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인사를 받아주실 분들이 계실까..싶습니다만
헤어진 이야기 풀어달라 하셨던분 계셨어서
훌쩍...ㅎㅎ
그 이야기 하러 오랜만에 들어왔습니다
한때 잠시 멀어졌었던 이야기고
지금은 너무 가깝게 있는 중입니다.
어느덧 11월
추워집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30]
선배가 군대 가기 전 열렬히 사랑했던
그분에 관해 들은적이 있었다
입학하자마자 선배가 그분께 첫눈에 반했었고
남자친구가 있었던 그 분은 선배를 여러차례 거절했지만
그래도 선배는 그분이 참 좋았단다
학기초 그분이 참석하는 그 많은 술자리에서
몇시간이고 선배는 내내 그분을 기다렸다고 했다
그분을 집에 데려다 주고싶어서...
그렇게 선배와 그분은 사귀게 되었고
선배는 그분께 헌신적이었지만
그분의 마음은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제풀에 지친 선배가 그분을 놓았는데
알고 봤더니 그분이 선배의 가장 친한 친구와
바람을 피고 있었다고...
그 이후 선배는 군대를 갔고
복학해서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고,
깊이 마음 주지 않는 것
누군가의 남자친구 여자친구...
이런게 다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날은 선배가 술을 좀 많이 마신 날이었다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있었던 내가
전화를 받고 술집으로 갔을 때
선배는 날 보자마자 피식 웃었다
"술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집에 데려다 줄게요"
"어 이거 예전에 내가 자주 했던 말인데"
선배는 술에 취해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선배를 부축해서 집으로 가는 길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있던 선배가 갑자기 팔을 빼냈다
"나한테 잘해주지마"
"아니 그럼 술취한 남자친구 여기다 버리고 가요?"
"널 좋아해 좋아하는데..."
"나..나는 아직 내 마음의 깊이를 잘 모르겠어"
술 취했다면서 저런 이야기 참 잘도 지껄인다
취중진담이랬는데술 안취했을 땐
입에 발린 소리도 잘하더니
술취하니까 사람이 참 진실해졌네
마음이 아팠다
술취해 주정 부리듯 털어놓는 선배 이야기에
내가 듣고 싶지 않은 선배의 진심이
툭툭 뱉어져 나왔으니까
처음 술자리에서 너한테 눈이 갔던 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즐거워 하던 그때 걔가 보여서..
어느순간 걔가 너한테 겹쳐 보여서 깜짝 놀랐는데
니가 날 보고 있더라
그래서 더 놀랐지
처음 널 본날
선배의 시작은 그랬구나
내가 그분이랑 비슷해서
얼마전 몇년만에 걔를 만났는데
그때랑 똑같더라 짜증나게
내 마음이 그때도 그랬는데 지금도 그래
미워야하는데 밉지가 않아
그래서 술 좀 마셨어
선배는 잠이 들었다
이불을 덮어주고 문을 잠그고
선배 집을 나서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나 싶어서
늦은 밤 그분을 데려다 주고 싶어서
몇시간을 내내 기다리고 기다렸을 선배
술에 취해 비틀 거리는 그분을 부축해
집에다 데려다주면서 행복했을 선배
그때의 선배는 참 좋았을텐데
그때의 선배와 같은 상황에 있는
지금 나는 행복하지가 않다
선배가 아까 나에게 전화했었을 때
내 이름 대신 부른 낯선 이름
그분의 이름이었다
요 며칠 말수도 적어지고
뭔가 고민스러워 보였던 선배였는데
그 이유가 그분이었으리라
다음날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날 반가워 하는 선배를 만났을 때
구태여 묻고 싶지 않았다
내가 말하면 그길로 우리가 끝날 것 같아서
아무렇지 않은척 했지만 그날로 조금씩 내 마음을 정리했다
정리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선배를 놓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나 혼자서 마음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선배의 맘속에 아직 그분이 남아 있다고 확신했고
다 비우지 않은 마음으로 그분과 비슷한 나를
대안으로 찾은 것이라 단정 짓었으며,
나는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했었다
우리의 시작이 그분이었으니
어쩜 끝도 그분인게 당연한게 아니었을까
선배와의 만남과 연락을 피하고
며칠간 생각을 정리한 나는 우리 사이를
마무리 하기로 마음 먹었다
"선배 지금 만나요"
"집은 좀 그렇고 놀이터로 갈게요"
며칠만에 본 선배...여전히 좋았다
내 마음은 여전히 두근두근했고
날 보고 웃는 선배의 얼굴은 여전히 다정했다
요새 왜 이렇게 바쁘냐며 보자마자
날 안는 선배의 팔을 걷어내며
울면서 이야기하지 말아야지 마음 먹었다
그날 밤선배가 날 다른 이름으로 불렀던 것
나에게 취중에 털어놓았던 선배의 진심
꽤나 덤덤하게 심지어 웃기까지 하며
난 아무렇지 않은양 이야기 했다
방금전까지 웃고 있던 선배의 얼굴이 굳어졌을 때
난 계속 덤덤히 말했다
어차피 이제 다 지난 일이라고
그날밤 좀 마음이 아프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사람 마음이라는건 누군가 하나가 애쓴다고 되는게 아니라는거 잘 알고 있다고
원래 사람은 술 먹으면 진심이 나온다했어요
좀더 빨리 알았으면 이렇게 길게 오지 않았을텐데
내가 그걸 잘 몰랐어서 여기까지 온거 같아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하다고
그래도 내가 선배를 아직 좋아하니까
그냥 그날밤 아무것도 못들은 척 지내볼까도 싶었는데
생각해보니까 그럼 내가 너무 딱하잖아요
누군가의 대체...
