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퇴근이 늦습니다.
퇴근 후 혼자 먹는 늦은 저녁을 차려주고
저는 보통 거실에서 티비를 보거나
식탁에 마주보고 앉아 하루 일과를 얘기합니다.
남편은 유튜브영상을 자주 보는데,
보는 컨텐츠들이 참 다양합니다.
그중 제일 많이 보는 게 게임, 정치, 영화, 역사 정도 ?
참고로 저에게 유튜브는 필요한 영상을 검색할 때
사용하는 정도로 쓰여집니다, 인스타를 보통 많이하구요.
그런데 게임 컨텐츠를 운영하는 유튜버들이
단순히 게임영상만을 올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밥을 차려주고 역시나 유튜브 영상을 옆에 올리고
저는 그 앞에 앉아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는데
영상에서 음악소리가 나면서 속옷만 입은 여성들이
엄청 야한 춤을 추고 있더군요... 깊은 빡침을 느끼며
그런거 보면 좋아 ? 왜 그런걸 보는데 ? 하고
남편에게 몇 마디 던졌습니다.
빡침에 그 말들이 곱게 나가지는 않았어요..
제가 기대한 대답은 원래 이런 영상이 안나온다며
넘긴다거나, 머슥잖아 하는 모습이었는데
오히려 되려 저에게 화를 내더군요.
니가 이 사람 컨텐츠를 아냐면서 그냥 춤 추는 영상인데
왜 이상한 걸 보는 변태 취급을 하냐며,
오히려 나는 이상한게 아니라 생각해서 니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다, 니가 하는 그 말은
이런거 자체를 보는 사람들을 싸잡아서 이상한 사람
만들자는 거 아니냐, 이런 컨텐츠로 돈버는 사람들이
왜 비정상적인거냐, 유튜브 심의에도 걸리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다 볼 수 있다면서 말도 안되는 그런..
대충 이런식의 대화들이 오갔습니다.
싸우던 와중에 다음 여자가 춤추는 장면을 보고는
아 근데 진짜 이건 야하긴 하네 하고 넘겨버리더군요..
그러면 그게 야하고 선정적인 영상이란걸 인정하는 꼴인데
계속 똑같이 싸웠습니다.. 제가 하는 말이 다 튕겨 나가는 것
같아 답답하고 답답하고 더 빡이치고...
그러다가 남편이 니가 잘해주면서 그러면 몰라도...
저 말이 비수로 꽂히더군요..
출산 후 부부관계가 정말 해에 손꼽을 정도로 줄긴 했습니다.
출산을 어렵게 했던 터라 관계를 하려 하면
출산의 고통이 생각나고, 밑을 건드는게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남편도 이해해주고
해가 넘어갈 수록 점차점차 나아지고 있던 와중에
올 초에 둘째가 유산되는 아픔을 겪고 다시 부부관계는
더 악화되었습니다.
그거 말고는 사이도 좋고 즐겁게 재밌게 살아가는 부부입니다.
(남편이 이상한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
남편이 많이 배려해주는 부분에
참 미안하기도 하고 늘 고마운 마음이 컸구요..
근데 저런말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제가 그런쪽으로(?) 잘 해주지 않아서 본다는 말 같아서..
제가 그 영상을 알아내서 다시 봤는데
(끝까지 보진 못해서 무슨 내용인진 잘 모릅니다)
제목부터가 발기시키면 별풍선 천개 ? 뭐 이런 느낌..
진짜 속옷입고 춤추는 모습들이 너무 선정적이고..
(방송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성인방송 수준 ?
제가 꽉 막힌 사람도 아니고, 직업에 귀천이 없다 생각하는데
너무 화가나서 그런식으로 돈버는게 정상이냐며
(물론 그 사람들의 삶을 존중합니다..
근데 그걸 밥먹으며 본다는게 너무 화가나서 한 말..)
비정상으로 치부한 제가 진짜 너무한건지...
너무너무 궁급합니다..
단순히 가치관의 차이라고 하기에는
나같은 상황이 다른 부부에게도 일어났다면
아내분들은 백이면 백 다 기분 나쁠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제가 너무 꽉 막힌 사고방식을 갖고
남편을 너무 몰아세우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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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많은 조언들과 공감 감사합니다,
충고해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
남편은 다른 걸 하면서도 자주
유튜브 영상 틀어놓고 보는 버릇이 있어요.
그 때도 그냥 알고리즘의 흐름대로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유튜버의 구독자이기도 했고,
그 분이 또 막 그렇게 이상한(?) 영상만 올리시는 분도 아니고
(하지만 그분의 컨텐츠는 저는 이해할 수 없는...)
유독 그 영상이 좀 그랬나본데
아무생각 없이 틀어놓고 그냥 단지 춤추는 거라고만 생각했나봐요
그런 상황에서 제가 뭐라고 하니까 더 이해가 안됐던 거고,
다투다가 나중에는 아 이건 좀 그러네 하며 영상을 넘겼거든요..
근데 제가 그런식으로 몰아가는 것에 단단히 화가나서
그래서 더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된..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역지사지 운운하면서 몸 좋은 남자들이 헐벗고
춤추는 영상을 내가 보면 너는 기분이 어떻겠냐 물었더니
전혀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은데 ?? 그러더라구요
(화가나서 비꼬듯이 하는 말 같기도 하고..)
남편이 가끔 혼자 야동도 보고 그러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럴때마다 미안함에 정말 가슴이 미어집니다..
남편도 속이 정말 말이 아닌거 잘 알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이해해주고 기다려주고 참 고마운 남편입니다
엊그제는.. 마음 한켠에 꾹 참고 쌓아두었던게
진심 아닌 진심으로 홧김에 터져 나온거라 생각이 듭니다.
(평소에는 절대 그런 말, 행동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합법적인(?) 야동 그런건 전혀 문제가 없고 괜찮습니다.
그런 관계의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전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취향이냐고 농담으로 묻기도 하고 받아치고 그럴 정도로)
그치만 어떤분의 댓글처럼 뭔가 저런 영상들이 묘하게 더
기분나쁘고 더 싫은 느낌이 있더라구요 정말..
저 글의 상황은 엊그제였고, 어제 화해를 하려다가
또 서로 화가 올라와서 2차전을 하고
너무 답답한 마음에 난생처음으로 판에 글을..
오늘 아침에도 냉랭한 분위기로 출근을 했는데
댓글들을 보며 저도 생각을 좀 정리하고 보니
약간의 오해도 있었고, 그렇게까지 몰아붙일 건
아니었단 생각에 남편한테 전화를 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를 받더라구요.
이따 퇴근해서 오면 잘 정리한 마음으로
화해를 하고 얼른 서로 마음을 풀어야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