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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출장와있고 잠시 짬나는 틈이 글을 이어 씁니다.
그저께 남편을 저희 회사 근처 와인바로 불렀고, 이혼각오하고 너 사진이랑 편지랑 폰 검색내역봤다고 털어놨습니다. 일기장은 차마 말이 안떨어졌고요, 그거는 끝까지 숨기려고합니다.
평소 저는 돌려말하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습니다, "너 그 여자 지금도 많이 생각나니?"라고요.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생각보다 남편은 술술 털어놨습니다.
전여자친구와 교제중에 남편의 우울증이 심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했기에 제대로 된 관계를 이어나가지 못해서 전여친이 맘고생을 했고, 전여친덕에 우울증이 많이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전여친 역시 정신적으로 심한 질환을 앓았고 자기 역시 받은만큼 돌려주려 애쓰다보니 전여친도 나았다고 합니다. 둘이 8년이나 간 이유도 이거였다고 하네요. 이 내용은 남편도 말 안했고 일기장엔 없어서 몰랐습니다.
그리고 전여친 sns를 검색한건 전여친이 지금 만나는 사람이 두달전 들어온 신입사원인데, 그걸 한달전에 알고 검색한거라 합니다. 이부분은 사실이라 그냥 넘어갔습니다.
남편은 절 사랑한다하면서도 결론적으로 전여친 생각이 난다는걸 인정했습니다. 만나거나 보고싶은 마음까진 아니고 그냥 미안함에 자꾸 떠오른대요. 얘기들으니 전여친이 집착은 약간 있었는데 대신 그만큼 헌신적으로 잘해서 남편이 똑같이 잘한거더라고요. 저랑은 다른게, 저는 연애할때부터 지금까지 남편을 최우선으로 둔적이 없어요. 21살때 남편과 헤어질때도 첫연애라 아픈거지 남편이 보고싶진 않았고, 다시 만나 결혼한 지금도 사랑하면서도 막 목숨만큼 아낀다 또는 대신 죽어줄 수 있다..이정도는 아니에요. 근데 전여친은 그랬대요. 남편 말로는 부모한테조차 그렇게까진 안받은 사랑을 그여자한테 다 받아봤대요. 남자여자떠나 아가페적 같았대요. 솔직히 전여친 처음 사귈때만해도 그리 안좋아했고 이쁜거 떠나서 그냥 착해보여서 사겼다네요. 제가 대학 2학년때 남편 군대간다고 헤어졌는데, 전여친이 남편 군대부터 아플때, 중요한 시험과 취준, 취직까지 다 묵묵히 있어줬대요. 서로가 서로를 뒷바라지해준거였어요.
그렇게 남편한테 반려자같았던 전여친도 결혼얘기가 나오니 달라지더래요. 전여친이랑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사인데 그때도 철저한 비혼주의였는데 자기 만나면 바뀔줄 알았더니 결혼하자고 입뗀 순간 차더래요. 남편이 엄청잡아도, 결혼안해도 된다해도 그 착한 사람이 바로 한순간에 돌아서더래요. 헤어지고 바로 다음날 번호바꾸고 같이 살던 투룸도 남편 상의없이 정리해서 가버렸다네요. 그여자 집까지 찾아가니까 그전까지 사위를 넘어 아들처럼 잘해주던 전여친 부모님도 매몰찼대요. 가치관이라해도 자기가 좀만 더 잘했으면 저 여자가 저럴까 해서 스스로 원망 많이 했대요. 못해준건만 기억나고 혹시 자기 뒷바라지하느라 그여자 정신이 더 아팠나싶었대요.
듣고 울었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두 사람얘기가. 그여자로 인해 남편이 힘들었다는게 너무 느껴졌어요. 둘사이에 난 끼어든건가, 이런자책감도 들고. 남편이 사진 지우고 편지 버리겠다 하는데 소용없었어요. 그래도 차라리 후련했어요. 일기장까지 본 마당에 숨기고 너밖에 없다 했으면 더 비참했을거에요.
인간으로서 당신은 불쌍하지만 남자로서는 최악이라고 차라리 그여자처럼 결혼하지말지 그랬냐고 대꾸했더니 절 사랑한건 맞다고 그래서 결혼한거래요. 저와 다시 만났을때 과분하게 느껴져 차마 다가가지 못했는데 제가 먼저 대시해줘서 고마웠대요. 이말도 참 미운게, 저는 이전에도 결혼 전에도 제가 남편한테 대시했어요. 근데 전여친은 또 남편이 서너번정도 도끼찍은끝에 사겼다고 들었어요.
남편말이 8년내내는 아니지만 전여친은 남편 이전 연애가 워낙 거지같아서 그 후유증으로 당시 본인의 현남친의 전여친, 즉 저를 처음1,2년은 많이 신경썼대요 제가 더 이쁘고 스펙좋다고. 현재는 스펙은 비슷하고 외모는 전여친이 더 이뻐요..제생각에는. 암튼 이말도 기쁘지않고 그냥 어쩌라고? 좋아하라고? 이런 억하심정이 들어요.
남편한테 당분간 너 보기 힘들거같다니까 원하는만큼 시간 준대요. 넌 뭐할거냐니까 제가 하라는대로 하고싶대요. 당장은 자기가 뭘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사진, 편지 버린다는데 일기장도 버리라는거 말하고 싶지만 참았어요. 집에 같이오겠다는거 제가 그냥 먼저 택시타고 가버리고 안방문 걸어잠그고 술기운에 푹잤네요. 자기 직전에는 이혼해버릴까 단단히 맘먹고있었어요.
다음날 일어나니까 남편이 먼저 출근해서 없고 대신 부엌 식탁에 거의 쓰는일이 드물었던 장문의 편지를 써서 남겼더라고요. 요약하자면 내 과거로 인해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여자에게 상처준거 미안하다고 앞으로 어떤 분풀이도 달게 받을것이며 친정엄마랑 어디 다녀오던지 친구들이랑 놀던지 하라고 자기 카드하나 놓고갔어요. 이 일 있기 전까지는 말없고 표현이 적어서 그렇지 참 좋은사람이었어요. 친정부모님이랑 동생이랑 어디 가라고 보태준다던지 친구들 모임있을때 저 데리러오면 자기가 다 산다던지, 매달 친정에 선물보낸다던지. 시댁에는 그렇게 안해요. 그렇다고 저희가 한쪽이 기우는 결혼도 아니고, 남편과 제 스펙은 비슷해요.
혹시나해서 사진 폴더 보니 과연 다 지웠네요. 복사된거 있나했는데 역시 없는데, 안심보다는 왜 원망이 들까요. 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출장간동안 시댁가서 해결하겠죠.
천만다행으로 제가 출장와서 좀 떨어져 생각할 시간이 생겼어요. 남편이 주말에 온다는더 제가 못오게했어요. 미련퉁이 같지만 전 아직도 남편 사랑합니다. 일기장만 안봤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거에요...남편은 전여친과 헤어지고 활발하던 sns를 거의 끊고 게시물이 잘 없어요. 저랑 관련된 게시물은 청첩장사진이랑 결혼사진 한장이 다에요. 전여친sns에는 현남친과 행복한 내용밖에 없어요. 이여자는 사랑하는데 방해가 없어 부럽네요. 이여자분 탓 아닌건알지만 그래도 너무 쓰네요.
아직 이혼까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남자 아이낳고살 자신은 더더욱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