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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주거

은영 |2004.02.13 23:48
조회 625 |추천 0

2년인가 3년전에 LA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처음으로 외국에 나간다는 생각으로 마음은 들떠 있었고,

마음속으로는 날카롭게 판단해야 할 일도 있었던 탓에 비교적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했으나,

내가 본 LA는 해외생활에 대한 환상만 키워 주었던 것 같았다.

 

주택가는 녹색으로 우거지고, 그리 높지 않은 벌건 몸둥아리를 내놓은 산은

이상하기도 하지만 신기하기도 했다.

산 중턱정도엔 4륜구동의 자동차만이 갈 수 있는 구불구불한 (취미로 산을 타고 올라가고 내려가고)

길이 나 있었고, 중동지역에 관한 TV에서나 볼 수 있는 석유를 뽑아내는 기계가 수도 없이 놓여져 있었고,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석유를 다시 집어넣는 중이라고 안내원이 설명함-

대전에서 살고 있던 우리 집앞쪽으로 놓여져 있는 경부선으로 인해서 기차는 원없이 보았는데,

화물을 실어나르는 이곳의 기차는 도무지 끝이 없는 듯 하였다.

 

미국이 얼마나 큰지는 수치상으로만 들었던 탓에 쇼핑하러 간다고하면 미리 화장실이나

기타 볼일을 보았어야 하는데, 우리모두는 미처 그런 준비를 하지 못한채 차에 오르곤 했었다.

한시간 정도를 달렸나?

갑자기 화장실가고싶은 생각에 물어 보았다.

"얼마나 더 가야 하나요?"

"잠깐이면 됩니다. "

잠깐이면 된다는  안내원의 말을 믿고 참기로 했으나, 한국에서 생각하는 그 잠깐이 잠깐이 아니었다.

한참을 더 갔는데도 쇼핑센터는 나오지 않았다.

"아직 멀었습니까?  잠깐이라고 해서 참았는데, 안되겠어요. 화장실이 급한데..."

 

결국은 중간에 내릴 수 밖에 없었다.

한 삼사십분 정도의 거리를 여기서는 잠깐이라는 말로 사용을 한다고 안내원이 덧붙인다.  

대륙의 근성을 잠깐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아니었나 싶었다.

 

아침저녁으로 호텔에서 마주치는 종업원들은 수시로 인사를 먼저하고

휘황찬란한 허리우드의 밤거리에서 본, 수십대의 리무진과 족히 2미터는 되는 것 같은

 건장한 깍두기의 이미지를 가진 남자들이 경호하는 모습들-그날이 시사회날이었다고 함-

유성(대전)의 밤거리도 화려하지만 그곳의 몇배에 달하는 화려한 네온싸인....

24시간 영업하는 한국식당들, 아침을 사러오는 주부들,  그곳에서 아침을 먹고 출근하는 남자들...

 

슈퍼마켓은 한쪽의 사이즈가 바가지만한 브라가 널려있고, 한발자욱만 띄면 바지가 내려가서 팬티가 보일 것 같은 힙합스타일의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흑인들,

밤 9시 이후에는 절대로 외출하지 말라고 간곡히 말해 주시는 유학 11년차의 이름모를 한국인 유학생, 스타일을 보면 한국에서 온 관광객(많은현금보유로 알려진) 표시나니까 총맞고 싶지 않으면

내 경고를 잊지말라고 ....

 

유니버셜스튜디오를 방문했었다.

너무 비싸서 입장을 할까말까 망설이다가 이곳까지 왔는데, 안들어가면 후회할 것 같은 생각에

결국은 입장을 했다.

너무 커서 계획을 제대로 짜지 않으면 절반밖에 볼 수 없다는데, 우리는 절반도 못본 것 같았다.

일단 water war 셑트장으로 갔다.

