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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했던 짝사랑의 결말...

지나가는쓰니 |2020.09.05 11:16
조회 1,809 |추천 9
스무살, 대학교 1학년 2학기
친구들과 함께 교양수업을 수강했는데 조별 모임을 하는 수업이었다. 첫날 같은 조가 된 사람들끼리 모여 자기소개를 하는데 그중에 07학번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11학번인 나는 07학번을 처음봐서(4학년 선배님들도 08학번이었기 때문에) 진짜 너무 신기했는데, 그 와중에 그 오빠는 말도 안 되게 동안에다가 완전 귀엽게 생겼고 이름도 좀 특이해서 뇌리에 박혀버렸었다.
그 오빠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조장이 되었고, 그 덕분에 조별모임을 하는 동안 그 오빠를 실컷 관찰할 수 있었다. 맨날 똑같은 과잠에 똑같은 모습으로 조용히 수업을 받던 오빠였는데 왜때문인지 모르게 나는 그 오빠를 엄청 좋아하게 되었고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올정도로 지독한 짝사랑을 했었다.
잠 많던 내가 그 수업이 있는 날엔 아침 일찍 눈이 번쩍 떠질 정도였고, 달달한 걸 좋아한다는 그 오빠를 위해 수업 전에 꼭 매점에 들러 간식거리를 사서 다 같이 나눠먹는 척하며 그 오빠에게 간식을 조공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던 나는 종강을 하고 슬픔에 잠겨 지내다가 12월의 마지막 날 새해를 카운트다운하며 그 오빠한테 문자를 했다.
‘해피뉴이어! 저 사실 오빠 좋아해요. 올해가 끝나기 전에 꼭 말하고 싶었어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돌아온 그 오빠의 답장은 ‘좋아해줘서 고마워’

그렇게 스무 살의 짝사랑이 끝났다.


1년이 지나고 2학년 2학기, 우리과 전공 교직수업을 수강했고 첫날 교수님께서 출석을 부르시는데 익숙한 이름이 들려서 놀랐다. 둘러보니 여초과였던 우리과 전공이라 여자들만 가득한 강의실에서 존재감 뿜어내던 남자, 그 07학번 오빠였다.
날 보며 반가워하길래 왜 여기있냐고 물으니 자기 과 수업시간이 안맞아서 같은학부였기 때문에 그냥 우리과 교직울 신청했댄다. 아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웃는 그 오빠를 보며 나도 쿨하게 대해야 하는건지 난감했지만 그냥 짝꿍해가며 그럭저럭 지냈다.
항상 수업을 마치면 아무말없이 앞문으로 나가더니 내가 짐 챙겨서 친구들이랑 나가면 문 옆에 있다가 내 어깨를 툭툭치며 “잘가” 라고 인사하는데 그 인사에 내 마음이 또 주책을부렸다. 종강이 다가워질 무렵 그 오빠가 자기 졸업시험 봐야하는데 떨린다고 하길래 “그거 잘보면 오빠 졸업하는거에요? 그럼 못봤으면 좋겠다.” 라는 희대의 이불킥 멘트도 던졌었지... 그렇게 종강과 함께 그 오빠는 졸업을 했고 다행히 그 해의 마무리때눈 문자를 하지 않았다.ㅋㅋㅋ


3학년 1학기, 친한 친구들과 교양수업을 들었는데 그 수업에 07학번이고 그 오빠랑 같은 과인 사람들이 있길래 ‘저 사람들은 졸업 안했는데 그 오빠는 왜 벌써 졸업했지?’ 라고 또 생각이 났다.
중간고사가 다가올 즘, 내 친구와 썸타던 남자를 소개받는 자리에서 그 남자가 친구들을 부르겠다고 했는데 위에 언급했던 교양수업 같이 받는 07학번들이 왔다.
우연에 신기해하던중에 그 사람들이 07학번 같은과에 누구 아는사람 없냐길래 내가 한명안다고 이름말해줬더니 깜짝놀라며 자기들이랑 같이 살고있다고 했다.
알고보니 그 오빠는 우리 대학교 근처에 있는 직장에 취직을 했고, 그래서 대학 앞에서 저 친구들과 함께 자취를 하고 있는 상황. 뭐 이런 우연이 다 있지? 싶었다. 당장 그 오빠를 부르겠다고 전화를 걸어대길래 마구 말렸고 다행히 그 오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 자리가 파하고 새벽에 자취방에 돌아왔는데 그 오빠한테 전화가 왔다. 회식을 마치고 집에 왔더니 친구들이 내 얘기를 해주며 널 찾더라고 전했다는..ㅋㅋㅋ(내가언제...)
일단 어색하게 전화를 받아서 인사를 건냈는데 그 오빠가 갑자기 대뜸 “나 안보고싶었어? 난 너 엄청 보고싶었는데” 라고 해서 1차 놀람. 지금 학교정문 앞에서 만나자고해서 또 2차 놀람.
그렇게 얼떨결에 만나서 치킨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고 반복되는 우연에 신기해하던 우리는 몇 번 더 만나서 밥을 먹었었다. 그리고 벚꽃이 흐드러지는 어느 날 그 오빠가 나에게 좋아한다고 했다.
운명을 믿지 않던 내가 운명을 조금 믿게 된 계기였다.

그 오빠 지금 결혼해서 애기낳고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에휴....


곧 그 애기 낮잠 깰 시간이네 벌써
추천수9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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