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혼을 앞두었다
낮 까지만 해도 깨가 볶던 우리는
보고싶다던 우리는
아마도 줄타기 위의 광대처럼 아슬아슬 위태위태 했겠지
서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언행에 상처 받으며
위태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나 보다
12년 전 처음으로 진짜 사랑이란것을 가르쳐 준 너
내 평생 다시는 받아보지 못할 만큼 벅차고 기억에 남는 고백을 해준 너
그렇게 첫사랑을 했다
처음 이었다
누굴 만나러 가는게 그렇게 설레는 일인지
아무것도 아닌 사람에게 그렇게 질투가 날 일인지
자전거만 타도 행복할 일인지
손끝만 스쳐도 불타오를 일인지
우리는 너무 일찍 만났다며
헤어져도 결혼은 꼭 하자던 장난어린 약속
그리고 어느날 어린 마음에 한낱 감정으로 우리는 싸웠고
우리는 헤어졌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 성인의 모습으로 우리는 다시 만났고
다시 뜨겁게 사랑했다
꿈만 같은 시간이었지
니가 내옆에 있고 다시 내가 너의 옆에 있다는게
하지만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고
너는 날 사랑하고 결혼도 하고싶지만 날 믿지 못한다며
우리는 또 그렇게 헤어졌다
그 후 일년에 한번씩 짧게 서로의 안부정도만 연락하던 우리
(아니 어떤 날은 너가 매몰차게 전화를 끊었지)
그렇게 수년이 지나 너에대한 죄책감을 안고 떨리는 마음으로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그날 따라 너는 기분이 좋아보였고 우리는 그렇게 다시 연락을 하며 다시 만나게 되었다
틈을 주지 않던 너가 틈을 주었고 곁을 주었다
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짧았던 머리를 기르고
최대한 예쁘게 최대한 어려보이게 최대한 청초하게
노력 또 노력 했다
만난지 7개월만의 결혼
너무 짧은 연애 기간 때문 이었을까
우리는 불같이 사랑했고
때로는 불같이 싸우기도 했다
꼭한번씩 싸운다는 결혼준비에도 서로 배려하고 꾹참았는데
결혼 후 몇개월 지나니 한달에 한번은 싸우게 되더라
이게 시작이었니 우리의 불행
한달 삼십일에 25일은 깨가 쏟아지는데 꼭
3-5일은 냉전 이었다
가치관의 차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맞춰가면 될거라 생각했다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길 바랬다
점점 싸움의 강도가 심해졌다
점점 싸움이 지쳐만 갔다
잘못을 해도 화가나도 대답없는 너
대화를 하려 해도 대답없는 너
너를 이해하려고 수천번 생각하고 수만번 생각했다
너의 방식으로도 싸움을 풀어보기도 하고
나의 방식으로도 대화를 해보기도 했다
너를 알지만 이해 할 수 없었다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싸우지만 않으면 너무나도 행복한 순간이고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데
싸울때 마다 침묵하는 너
대화라도 할 때엔 나를 상처주는 너
그럴 때 마다 심장에 못이 박혔다
이제는 자유롭고 싶다는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럴거면 결혼은 왜했나
최근에 너랑 내가 다투며 했던 말들
너에게는 저 말이 비수 같았겠지
나에게는 너를 이해 시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결국엔 나도 너에게 이해를 강요했지
여태껏 날 위해 맞추어 주었으니 이제부터는 자신에게 맞추라는 너의 말을 듣고 또 한번 뒷통수를 맞은듯 머리가 띵 했다
내가 여태껏 해온 노력은 도대체 뭐지
내가 했던 모든게 당연한 듯 말하는 너에게 화가났다
이제는 내맘대로 살아볼테니
이해하지도 말고 맞춰주지도 말라는 너에게
도대체 결혼을 뭐로 생각하느냐 물었지
기다렸다는 듯
그만하자는 너의 말에 심장이 무너졌다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가슴은 찢어질 듯 아픈데 기분이 이상했다
너의 성격상 쉽게 내뱉은 말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너는
그 누구보다 냉정한 사람이니까
정신을 차리고 한 통화에 차가운 너의 말투는
다시 한번 가슴을 후벼 팠다
생전 나에게는 한번도 하지 않았던 욕까지 해가며
그만하자는 너의 말에 세상이 멈추는 듯 했다
이제 다음주면 더 이상 우리는 부부가 아니겠지
나의 이 미련도 후회도 다음주가 끝이길 바란다
아주 많이 아플테고 아주 많이 힘들테지만
너를 옆에 두고 아플 바에는 혼자 아픈 편이 낫지 싶다
너를 잘 아는 나는 너의 마음이 이미 떠난걸 알기에
너를 보내주려 한다
짧고 굵었던 우리의 1년 3개월 결혼생활
더 없이 행복했다
이렇게 짧을 줄은 몰랐지만
덕분에 사랑 받을 줄 알았고 덕분에 많은것을 배웠다
고마웠고 또 고마웠다
질긴 우리의 인연은 여기 까지 이기를
조금만 아프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