배우의 모습을 흉내낸 사람들이 영화의 한장면을 연출하면서 관객들에게 마구 물을 튀기는데

너무 재미있었고, 기념촬영을 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단번에 나의 목을 조르듯 포즈를 취하는,

관관광객을 위한 순간순간의 행동, 행위에 난 해외생활에 대해서 매력을 느꼈고,

이 모든 즐거움, 이 모든 신비로움을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세상은 넓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강한 욕구가 나의 모든 판단을 흐리게 한 시초였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여행이었고, 지금은 독일에서 주거중이다.

선진국이라고 모든 생활이 한국보다 나으리라는 생각을 했는데,

겉으로 나타난 모습들은 한국보다도 못하다.

 

과일- 사과는 껍질도 안까고 씨만 빼고 모조리 먹어 치우고, 포도는 껍질 채 먹는다.

옷- 어깨 부분에 구멍이 숭숭 나 있는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병-이렇게 겉모양이 더러운 콜라병을 처음 본 것 같고, 그렇게 단단한 콜라병을 처음 보았다.

     콜라를 포함한 웬만한 병은 기계를 통해서 반납이 가능한데 빈병 하나의 가격이 100~300원 정도

음식- 버리는 것 없이 소스의 잔량도 없이 다 먹어치움.

자동차 - 서 있는 자동차가 많아서인지 도로는 별로 안막힘.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함.

            뒷유리문이 깨져서 비닐을 붙이고 다니는 차,  원래 은색차인데 문짝 하나만 검정색인 차.

            동독시절,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지급이 되었다는,  보기도 불안할 정도로, 내 생각엔  20~30은

           된 듯한 차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고,

병원 -오전 9시부터 12시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은행- 12시 부터 1시 반인가 두시까지 점심시간임, 절대로 문 안 열음.

          내가 돈을 넣어 두었기에 그에 대한 이자가 붙는 것이 아니고, 너의돈을 내가 대신 안전하게 관   

         리  했으니  일년에 한번씩 통장관리비를 내야 하고, 통장도 없고, 거래내역서만 한달에 한번씩

         집으로 한통의 편지로 날라옴.

학교- 수업시작하기 전 선생님이 오기 전까지, 아이들이 체육을 하거나 현장학습견학을 가면

         교실문 철저히 잠금.  분실할 일이 없으니 좋기는 하지만, 많이 불편함.

유치원- 돈이 많다고 보낼 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엄마가 일을 하는 사람이 제일 우선권이 주어지고

            그 다음에 엄마가 뭘 배운다던가... 하여간 엄마가 직업이 아닌 뭐 하는 일이 있으면 두번째

            집에 있는 엄마는 유치원 보내기도 어렵고, 돈도 엄청나다.

TV- 독일이 다른 나라보다 유달리 심하다.   평범한 광고에서도 남녀의 키스는 기본,

       여자의 알몸도 기본, 남자의 벌거벗은 뒷모습을보는 것도 어렵지 않고, 독일 자체의 드라마나 영화

        보다 헐리우드영화가 더 많은 것 같고, 한 20~30년은 족히 된듯한 미국영화들도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볼 수가 있다.   '초원의 집'으로 잘 알려진 것도 지금 이곳에서 본다.

 

여러가지를 비교해보면 한국의 국민 소득과 다른 나라의 국민소득을 비교해 보면

한국이 사치가 심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엔 관심사가 다르기에 그렇게 나오는 것 같다.

이곳에선 휴가때 여행을 가지 않으면 동료들과 대화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을 중요시 하기에-벗은 거지는 못얻어 먹어도 입은 거지는 얻어먹는다는 옛말- 외형을 중요시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살아가는 것 자체로만 따지면 한국이 휠씬 낫다.

하지만 이곳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내 머리가 나쁘긴 나쁜가 보다.   나쁜건 금방 느끼는데, 좋은 건 못느끼니..

편한 세상과 익숙해진 속물이라서 그런가?

 

하여간 난 LA를 여행했을 때와 지금의 생활이 너무 다르니까 처음엔 죽도록 후회하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서서히 안정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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