀 그런게 아니란걸 전 알잖아요. 그냥 가는거 귀찮아했고, 가서도 핸드폰이나 주구장창 하고있었고 제가 거기서 한거는 그냥 거기에 있었다는거 하나뿐이었어요. 임종때 할아버지가 뭔가 말씀하신게 없냐고 할머니가 저한테 물어볼때도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손 잡으셨냐고도 물어보셧고요. 저는 아무런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멋적게 웃을수밖에 없엇죠.무슨말을 하겠어요? 할아버지를 보고있던게 아니라 핸드폰을 보고있었고,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나는 모른다고 말할수 있겠어요?
그런게 아니라고 너무 부정하고싶은데 도저히 부정을 못하겠네요. 단순히 양심의 가책 그런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생각날때면 항상 그것만 기억나요.첫 손자라고 얼마나 예뻐해주셨는지. 도르래 돌려서 창문여는 차 태워주시고 그거 돌리면서 놀고있자니 "여기와서 살면 그거 맨날 돌리게 해준다"며 농담하셨던 할아버지.무뚝뚝하신 당신 성격에도 제가 갈때마다 할머니 통해서 용돈 쥐어주시고, 같이 바둑도 하고. 알까기고 하고. 그랬었고..손재주도 어찌나 좋으신지 남들이 버린 고장난 가전기기들을 고쳐서 한무더기 쌓아두시고.차마 지인의 곤경을 무시 못하시고 강남 대신 근처 집을 사셨다가 폭싹 망하고 너 줄 돈이 적어졌다며 그렇게 우울해하시던 할아버지. 그 우울함이 원인이 되서 병이 오셨는데, 정작 손자라고 있던 놈은 핸드폰하다가 임종을 못지켜드렸으니.
할아버지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네요.그냥 밤되니까 문득 할아버지 생각나서 글써봤어요.두서없고 우울한 글인데 읽어주신분들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