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답을 얻으려고 올린 글은 아닌거 같고 그냥 답답해서 여기에다가라도 쓰게 됐어요.
판에 글을 쓰는건 처음이라 여러가지 룰? 에 조금 어긋날지도 모르지만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저는 아빠가 너무 밉고 끔찍합니다. 사실은 아빠가 없었으면 바라고 있어요.
저는 아빠의 폭력으로 6년째 우울증 약을 먹고 있어요.
시작은 다섯살때였어요. 나이가 확실히 기억나는건 아니고 유치원 다니기 전이니까 네살 아님 다섯살일거예요.
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처음 보는 학교 앞에 차를 세우더니 저더러 내리라고 하더군요.
이제부터 네가 알아서 살라며, 배가 고프면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든, 구걸을 하든 알아서 하라고. 나는 이제 널 더이상 못 키우겠다고.
저는 넉넉치 못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아빠는 제가 부담스러워서 그랬다고 해요. 저는 버려지는게 무서워서 울면서 빌었습니다.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잘못했다고 빌었어요. 앞으로 말 잘 듣겠다고.
아빠는 밖에 한참 서있다가 다시 차에 타시고선 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그날 이후로 매일 언제 버려질까 두려워하며 벌벌 떨고 눈치보고 자랐습니다.
갖고 싶은거, 먹고 싶은거 한번 말도 못해보고 집에 부담주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공부해서 이름 있는 대학에 장학생으로 붙었어요.
합격 통보를 받은 날 아빠가 제일 먼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나는 너더러 대학 가라고 한 적 없고 니 맘대로 공부해서 붙은거니까 학비 알아서 책임지라고.
저는 그정도야 각오했던 일이니까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장학금과 대학생 생활비 대출, 아르바이트 등등으로 대학교를 다녔어요.
대학을 다니는 내내 아르바이트를 쉬어본 적이 없어요. 돈이 필요해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다닌 적도 있습니다. 주간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쪽잠 자면서 24시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면서 병원을 다녔어요. 병원은 정신과를 다녔습니다. 우울증이 심해서요.
병원을 다니면서 그간 제가 당했던 무수한 폭력들이 잘못된 거라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매질을 당하고 쫓겨나고 욕을 듣는 모든 것이 사실은 학대였다는 걸 알았어요.
저는 여태 한번도 저를 위해 살아본 적이 없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폭력적이고 도박과 술에 빠져서 가계를 돌보지 않는 아빠, 그런 아빠 때문에 고생하는 엄마.
엄마는 종종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너때문에 산다고, 네가 유일한 희망이라고, 꼭 성공해서 엄마 좀 살려달라고, 너만 없었으면 니 아빠랑 안 살았을텐데 너 때문에 참고 사는거니까 니가 엄마한테 잘해야 한다고.
저는 엄마의 인생을 망쳤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엄마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려고 애썼어요.
대학 때문에 본가에서 나와 자취를 시작한 뒤로 아빠 얼굴도 보기 싫고 전화도 하기 싫은데 엄마가 저한테 자꾸 아빠를 이해하라고 니가 잘 대해주라고 하면서 계속 본가에 내려올 것을 요구해도 다 들어줬습니다.
차마 본가에 내려오라는 엄마 말에 거절도 못하고 꾸역꾸역 집에 내려 갑니다.
그리고 갈때마다 아빠의 폭력성을 다시 깨닫고 절대 용서할 수도 화해할 수도 없을거라는 생각을 하게돼요.
본가에만 갔다오면 스트레스 때문에 응급실에 가서 안정제를 맞을 정도거든요.
저는 지금이라도 조금씩 제가 원하는걸 들어주며 제 삶을 살아가려고 아둥바둥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하고 싶던 공부를 더 하려고 대학원도 다니게 되었고요. (학비는 장학금으로 잘 해결해서 생활비만 엄마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학생생활센터에서 지속적으로 상담치료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의 부탁으로 집에 내려갈 때마다 너만 없었으면 우리 가족은 행복했을거다, 너 때문에 내 인생이 망했다, 맨날 아프고 공부한다며 돈 잡아먹는 너 때문에 우리 가족이 힘든거다 등등 그런 말들을 듣습니다.
그럴때마다 매일같이 죽고 싶다가도 아빠만 죽으면 되는데 왜 내가 죽어야하나 억울하고 괴롭습니다.
내가 눈치 없이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고 있는거였네, 얼른 죽었어야 했는데 여태 살아있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아빠라는 사람은 맨날 말로만 하는 소리 질린다고 하더라구요.
아빠만 없었더라면 제가 이렇게 아프진 않았을텐데 아빠한테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약을 먹고 상담을 받아도 매번 또 좌절하고 맙니다.
제가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지옥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