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정말 너무너무 무서워 죽겠어요~
똑! 똑! 똑!
누구지?
밤 늦게 잠이 들었는 데 누군가 방문을 두드려요.
누구지?
아 참, 이 집엔 민혁이 하구 나 밖에 없지...
난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문을 열었다.
" 왜?"
" 누나, 옷 갈아입어. 할머니가 위독하시데..."
" 으~ 응?, 아 알았어."
순간 난 머리가 쭈볏 서면서 한동안 멍하니 아무생각이 나지 않았다.
연세가 많으시니 자주 아프시기도 하지만 이번엔 어째 예감이 좋지가 않다.
그렇게 살포시 들었던 잠은 순식간에 달아나고 너무나 말똥한 정신으로 차에 올랐다.
가는 내내 우리는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았고 난 자꾸 할머니와의 옛일들이 생각난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집에 도착하니 다들 할머니 방에 모여있었다.
마지막 가는 모습이라도 지키려는 효성심 들이 갑자기 발동한 것 같았다.
할머니가 그렇게 외로워 하셨는데 제대로 말벗 한번 돼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자꾸 눈에서 눈물을 흐르게 한다.
할머니는 숨을 가랑가랑 쉬시고 눈은 검은자위가 흰자위로 대치되고 초점 없이 흐리멍텅 한데...
갑자기 가뿐 숨을 한 번 몰아쉬더니 아들을 찾는다.
아버님이 할머님께 다가가 손을 잡아드리고 들릴 듯 말 듯 하시는 말씀을 들으시느라 고개를 숙여 할머니 귀에다 대신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으시는 것 같은데도 연신 고개를 끄떡끄떡 하시며 " 네 네" 하신다.
마지막 가는 망자가 뭐 그리 미련이 많아 이렇게 한사람, 한사람 불러가며 당부를 있지 않으시나.
이번엔 민혁이 차례...
유난히 예뻐하고 정 많던 손주라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또 한번 당부를 잊지 않으신다.
그리곤 내 차례 며느리를 제치고 내 차례인 걸 보니 할머니가 무의식중에도 날 많이 좋아하셨나 보다.
일면 고맙고 일면 별로 해드린 것도 없는데 하는 생각에 죄송하기도 하다.
나 또한 고개를 숙여 할머니의 당부를 들었으나 사실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심전심이라고 그 숨소리만으로도 무슨 말씀인지 느낄 수 있었다.
네 할머니...
난 눈물이 났다.
한 번 터지면 그치지 않는 내 울음보, 한 방울이 떨어져도 바닥을 다 적실정도로 큰 눈물 방울이 손등을 타고 흘렀다.
그리곤 마지막 가뿐숨을 몰아 쉬시더니 ...
그렇게...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으시고 편안히 가셨다.
다들 눈물 바다.
미운 정도 정이라던가...
우리 어머님도 많이 우신다.
사공 재희도 ...
나도 민혁이도...
그렇게 할머님의 장례식이 거행된 날은 벼가 익고 잔디도 익고 하늘도 나무도 다 익어버린 늦은 가을이었다.
난 문득 학창시절에 많이 들었던 ' 아침이슬' 이란 노래가 생각났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 한 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로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우리도 그렇게 가고 할머니도 그렇게 가고...
노란 들녘에 작열하는 태양, 그 곳을 따라 우리의 차는 장지도 향했다.
가까운 시 외곽 공원 묘지에 모셨다.
그 자리에는 개판이도 왔다.
검은 양복을 입은 개판이를 처음 본 나는 좀 생소하면서도 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개판이는 그 곳에서도 자기 일처럼 열심히 성의껏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렇게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온 우리는 둘이 마당에 앉아 해바라기를 했다.
이제 가을은 우리 둘에게 공동의 슬픈 추억을 남겨 주었다.
그리고 그 날 밤.
가을비가 스산하게 내리는 밤이었다.
제법 빗줄기가 굵어지려 하고 있었다.
늦게 까지 잠을 청하지 못한 나는 음기가 충천한 새벽2시쯤이 돼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곤 불을 껐는데...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엄습해 오면서 돌아누운 등뒤에서 누군가가 날 쳐다보고 있는 느낌.
정확히 얘기하면 할머니가 자꾸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렇게 비가 오는 데 찬 바닥에 어둠 속에서 땅속에 누워 있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정말 소름이 돋았다.
