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31살이고, 결혼한 지 이제 막 2년 차 접어든 우리 엄마의 둘째 딸입니다.
먼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엄마의 삶은 누구보다도 더 위대하고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라는 걸,쉽게 행할 수 없는 일을 하고 계시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이렇게 적어봅니다.
시간을 거슬러 34년전, 엄마 아빠의 결혼 직후 친할아버지가 병환으로 돌아가시고 그 이후부터 불과 2년 전까지 친할머니를 모셔왔습니다.마흔 넘어 낳은 귀한 외아들이었기에 그 때 할머니 연세가 60대 후반이었어요.
친할머니와 엄마의 관계는 그리 썩 좋진 않았어요.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으로는 제가 중, 고등학생때쯤입니다.할머니가 거실에서 티비 보는 것을 굉장히 못마땅해했던 엄마는방에 들어가게끔 옆에서 한숨을 푹푹 쉬며 눈치를 주었습니다.식사를 항상 같이 하다 언제부턴가 할머니 식사를 먼저 챙겨주시곤 했어요.
그러다 나중엔 쟁반에 밥, 국 반찬들을 챙겨 할머니 방에 가져다 드렸죠.한 번씩 할머니가 서운함을 표출하셨지만 서로의 감정만 악화될 뿐 바뀌는 건 하나 없었죠.
제가 고3 때 할머니가 너무 안쓰러워 저녁식사 자리에서 그만 좀 하라고엄마한테 소리치고 독서실로 간 적이 있어요.독서실에서 소리없이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몰라요.그리고 그 다음날 저녁 엄만 안방에서 드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혼자 드시고 계셨어요.제게 서운하다며 울며 말씀하시는데 그 당시엔 엄마의 입장을 전부 이해하지 못했었어요.며칠을 서먹서먹 제대로 해결 안된채 다시 이전처럼 돌아갔네요..
그래도 그때까진 할머니와 이야기도 나누고 먹을 게 있음 가장 먼저 나눠드리고 했었는데..친척들 오시면 제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시던 우리 할머닌데..어느샌가 저도 엄마와 똑 닮은 모습이 나오더라구요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결국 마지막까지 변한 모습 못 보여드렸네요그나마 의지했던 저마저 등을 돌려버렸으니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2018년 2월, 하루 아침에 거동이 안되어 방에 누워계신 후부터엄마는 더 부지런해야만 했습니다. ( 이때부터 요양보호사님이 하루에 5-6시간 오셨어요)정신이 오락가락하였고, 기저귀도 갈아야했습니다.누워 계시다 어느 날은 갑자기 앉아계셔서 모두가 깜짝 놀랐었어요.그러다 엉덩이 힘으로 밀고 거실까지 나와있길 몇 달...중심을 못 잡으니 다시 안고 옮기고.. 누워있다 oo야~ oo야~ 밤낮없이 소리치기도 한참을 하셨어요.할머니가 이렇게 목청이 좋은지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또 기저귀에 큰 일을 보시곤 손을 넣어 온갖 곳에 칠해놓기도 한 게 가장 큰 충격이었죠.갈수록 힘겨워지니 요양병원도 생각하려던 때에엄만 요양병원에 가시고 얼마 안 되 돌아가시면 그조차 마음 편치 않을거라며다 떠안고 같이 지내왔어요.
요양병원 이야기가 오간지 몇 달 지나지 않아 10월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아침에 요양보호사님 오셔서엄만 외출하였는데 30분도 채 안 되어 돌아가셨다고 전화가 왔어요.입관식 때 엄마가 정말 죄송하다고 더 잘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목놓아 우시는데.. 정말 지금도 글 쓰면서 눈물 나네요
신기한건 할머니 돌아가신 날과 할아버지 돌아가신 날이 같아요.
엄마 덜 힘들라고 한 날 한 시에 가셨다며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시네요
이젠 자유롭게 편하게 살라고 한 지 1년 좀 지나 외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시면서올 3월쯤 외할머니를 모시고 오게 됐어요.
남매가 많지만 각자의 상황이 있어 지금 엄마밖에 모실 수가 없어요.그래도 자주 집에 외할머니를 보러 오십니다.
외할머니도 치매가 왔지만 시대를 거슬러 아기 때로 돌아간 것 같다며주무시는 시간이 굉장히 잦고 깁니다.
제가 한 달 전부터 일을 쉬게 되어 한 번 가면 하루씩 자고 옵니다.외할머니 모습에서 친할머니의 모습이 많이 겹쳐 보여 그 때마다 울컥한 마음이 올라오지만그 때 못다한 걸 후회없이 외할머니께 해드리려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또 거동이 불편하다보니 외출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지난 2주전쯤 저녁 밖에서 먹어보자며 휠체어 가지고 내려가 공원 한 바퀴 돌았었습니다.외할머니도 바람 쐬니 좋다 하시고, 엄마도 산책다운 산책 한 번 요 근래 못했었는데모두에게 좋은 시간이 된 것 같아 정말 기뻤습니다.
저희 삼남매가 엄마한테 전화하면 눈물이 요즘 난다며엄마의 우울함이 커진 듯 하여 7월 말에 외할머니, 엄마, 아빠, 언니와자연 속으로 1박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이모가 볼테니 놓고 가라고 하셨지만 이렇게 가는 여행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못해본 거 이제 다 해보려 합니다.
이젠 엄마의 몸과 마음을 환기시켜주는 기회들을 많이 만들어볼게요그리고 삼남매 모두 결혼하고 2세가 아무도 없으니대놓고 바라고 물어보는 우리 엄마머지 않았어요....ㅋ..ㅋㅋ..ㅋ.
갑자기 든 생각은 가족, 친척, 지인들에게 엄마의 노고를 알아주는 고마움의 영상을만들어 보여드리면 어떨까 싶어요.누군가에게 인정받는게 크나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이 글을 읽어주시는 많은 사람들의 응원 댓글 또한엄마에게 많은 감동을 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사시는 모든 분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