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음슴체
때는 바야흐로 2020년 5월 10일..... 17살인 난 요즘 잘나가는 배틀그라운드라던지 동물의 숲을 하지않고 이 나이에 아직까지 마크나 쳐 하고있었음.
웬만한 게임은 다 질려서 마크에서 서버나 옮겨다니면서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었는데, 나의 소박한 호박농장을 꾸미던 와중 본인의 섬을 관리진한테 구경시켜주는 유저가 있길래 나도 구경가고 싶어서 구경간다고 하고 구경갔더니 날 때림ㅜㅜ
그때부터 약간 잼민이 티가 났는데 눈치는 못챈 상태로 일단 구경하기를 허락받음. 생각보다 별건없길래 돌아갈랬는데 나한테 당근을 주는 거임.
관리진분한테 주는 건 봤지만 나한테 줄 줄은 몰랐어서, 나도 답례로 호박을 줬는데 아..... 호박을 씨앗으로 안 바꾸고 그대로 밭 위에 심는 거임.
마크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호박이나 수박은 분해하고 씨앗을 만들어서 심어야됨. 그리고 일반적으로 씨앗심는거나 당근같은 거에 비해 나름 규칙있게 심어야 잘 자람.
그래서 그때 이 ㅅㄲ 마크 한번도 안해봤구나 생각하고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고 했더니 나보고 어떻게 하는지 심어달래. 공짜 노동을 하기는 싫어서 보여주는 게 낫겠다 생각하고 내 섬으로 부름.
막상 오고나니 호박에는 별로 관심없었는지 계속 이제 가겠다 하더니 안 가길래 호박이나 더 캐고 있었는데 진짜 계속 안가는 거야. 슬슬 걔가 눈에 보이는 게 거슬릴 지경에 상자를 보여달라고 하더라.
마크 대부분의 서버는 개인 섬 시스템이 있고 섬에 땅 보호설정을 하면 타인은 섬을 부술 수도 없고 섬에 설치된 상자를 열어보지도 못함.
그 보호설정을 풀거나 섬을 공유해줬다가 테러당한 일이 몇번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나한테는 꺼림칙한 제안일수밖에 없음.
그래도 테러당해도 충분히 복구할 수 있을만한 재산이 있었기 때문에 관대한 마음으로 상자의 물건을 가져가지 말라는 조건을 내걸고 땅 보호설정을 풀어줌.
그 잼민이가 땅은 부술 수 있는지 모르고 상자만 보호가 풀릴 거라고 생각할거라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었는데 정말 상자만 열어보더라. 걔가 상자 두개를 열어보고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길래 안심하고 잘가라고 인사해줬음.
.....또 안감. 뭔 생각을 하는 지 안가고 계속 있길래 추방할까 땅 접근거부를 할까 때려서 죽일까 여러번 생각함. 그러다 아무것도 한거없고 당근까지 줬는데 상처받을까봐서 걍 냅뒀음.
한참 있다 또 상자를 보여달라는 거야. 내가 상자를 보여주고 바로 땅 보호설정을 해놨기 때문에 걔가 다시 상자를 열려고 했는데 안 열렸나봐. 나는 다 봤는데 왜 그러는지 약간 짜증나는 투로 이유를 물어봄.
근데 사실 내가 상자 한개를 숨겨놨었음. 아까 보여준 건 자주 사용하는 큰 상자 두개였고, 숨긴 상자는 대부분 잡템이긴 하지만 나중에 키울 희귀농작물도 들어있는 거라 이스터에그 느낌으로 숨긴 거였는데 그걸 찾은 거임.
그래서 처음엔 안된다고 했다가 그래도 보여주기로 함. 그 희귀농작물만 가져가고 보여주면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보여줌.
희귀농작물을 빼고도 그 안에는 금 갑옷, 철 모자 등 내가 패션용으로 착용하려고 다양하게 사논 갑바들이 있었음. 근데 그것들은 남는 거라 필요없어서 가져갈거면 가져가라 했단 말임.
그래서 걔가 한개쯤 가져가는가 했더니 잠시만하고 없어지는거야. 처음엔 인벤토리 비우는 건가 생각했는데 좀 오래 걸리는 거임.
그때.... 불안감이 엄습함. 사실 미리 아이템 빼논 걸 들킨 것 같았거든. 그 서버엔 땅 보호설정은 할수있어도 섬에서 pvp를 하는 건 막을 수 없어서 설마 나를 죽이려는 계획인가? 싶어서 입고 있었던 사슬 바지도 다이아 바지로 바꾸고 조용히 기다림.
2~3분 지났을까 다시 돌아온 걸 확인함. 그래도 착각이겠지하고 칼은 안 듬. 근데 또 상자를 보여달라는 거야. 그땐 진짜 경계심이 차올라서 왜요? 이렇게 보냄.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보여달라길래 혹시라도 상자 터는 기미가 보이면 바로 죽여야겠다 싶어서 칼로 스위치하고 보호설정 풀고 상자를 열어서 봄. 뭘 가져가거나 넣으면 그게 보이니까.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상자에 다이아 갑옷 풀세트와 다이아 칼이 들어옴 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상점에서 게임 돈으로 다이아 물품은 3만원은 넘는단 말이야. 근데 걔는 내 상자에 금 갑옷 철 갑옷 사슬 갑옷 다이아는 딸랑 바지 하나 이런 거 밖에 없으니까 안쓰러워보였나봐.....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몰라서 의심했던게 부끄럽기도 하고 좀 띄워줄까해서 돈 많으시나봐요ㅠ 띡 이렇게 보냄. 그랬더니 답장이 그 맞춤법 틀리는 특유의 말투로 사고도 32만원 남는다고 말함. 세상에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배웅해주고 한참 웃었음. 너무 귀여워서ㅜㅜㅜㅜㅜ
나는 천만원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