감고 있는 눈 위로 자꾸 할머니의 영상이 겹쳐지고 눈을 뜨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엄연히 현실에서도 나타난다.
자꾸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날 아껴주고 사랑해 주신 할머니껜 죄송한 말씀인데 돌아가신 할머니가 무섭게 생각되었다.
전에 읽었던 ' 시귀 ' 라는 책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더더욱.
그 책은 일본의 어느 마을에서 일어난 일을 쓴 책인데 다시 생각해도 무섭다.
일본은 원래 화장문화가 발달해 있고 우리나라처럼 매장하는 풍습이 없다.
그런데 일본의 어느 작은 마을은 그 마을의 전통상 매장이 풍습이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일이다.
그 마을은 대대로 소나무가 울창하게 자라서 그 소나무로 관도 짜고 무덤 앞에는 우리나라의 비석처럼 큰 소나무를 잘라 높게 세우는 풍습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턴가 그 마을에 괴이하게 사람들이 자꾸 죽어가게 되고 그 진실을 조금씩 파헤쳐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
그 진실의 대충은 이렇다.
죽은 사람의 시체가 관속에 남아있다 보니까 죽은 지 얼마돼지 않은 시체들이 귀신이 되어 자신을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 자신에게 잘 해준 사람, 아직도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을 찾아가 그들로부터 피를 빨아먹어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귀가 찾아오면 그를 그리워 했던 사람들은 그들을 반갑게 맞아주어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할머니가 날 유난히 예뻐 하셨던 걸 생각하니 사방 벽이 할머니의 모습이다.
할머니가 외로우니 지금이라도 같이 가자며 창밖 에서 내방 창문을 바라보고 서 계시는 것 같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불을 다 켜고 있는 데도 자꾸 머리가 쭈뼛 서고 창문을 바라보기가 겁이 난다.
그래서 난 베개를 들고 쏜살같이 달려가 정말로 염치없이 이 늦은 시간에 민혁의 방문을 두드렸다.
정말 무서워서 그랬다니까요.
똑! 똑! 똑!
" 민혁아~ "
그가 대답이 없다.
순간 더 무서워진다.
" 민혁아~"
좀더 큰 소리고 부르자 그가 문을 연다.
베개를 들고 있는 날 보고 좀 놀란 표정인데...
" 저기, 정말 미안한데 그냥 좀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 왜? 누나가 무서운 게 다 있어?"
얘가 진짜~ 누나가 무슨 철의 여인이냐?
" 아니, 저 그러니까 원래 무서움을 좀 많이 타, 특히 귀신같은 거 있잖아"
" 귀신? "
그가 웃는다.
"무슨 귀신?"
" 그러니까... 자꾸 할머니 생각이 나서... 할머니껜 죄송한데 자꾸 할머니 생각을 하니까 무서워. 할머니가 이 빗속에 찬 바닥에 누워 계실걸 생각하니... 자꾸 창밖 에서 할머니가 부르는 것 같단 말야 "
그리곤 눈물이 나서 훌쩍였어요.
순간 설움이 복받친 사람처럼...
프릴 달린 잠옷바람에 한 손에 베개를 들고 한 손은 눈물 닦구 콧물 닦구 내가봐도 나답지 않게 귀여운 컨셉이네요.
" 그럼 어떡할까? "
그가 귀엽다는 듯이 웃으면서
" 난 지금 자던 중인데... 지금 시간 좀 봐, 누나랑 밤새워 줄 수가 없는데. 낼 출근도 해야하구."
매정한 놈.
" 저기, 그럼 그냥 자 "
돌아서다가
" 그럼 내가 그냥 네 방에서 좀 자면 안 될까? 바닥에서 조용히 잘께"
그는 그러 라는 듯 문을 열고 비켜선다.
그리곤 바닥에 잘 자리를 물색하는 데
" 내가 바닥에서 잘게. 누나가 침대에서 자 "
" 아니야, 괜찮아. 네가 침대에서 자 "
" 아니야, 됐어 "
내가 침대에 눕자 그가 불을 끄고 바닥에 누워 잔다.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세차게 내리 붙는다.
근데 왜 오늘따라 천둥, 번개까지 치는 거야,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컨셉은 다 나왔다.
그 동안 봤던 모든 귀신 영화가 다 스치는 데 그 주인공은 다 할머니고 그 영상은 벽에 낱낱이 나타나고.
으~ 무서 버라.
