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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남동생을 편애하는 할머니

ㅇㅇ |2020.04.19 21:20
조회 29,719 |추천 243
양육비 한푼 안주고 4살짜리 애 둘을 그것도 한겨울에 길거리에 내다 버린 아빠를 대신해서 엄마가 가장이 됐고
산후 우울증을 치료하지 못해 엄마는 한참을 힘들어했다
결국 우리 쌍둥이 남매는 외할머니 집으로 가게 됐다

그래서일까 어릴적부터 할머니는 아빠를 똑 닮은 날 참 많이 미워했다
쌍둥이 남동생이랑 싸울때면 얘기도 안들어보고
나를 혼내기 일쑤였으니

니가 누나니까 참아야지! 여자애가 어디 목소리를 높여!
동생한테 양보해라 등등

할머니 역시 옛날 사람이라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보고 듣고 자라오셨을테니 나에게도 그것을 강요한건... 어쩔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땐 그게 그렇게 서러웠다

할머니는 날 미워한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그리 생각했다

할머니는 날 미워해, 동생만 예뻐해, 나도 할머니 싫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할머니한테 예쁨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보다

동생은 대기업에 취직하고 나는 그저그런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첫 월급으로
동생은 할머니에게 100만원짜리 브랜드 코트를 선물했다
나는 할머니에게 10만원짜리 브랜드 블라우스를 선물했다

나는 따로 선물을 했고 동생은 할머니를 모시고 가서 직접 할머니가 입어보게 한 뒤 할머니 맘에 드는 옷을 선물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가격표를 보고 아들같은 손자가
힘들게 번 돈인데.. 백만원짜리를 어떻게 입냐고 비싸서 못입는다고 백화점에서 동생과 실갱이를 한참 하다가
동생이 "키워주신 답례로는 이것도 부족해요. 제가 할머니한테 앞으로 더 좋은거 사드리고 좋은데 모시고 갈게요" 라는 한마디에 할머니는 그자리에서 눈물을 쏟으셨다고 한다

할머니가 엄마랑 내 앞에서 그 얘기를 몇번이나 하시는데
나는 10만원짜리 선물이 너무 초라하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할머니가 미웠다. 내 선물은 그렇게 기뻐하지 않으면서 동생 선물은 저렇게 좋아하시다니... 질투가 났다.

할머니가 중요한 자리에 갈 때 동생이 사준 코트를 소중하게 입으시는걸 보고 많이 슬펐다

한번은 할머니,엄마,나 여자들끼리 바람쐬러 갈 때
날이 쌀쌀하니 엄마가 동생이 사준 그 코트를 입으시라고 꺼내 왔는데 할머니가 화를 냈다

그 귀하고 비싼걸 어디 바람쐬러 가는데 입겠냐고
아껴 입을거라고

할머니는 그 날 늘 입던 목늘어난 티셔츠와 패딩을 입으셨다

내가 좋은곳에서 식사 대접할테니 같이 차려 입고 가자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말이다

나는 그게 너무 서운했다

그 뒤로도 할머니들이 자주 찾는 다는 브랜드의
의류 선물을 많이 했다

월급이 동생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터라
비록 10만원 안쪽의 선물들이였지만
그래도 할머니를 생각하며 편하게 입으실 수 있는, 어울리실 것 같은 옷들로 정성스레 골랐다

할머니는 나에게 고맙단 말을 한적이 한번도 없으셨다
선물을 사고 할머니께 드리러 가면서도
초조했다

좋아하실까? 이번엔 고맙다고 해주실까?

하지만 할머니는 고맙다고 하신적도, 좋아하는 티를 내신적도 없었다

한동안 화가 나서 3개월정도 할머니를 찾아뵙지도 연락을 드리지도 않았다

내가 연락을 드리지 않으니 할머니 역시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동생에게는 매일 같이 전화해서 안부를 물으신 다는 얘기를 들었을땐 '역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땐 화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할머니랑 멀어지는거 같았다

엄마가 직장에서 짤리고 힘들어하는 나를 데리고
시골 할머니집으로 향하기 전까지는


엄마가 요리를 할 동안 노인정에 가서 할머니를 모셔오라 했다

싫다고 투정 부렸지만 엄마의 호통에 마지못해 노인정에 갔다

할머니를 오랜만에 뵈는게 어색해서 노인정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데
다른 할머니가 나에게 누구냐고 물으셨다

작은 목소리로 ㅇㅇ댁 할머니 손녀인데요....


