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팀장님은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신데,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일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거다. 서로 술 한잔하고 속을 터놔야 사고가 안 터진다."
팀장님은 과거 큰 프로젝트가 무너질 뻔했을 때
팀원들과 밤새 단합해가며 위기를 넘긴 기억을
최고의 자부심으로 여기시는 분이죠.
그런 팀장님이 이번 주말,
팀 단합을 위한 워크샵을 선포하셨습니다.
"요즘 다들 자기 일만 하고 대화가 없어."
"이번에 공기 좋은 데 가서 밤새 고기 구우면서 우리 팀 정신을 다시 세워보자."
"이번 참석 여부는 인사고과 내 팀워크 및 협업 능력 항목에 반영할 거니까 다들 열외 없도록 해."
사실 전 특별한 약속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전 지독한 집돌이이고 극 I입니다.
평일에 회사에서는 노력해서 어찌저찌 버티지만
사람들에게 기를 다 빨리고 나면,
주말 이틀은 혼자 조용히 넷플릭스를 보거나
게임을 하며 재충전해야 다음 주를 버틸 수 있는 성향이죠.
저에게 주말 워크샵은 연장 근무보다,
야근보다 더 끔찍한 감정 노동입니다.
고민고민에 도저히 가고 싶지 않아 조심스럽게
개인 일정이 있어 참석이 어렵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팀장님... 제가 그날 집안에 제사가 있어서 도저히 참석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랬더니 팀장님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러시더군요.
"제사? 자네 저번 회식 때도 집안일 있다고 빠지지 않았나?"
"평소 성향이 내향적인 건 알겠는데, 조직 생활 하려면 그 껍질을 깨야 해."
"자꾸 이런 식으로 겉돌면 자네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협업 불가자로 찍힐 수밖에 없어."
팀장님은 제 핑계를 이미 간파하신 듯했고,
제 성향 자체를 고쳐야 할 결함으로 보고 계십니다.
팀장님의 압박에 저는 지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가기 싫은 워크샵에 억지로 끌려가서
주말 내내 팀원들과 부대껴야 한다는 사실도 끔찍하고,
안 가면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무섭습니다.
회사가 제 주말 시간까지 팀워크라는 명분으로 강제로 뺏을 권리가 있는건가요?
이걸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을지..
회사를 계속 다니려면 억지로 끌려가서 가짜 웃음을 짓는 게 정말 팀워크에 도움이 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