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이 많아져서 주저리주저리 씁니다
가족이고 친구들이고 얘기 꺼낼만한 주제거리가 아니라
여기라도 얘기해보고 싶어서요
저희 와이프는 현재 전업주부입니다
1년 반 정도 연애했고 결혼한지는 3년차, 아이는 갓 돌지났어요
연봉은 6천좀 넘고 양가에서 도움받아 서울에 집은 있습니다
결혼전에도 좀 예민한 편이기는 했어요. 그래도 뭐 집안살림 똑부러지고
양가 부모님께도 사근사든 잘하는 편이라 서로 이해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기가 생기고 난 다음이에요. 와이프 성격은 무엇이든
계획이 있어야 하고 정해진 스케줄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타입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지금 12개월이니 잠은 몇 시간을 자야하고 밥은 몇그램 분유는 몇그램이게 본인의 일이고 의무이니 이걸 완벽히 해내야 하는거죠
물론 그게 정확히 지켜진다면 좋죠.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집은 아시겠지만 어떻게
아이가 그렇게 됩니까. 안먹어요. 안자고. 그러면서 와이프는 이게 점점 스트레스로
쌓여요
근데 이게 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요. 엄마들이 모두들 갖는 어려움이니 저나 주변 사람들이 조언이나 제안을 합니다. 스트레스가 심한거 같으니 애 재우고 저녁에 운동이라도 가는건 어떠니. 밥안먹으면 그냥 그 끼니는 치우고 다음번 끼니때 많이 먹여도 되지 않을까? 등등
그러면 와이프는 그 말에 이성이 나가요. "너가 뭘 안다고 그런 소릴해? 나는 내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내가 스트레스 받아서 예민해 보이면 그냥 너가 알아서 눈치보고 가만히 있어. 애는 내가 책임질테니 그런 충고따윈 하지마"라는 반응입니다
그것도 그래 어차피 내가 아빠니까, 남편이니까 그럴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저희 부모님이 얽히면 또 얘기가 달라요. 저희집은 지방이라 1년에 3, 4번? 정도밖에 내려갈일이 없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1년에 몇번 못보는 손주가 얼마나 예쁘겠어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도 저랑 성격이 비슷하고 저희를 키우던 방식도 예전 방식이니 그냥 졸리면 자겠지 배고프면 먹겠지. 라고 생각하세요. 그러다 보니 아이가 짜증을 내면 "아이고 우리 손주 밥먹기가 싫구나?" "아이고 우리 손주 자기 싫구나?" 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와이프는 그걸 들으면 미쳐버리는 거에요. 내가 먹이고 내가 재우고, 내 앤데 왜 3자들이 감나라 배놔라 하냐 이겁니다. 진짜 얼굴 싹 굳어버리고 나한테 애기 수저 주고 방에 들어가 버려요.
가끔 "애기는 요즘도 밥 잘먹고 잘놀지?"라고 전화로 얘기하시면 그날 저녁에 저한테 화풀이를 합니다. 1년에 몇번이나 보신다고 애가 어떻게 지내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애 이쁜 모습만 보려고 하신다고...물론 한편으로는 이해가 갑니다.
장인어른 장모님은 딸래미 예민한거 다 알고 계시니 조심조심 얘기하고 혹시라도 그런 얘길하면 와이프가 바로 그런 소리좀 하지 말라고 바로바로 한마디씩 하죠. 하루종일 카톡으로 장모님이랑 오늘 이랬고 저랬고, 그러면 장모님이 오셔서 가끔 봐주시기도 하시고...근데 시부모님은 자주 뵙지도 못하고 시시콜콜 아기가 어땠는지 일러 바칠수도 없으니 맨날 아무것도 모르는 양반들이 너무 쉽게 말한다고 화를 내요
어제도 시댁가기 싫다고 가면 애 맡기고 애가 어떻게 되든말든 나랑 나가버릴거랍니다. 우리 부모님도 고생해봐야 안다고... 제가 중간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면 더 적극적으로 중재하겠다. 좀만 참자 어차피 이틀만 있으면 되는데...라고 얘기해도 막무가내로 밀어부치니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할까요. 참...애가 크기만을 기다리고 있자니 답답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