그러자 내 손을 덥썩 잡으며 "정말 김태희처럼 예쁘네! 아이고 그렇게 할머니한테 잘한다며? 느이 할머니가 얼마나 칭찬을 하는지 몰라. 말만 하면 우리손녀가 뭐 사줬다 뭐해줬다 딸보다 손녀가 낫다. 어찌나 칭찬을 하는지~ 아휴 예쁘다. 추운데 이러고 있지 말고 들어가자"

나는 김태희처럼 예쁘지도 않고 할머니한테 잘해드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바보같이 날 잡아 끄는 할머니 친구분의 손길에도
움직이지 못하고 울고만 있었다

소란스러운 탓에 노인정에서 할머니가 나왔다

할머니는 내가 사준 옷을 입고 계셨다

3개월만에 찾아온 버릇없는 손녀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는 춥다.들어가자. 며 내 손을 잡아 끄셨다

나는 마지못해 따라 들어가면서도 눈물을 그칠 수 없었다

왜 우냐며 장난스레 웃던 할머니 친구분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렇게 입이 닳도록 자랑하던 손녀구만~
아가 어디서 이렇게 예쁜 옷을 샀니. 니 할머니가 손녀가 사준 옷을 어찌나 자랑을 하는지 우리가 부러워 죽어

할머니는 자기가 언제 그랬냐며 버럭 화내셨지만
나는 할머니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그때 처음 봤다

할머니랑 어색하게 노인정에서 집으로 향하는 길은
참 길었고 또 짧았고 조용했다

집에 가서 엄마가 차려놓은 밥을 먹으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우는 나에게 왜 우냐고 묻지않았다

밥을 먹고 과일도 깎아먹고 이제 그만 가자는 엄마의 말에
일어나긴 했는데
할머니를 무슨 낯으로 봐야할지 몰라 우물쭈물 했다

엄마는 괜찮다는 듯이 어깨를 밀어주셨다

할머니 죄송해요...

할머니는 그말에 가만히 서 계시다가 집안에서 핑크색 코트를 하나 가지고 나오셨다

겨울이 다 지난 지금 나에게 코트를 주신 이유가 뭘까

생각하기도 전에 할머니는

이거 ㅇㅇ이한테는(동생) 비밀이다. 작년에 너 주려고 사뒀는데 내가 뭐 옷을 고를줄 알아야지
안입을거면 그냥 버리고 입을 거면 가져가고....

투박한 할머니 말에 나는 그 옷을 받아들고 또 한번 눈물을 쏟았다

할머니 제기 잘못했어요.. 할머니가 저 아빠 닮아서 미워하는줄 알았어요..그래서 그랬어요...

두서없이 쏟아내는 말에 할머니는
"니가 나랑 닮아서 그랬다"
딱 한마디 하셨다

돌아오는 차안은 따뜻했지만 나는 할머니가 사준 핑크색 코트를 벗지 않았다

엄마는 할머니와 내가 많이 닮았다고 했다

부끄럼 많고 자존심이 쎄서 속마음 표현을 잘 못하는 점도, 걸음걸이도, 식습관도 많이 닮았다고 했다

할머니는 나를 싫어한 게 아니라 자신과 닮아서 자신을 마주하는게 쉽지 않아서 그랬던거 같다고 했다

할머니의 어머니, 즉 나의 증조 할머니는 할머니가 어릴적
돌아가셔서 새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고 한다

너무 어린 나이에 친엄마를 잃은 할머니는 매일같이 엄마를 찾았다고 한다
엄마를 매일같이 불렀는데도 죽은 엄마를 다신 볼수가 없었다고 한다
유독 할머니가 엄마를 많이 찾았다고...

