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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몰랐습니다. 왜 어머니가 딸에게는 전 부치지 말라는지

ㅇㅇ |2020.01.24 20:10
조회 3,641 |추천 5


예전엔 몰랐습니다.왜 어머니가 갖은 고생 다하시는 와중에 저와 동생에게는 전 부치지 말라고, 적어도 벌써 고생할 필요는 없다고 만류하셨는지요.

어머니는 제가 결혼하기 전까지라도 편하길 바라셨던 것 같지만 저는 순조롭게 비혼 결심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제사와 차례 준비로 대표되는 불공정 노동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자랐습니다. 왜 며느리들(할머니, 작은 할머니, 큰 어머니, 어머니)이 노동을 다 했는데도 얌체같이 놀고 먹던 남자들이 나서서 절을 하는지 의아했습니다.

나도 손녀라며 절하게 하지만, 결혼해서 저희 어머니, 큰 어머니 같은 며느리가 되면 똑같은 상황에 놓일 거라는 걸 깨닫자마자 부조리하다고 느꼈습니다.
여하튼 저는 전 한 번 부쳐본 적 없이 자랐습니다.어렸을 적에는 어머니가 하지 말래서 안 했고 나중에 그 말을 이해할 나이가 되어서도 그냥 방 어딘가에 찌그러앉아 있아 있기만 했습니다.

사촌오빠들이 하는 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또 종손이라며 온갖 귀한 대접은 다 받는 사촌 오빠와도 동일한 대접을 받을 권리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촌 오빠들에게 안 시킬 짓은 저한테도 시키면 안 된다고요.
그러다가 어머니를 계속 꼬셔 결국 명절에 큰집에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번 명절에도 그냥 푹 쉬려고 해요. 물론 집안어른들이 저와 어머니를 얼마나 욕할지 뻔합니다.

하지만 뒤에서 욕 좀 얻어먹는 대신에, 연휴에 몸과 마음 편히 지내고 남의 집 여자들만 부려먹는 집안 어른들에게 엿 먹일 수 있다면 수지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해결하게 되었지만, 다른 분들은 어머니를 너무 안쓰러워하는 마음에 대리노동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머니의 고충은 딸이 해결해줘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부채감이나 죄책감 가질 필요도 없고요. 그 짐 같이 들어주는 순간, 차례 준비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어질수록 어머니는 그 수렁에서 늦게 벗어나실 겁니다.

그러는 사이에 남자들만 누워서 이득 보는 거고요.저는 남자들만 좋은 짓은 절대 못하겠더라고요.
남동생이나 오빠가 있다면 그들이 하는 대로 하세요.남자들은 다른 여자 데려와 부려먹을지언정 곧 죽어도 자기 몸을 갈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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