뭐 그렇다는게
그냥 나하나 내 자체를 예쁘게 봐주고
사랑해줄 사람도 어딘가에 있을텐데
이제 그런 사람 찾으러 가려구요
"우리.. 그만 만나요"
"연인으로도...선배로도 후배로도...
그 어떤 걸로도 이제 다신 만나지 말아요"
내 말에 선배가 언성을 높였다
"내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너혼자 단정짓고 너혼자 정리하고 왜 결론만 말해?"
"선배 말은 그날밤 충분히 들었어요"
"더 이상 들을 이야기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을것 같아요"
선배가 그분을 다시 만나든 말든 그건 상관 없는데
그분을 대신할 비슷한 사람을 연인으로 만들지는 말아요
그냥 예전처럼 여러 여자들
가볍게 만나고 살아요
또 나같은 사람 만들지 말고
그거 당하는 사람은...
무지 비참하거든요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한동안 마음이 아팠지만
첫사랑은 원래 이뤄지지 않는 거라고
선배는 내가 아닌 그분과 비슷했던
나의 단편을 좋아했던 거라고
애써 나 자신을 위로했다
때마침 방학시즌이었고
sns 탈퇴, 핸드폰 번호 교체
선배와 사적으로 연결될만한 모든 고리를 끊어냈다
다만 딱 하나 끊어내지 못한건
선배를 통해 알게된 또 다른 인연...
날 친동생처럼 생각해주었던 선배의 친구이자
내 과 선배 한명
선배와 연인간의 인연이 끝났다고 내 학교생활
선후배 연까지 끊어버릴 수는 없으니..
후드티를 자주입고 품성이 선비같아
내가 후드선비님이라 불렀던 그 선배는 선배와 내가 헤어진 이후 참 집요하게 나의 안부와 현재 위치를 물었다
아오 걱정하지 마시라니까
내가 헤어진거 뭐 그것때문에 휴학이라도 할까봐 그래요?
아 좀 냅둬요 방학끝나면 학교 갈테니까
친구와 함께 꽤 긴 여행을 다니는 동안에도
후드선비는 하루에도 열두번씩 카톡을 보내왔다
산이나 절로 들어갈거 아니면 휴학은 절대 안된다는 당부와 함께
하루이틀 시간이 흐르는 중에도
즐겁게 여행을 다니는 중에도
빼먹지 않고 틈틈히 마음이 시렸고
눈물이 났지만
내 일상은 선배가 빠진 그전으로 빠르게 회복되었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서 선배를 다시 마주쳤을 때
웃으며 꾸벅 인사를 할 수 있기까지...
나는 노력했다
그리고 정말 괜찮아졌다
할일이 남아 늦은시간 혼자 집에 가게 된 그 날
선배와 후드선비를 코 앞에서 마주쳤을 때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선배는 그런 나를 스쳐 지나갔다
후드선비가
"아니 대체 여행이 얼마나 즐거웠길래..깁스 뭐야?"라며
깁스가 감긴 내 손목을 만지는데
나는 나를 스쳐지나간 선배에게 참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인사정도는 해도되지 않나'
후드선비는 선배에게 먼저 가라고 전화를 했고
후드선비와 마주한 자리에서 잘 아문 내 마음을
이야기하며 후드 선비를 안심시켰다
"아!!!!!!!! 이제 카톡 좀 작작 하라고요!!!!!!!!!!!!!!!!!!!!!!!!!!"
"진짜 지겨워 죽겠네!!!!!!!!"
그렇게 개강 후 여러날이 흐르고
한두번씩 선배를 마주치는 곤란한 상황이 생길때 마다
후드선비가 날 아는척하며
선배와 나 사이의 가림막이 되어주었다.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 하자고 후드선비가 날 불렀던 그 밤
후드선비 대신 앉아 있는 선배를 마주치기 전까지만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