할머니는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도 엄마를 그리워한다고 했다

나 억시 그랬다
동생보다도 더 엄마를 찾았고 엄마 품을 그리워했다

할머니는 그 모습에서 자신의 어릴적을 보셨던걸까

그래서 나를 더 엄하게 키우고 싶으셨나보다

시골분이라 투박해서 속 마음 표현도 못하시고
자꾸 엄마를 찾아 우는 나를 그렇게 혼내셨나보다

집에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할머니는 나에게만 사탕을 주셨다

아주 가끔.. 내가 엄마를 찾아서 울다 지친 날에는 찬장에서 사탕을 하나 꺼내 내 입에 물려주셨다

ㅇㅇ이한테는(동생) 비밀이다... 하시며 말이다


원체 애교가 많고 싹싹한 동생에게는 편하게 대하셨지만
속은 여리지만 표현이 서툴고 자존심이 쎈,
할머니와 닮은 나에게는 다가올 수 없으셨던거 같다

내가 할머니에게 다가갈수 없었던 것처럼


아빠를 똑 닮은 나를 할머니는 참 많이 미워했다

아니
할머니를 똑 닮은 나를 할머니는 참 많이 사랑했었던거 같다

어린 내가 몰랐을 뿐

사랑의 형태가 달랐을 뿐

할머니는
나도, 남동생도 아주 많이 사랑하셨던거 같다

엄마가 보여준
할머니가 친구분들과 놀러가서 찍은 사진에는
내가 사준 옷들이 가득했다

내가 사준 옷을 입고 환하게 웃고 계신
할머니를
나는 사랑한다

할머니는 동생을 편애했고, 누나인 나를 편애했다

할머니는 우리 남매를 다른 형태로 사랑하셨다

더 늦기 전 알게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나는 할머니를 한때 미워했고
나는 할머니를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추천수243
반대수43
베플|2020.04.20 08:05
난 왜 하나도 안슬프지.. 어쨌든 차별한 건 맞잖아 이유가 있든 없든 ㅋㅋ.. 나라면 성인 돼서 자리 잡자마자 연 끊음
베플ㅇㅇ|2020.04.20 10:12
차별에만 집중하지 마라. 차별받은 설움 쓰니가 제일 심하게 느끼는데 제3자인 우리가 차별받은거 생각하세요 빼애액! 할 권리 없다. 우리 할머니 세대를 생각해봐라. 그 분들은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아들은 어화둥둥 딸은 부엌데기로 키우는 게 당연한 세상에서 살아오셨다. 할머니 인생에서 남녀평등이란 단어가 진리가 되었던 시단은 극히 일부이다. 님들은 갑자기 초콜릿을 먹어야 다이어트가 된다고 하면 믿을 수 있는지? 아마 머리로는 알아도 계속 다이어트 할 땐 샐러드랑 과일을 찾을걸? 할머니는 애는 낳으면 큰다고 믿는 사회에서 사셨다.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도, 아이들을 나와 똑같은 사람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것도 지난 70년간 모르고 사셨다. 젊은 세대들은 이해가 안 가겠지만 옛날엔 다같이 못배워서 다같이 그러고 살았다.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다. 포인트는 할머니가 차별하신 게 괜찮다는게 아니다. 당연히 그건 잘못이다. 근데 쓰니는 지금 할머니의 '기분'을 이해한 거다. 할머니가 자신을 미워해서 그런게 아니고,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서 상처를 줬다는 거.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는 거. 할머니도 쓰니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거. 그걸 알아서 우는 거다. 계속 할머니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쓰니에게 그것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쓰니도 할머니가 잘못 없다고 생각 안 할 거다. 앞으로도 차별대우를 받으면 화를 낼 거고 상처도 받을 거고 똑같이 힘들어하겠지. 그렇지만 이제 할머니의 의도가 그게 아니었단 걸 아니까, 본인이 덜 상처받고 더 행복한 길을 찾아 나설 수가 있지. 한마디로 성장했다는 거. 그게 중요한 거다. 공감능력은 좀 이럴 때 써봐라.
베플|2020.04.20 08:44
레알 노감동 ㅋ
베플ㅇㅇ|2020.04.20 17:30
제3자가 보기엔 가스라이팅, 애정결핍 때문에 지금까지의 모든 일을 츤데레로 보는거 같음;; 감동 포인트가 어디지
베플ㅇㅇ|2020.04.20 18:32
아까운 손자는 바쁘고 힘드니 대신 이제 손녀가 날 보살피라는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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