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내어 눌러주신 추천과 써주신 댓글에
노잼 상처가 아물었다
[17]
시간이 몇달은 지났고
선배란 존재가 내 머리속에서 희미해져갈때 쯤이었다
선배를 어쩌다 마주쳐도
선배의 곁에 여자들이 있어도
별다른 감흥이 들지 않을 무렵
선배의 집 주소와 함께 지금 와달라는 톡이 왔다
늦은밤이 아니었으니 술먹은건 아닐테고
초저녁에 것도 몇달만에 왠 호출인가
궁금했지만 예전만큼 미치도록 궁금하거나 가야겠다는
의지가 딱히 들지는 않았다
뭐 심심했나보지 라고
무시하려다 왜 갑자기 연락한거지?
며칠전 마주쳤을때 인사도 안받고 모른척 하더니?
궁금증이 도졌다
선배의 친구와 사귀는 친구를 살짝 낚아봤다
절대 어떤 감정이 남은거 아니다
그냥 궁금해서 묻는거다
남친한테 물어봐줘라 지금 선배랑 같이 있는건지
선배는 오늘 학교에 오지 않았다했다
예전같으면 바로 달려 갔겠지
그치만 이젠 달라졌다
가지않겠다 근데 궁금한건 못참으니까 톡으로 물어보겠다
안녕하세요
용건이 무엇인가요?
나 챗봇인줄
정중히 여쭈었다
한참만에 도착한 물음의 답
아파
아프다고?
그럼 병원가면 되잖아 왜 오래? 아니 지 아픈데 내가 왜 가?
나 혼자서 묻고 대답하다
병원가세요 라고 톡을 보냈다
아프다는 사람한테 너무 매몰찼나 싶어
마음 불편해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
나 아퍼...
선배는 한마디 하고 전화를 끊었다
뭐야 진짜 찜찜하게
아프다고 전화까지 했는데
하아
마음 약한 내가
수업 끝난 내가
가야지 어쩌겠나 싶었다
머뭇거리다 선배 집 벨을 눌렀을때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톡을 남겨도 보지 않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혹시 너무 아파서 쓰러졌나
갑자기 휘몰아치는 걱정에 안절부절
어쩌지 못하고 집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현관문이 열렸다
마구 헝클어진 머리
벌개진 얼굴
뜬건지 만건지 모를 눈을 하고서 선배가 나왔다
다 쉬어가는 목소리로 혼잣말 하듯
안 올줄 알았는데...
선배는 연이어 센 기침을 뱉어냈다
문앞에서 서서
약은 먹었냐고? 감기인거냐고? 병원은 다녀온거냐고?
질문을 해대는 나에게
어 말하네? 나랑 눈도 안마주치더니
선배 특유의 픽 하는 웃음
참 오랜만에 보는데
여전히 예쁘구나 선배 너 웃는 얼굴은...
또 생겨났다 이 마음
없어진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얼굴이 또 확 달아오는 것 같아 피해야 했다
열나고 기침하죠?
약사올게요 라며 황급히 뒤돌아서 나가려는데
약 먹었다고 선배가 내 팔을 잡았다
간만에 얼굴 좀 자세히 보자며
내 얼굴 앞으로 가까이 선배가 다가왔고
갑자기 또 심장이 엄청 빠르게 뛰는데
팔을 잡혀 있어서 도망갈 수도 없는...
어쩔줄 몰라하는 내 눈을 한참 뚫어져라
쳐다보던 선배는
또 픽 웃다가
갑자기
내 면전에 기침을......
마구마구 뿌려댔다
와씨ㅎㅎ
뭐예요 같이 죽자는거야?
오랜만에 만나서 감기 바이러스를 선물로 주시네 것참...
어이없어 하는 나를 보고
피식 웃는 선배
너무 웃긴데 힘이 없어서 웃을수가 없다했다
일단 들어가셔라
약국으로 가
해열제와 이마에 붙이는 해열 패치를 샀다
약사 선생님이 유아용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내가 선배 집에 가서 막 수건을 빨아가지고
선배 이마에 올리고
그러면..
아직 내가 선배를 좋아하는것 같아 보이니까
최대한 덜 그래보이게
이걸 이마에 붙이고 있으라 해야겠다
뭐 이런 나만의 빅피쳐
해열제를 먹이고
패치를 붙이려니 선배는 극렬히 저항했다
엄청 귀여운 만화 그림이 그려진 패치였는데
그걸 자기 이마에 붙이고 있기 자존심 상한다했다
선배 덜 아픈가보네요
앉아 있는 선배를 강제로 밀어서 눕히고
이마를 까서 센터에 정확히 패치를 붙였다
수건으로 해줘!
그런건 여자친구한테나 해달라해요!
후배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거예요
뭔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날 바라보던 선배는
몇달째 아는척도 안하던 후배가 이렇게
와주신게 어디냐며 황송하게 여기겠다 했다
약기운에 눈은 다 감겨가지고는
뭐가 좋다고 저렇게 헤실헤실 웃고있담
잠이나 자요!
잘 지냈어?
네
보고 싶었어!
전 선배 안보고 싶었어요!
눈을 감고 조용히 이야기하던 선배가
내 대답에 푸흡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을 끝으로 한동안 방안은 정적이 흘렀고
조금 시간이 지나 선배는 잠이 든 것 같았다
쭈그리고 앉아 무릎에 얼굴을 괴고
잠든 선배 얼굴을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봤다
한참 그러고 있다보니 다리가 저리길래 다리를 폈고
또 펴서 있다보니 허리가 아프길래
의자에 올라가 앉았다
분명 의자에 앉아 책상에 머리를 잠시 기댔던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보다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리니
꽤 늦은 밤 시간이었다
내 등에 덮힌 선배의 이불에
선배가 깬건가 싶어 고개를 돌려 선배를 보니
선배는 여전히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가방과 겉옷을 챙기고
선배의 상태를 살폈다
아까보다 혈색은 좀 나아진것 같고
힘들게 붙여둔 패치는 어느새 뗀건지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떨어진 패치를 쓰레기통에 넣고
새 패치를 하나 떼었다
한손으로 조심스레 선배 앞머리를 넘기고
비닐을 뗀 패치를 이마에 붙이려는데
분명 잠들어 있던 것 같은 선배가
눈을 번쩍 떴다
와씨
깜짝야!!!!!!!!!!!!!!
너무 놀라 나동그라지다시피 뒤로 넘어진 날 보고
선배는 깔깔 웃었다
뽀뽀하는줄 알고
눈감고 기다리고 있었더니 왜 또 패치를 붙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