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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10년차가 되니 아버지의 무게를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채채 |2020.07.22 02:35
조회 40,777 |추천 241


30대 초반 직장인이구요
현재 회사생활 9년차입니다.

대학 졸업하기전에 원했던 직장에
취업할 수 있게 돼서 지금까지 어찌저찌 다니고 있네요.
제 나이또래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주변 친구들은 20대초중반에서 현재 30대까지
취업준비하느라, 이직하느라, 사업을 해보느라
혹은 잠깐 휴식기를 가지고 여행을 다니거나.
다들 인생에서 잠깐의 텀을 가지고
지내본 친구들이 많은데
저는 10년을 가까이 장기휴가 다녀온
2주정도 이외에는 인생에서 '텀'이라는걸
가져본적은 없는것 같아요.

그래서 입버릇처럼 10년차가 되면
나도 좀 내 인생에 쉴 시간을 줘야겠다며
퇴사를 꿈꿨습니다.

우선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구요,

8월이 되면 35년 가까이 한 직장에 다니신
아빠의 퇴직일이 됩니다.
회사 생활 초반에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정도 연차가 쌓이고 나니 아빠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지금은 웃으면서 "양복 주머니에는 사표가 늘 있었지" 라고
농담처럼 했던 아빠의 말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는지, 치열한 가장들의 전쟁터라는 8-90년대 대기업에서 아빠는 얼마나 벗어나고 싶었던 순간들을 수백번수천번이고 마주했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처럼 '10년정도 일했으니 나에게 휴식이라는걸 주자!' 라는 생각한번 못해보고 세딸들과 아내, 가정을 위해 스스로의 삶을 얼마나 포기하셨을지.

아빠 생각을 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고,
아빠의 지난 젊고 창창했던 시간들을 갉아먹고도 충분히 효도하지 못하는 것 같은 제가 너무 못난 것 같아요.

아빠가 퇴직하시면서 아빠,엄마 그리고
오래전에 퇴직하신 할아버지,할머니 이렇게 네분을
제 앞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옮길 수 있냐고
엄마가 물어보셔서 그러겠다고 했어요.
동생들도 각자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제가 가장 안정적이기도하고 직급이나 연차가
있다보니 제 앞으로 옮기기로 했네요.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그러면서 문득 10년차가 됐을 때
열심히 달려온 나를 위해 퇴사 해야겠다는 계획이,
35년 가까이 우리를 위해 직장생활을
버텨야만 했던 아빠의 인생과 겹쳐지면서 무거워졌습니다.아빠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맙고.
수백가지 생각들이 드네요.

그까짓 건강보험 하나때문에도
왜인지 모르는 무게감이 드는데 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아빠의 견뎌야했던
무게는 가늠을 못하겠습니다.
요즘은 아빠 생각만하면 눈물이 너무 나요.

한 가정을 착실하게 보살피시며
가족들의 안정을 책임지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대단하시다는건 누가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당연히 아는 사실이었지만 요즘들어 아주 조금은 살갗으로 와닿네요.

퇴직을 앞두고 심란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시는 아빠를 위해 무얼 해드리는게 좋을까요?

그리고 이 긴글을 읽으신 분이 계시다면
저처럼 서먹서먹한 부녀지간이라도(혹은 부자지간)
아빠게 전화나 따뜻한 문자하나 남겨놓으세요.
저도 내일은 꼭 아빠한테 전화한번 하려구요.
추천수241
반대수11
베플장기복|2020.07.23 11:20
글쓴이 같이 이쁜마음을 가진 부모는 얼마나 행복하실까 ^^ 오래도록 행복하세요 ~~ 부모는 그 이쁜마음에 더 더욱 행복하실겁니다
베플ㅇㄹㅇㄹ|2020.07.23 10:49
ATM취급만 하는 판녀들 보다가 눈정화 하고 갑니다
베플아재182|2020.07.23 10:51
님! 님의 존재 자체가 아버지에게 기쁨이고, 님이 잘자라준 것만으로도 아버지께서 행복해 하실거에요. 힘내세요!
찬반ㅇㅇ|2020.07.23 11:55 전체보기
나는 반대인데..... 아빠가 직장을 핑계로 가정을 얼마나 등한시 했는지 알게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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