" 민혁아~"
난 아주 조그맣게 불렀다.
" ... "
자나봐요.
무서워 죽겠는 데 대답을 기다리는 순간 대답이 없으니 더 무섭네.
제가 원래 귀신을 정말 무서워해요. 전엔 전화 받다가 귀신 나오는 장면보고 전화길 집어 던져서 전화가 고장난 적도 있어요.
" 민혁아... 자? "
" ... "
목소리 점점 커지고
" 민혁아 "
"왜?"
" 벌써 자? "
" 지금이 몇 신데 벌써 자냐구 그래..."
" 저기 불 좀 켜고 자면 안 될까? "
" 안돼. 난 불키면 잠 못 잔단 말야."
사실 나도 그렇긴 하지만...
"..."
"..."
또 천둥소리...
번갯불...
비바람...
어둠...
공동묘지...
할머니 무덤...
무덤 속...
관...
관속...
할머니...
난 불을 켰어요.
민혁이가 벌떡 일어나요.
어쪄죠, 정말 화났나? 잠 깨워서 ...
근데 그가 웃고 있어요.
정말 웃기고 귀엽다는 표정인데요.
" 야, 정말 미안해.. 근데 나 진찌루 무섭다니까 "
" 알았어. 그럼 불 켜고 자. 스텐드 켜"
" 알았어"
그리곤 누워 가지고 한다는 말이
" 누나 정말 무서우면 얘기해. 내가 옆에서 자줄게"
진짜! 그러면 누나는 좋지~
근데 어떻게 내 입으로 그렇게 얘기 하냐?
남사시럽게...
그리곤 누워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어쨌든 방까지 들어오는 덴 성공했는데... 히히~
15. 사랑이란 뭘까?
아, 뭐 이렇게 재미있는 게 안 하냐?
오늘은 일요일 오후.
요즘 TV는 볼게 없단 말야?
특히 한 낮에 하는 프로는?
맨 노래자랑 아니면 TV프로 재방송!
그나마 조금 아까 끝난 영화 해설 프로그램은 좀 볼만 했는 데 다시 볼게 없네.
내가 한 바퀴 다 돌린 채널을 이젠 민혁이가 돌리구 있다.
근데 이상하게 요즘 민혁인 일요일에도 집에 있을 때가 많단 말야?
지금도 내 옆에 앉아서는 채널 돌리고 있다.
" 민혁아, 너 요즘 굉장히 한가하다?"
채널 돌리다가 쳐다본다.
" 응? 무슨 소리야?"
" 너 일요일마다 바쁜 편이였잖아, 근데 요즘은 계속 일요일에도 집에 있는 날이 많네"
" 요즘에 모델 뺨치는 손님이 없나보지, 왜 가슴만 빈약하고 완벽한 여자들 있잖아."
" ... "
" 왜? 응? "
내가 무슨 취조하듯 묻자 대꾸의 가치도 없다는 듯이
" 뭘 왜야? 그냥..."
그러면서 무심하게 채널 만 돌린다.
" 너 요즘 정신 차린 거야? "
" 아니면, 너~ 누나 얼굴 오래 보려 구 일부러 약속 다 취소하구 집에 틀어 박혀 있는 거지? 그지. 너~ 누나 얼굴만 쳐다봐도 안 심심하지? 그지 "
내가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웃으면서 물었다.
그가 웃기 다는 듯이 웃으면서
" 에이 , 왜 이렇게 재미있는 게 안 하냐?"
딴 소리는...
" 누나, 재미있는 것 두 안 하는 데 오늘은 나가서 저녁 먹자."
" 진짜? 좋지"
아싸~ 신난다.
근데 지금 점심 먹은 지 얼마 안 됐는데 언제까지 기다 리냐...
아! 한숨 잠이나 자야겠다.
그리곤 살포시 잠이 들었는데...
딩동, 딩동, 딩동...
누구지?
딩동, 딩동, 딩동...
민혁인 뭐 하는 거야 ?...
내가 내려갔다.
보아하니 민혁인 샤워 중인 것 같다.
개판인가...
으~ 제발 개판이가 아니길...
오 하느님!
개판이이기만 해봐~ 넌 나에게 그 동안 땄던 점수 다 잃는 수가 있어.
" 누구세요?"
" 나야 "
누구...
" 엄마!"
" 그래, 얼른 문 열어 "
에이 참 엄마는 꼭 이럴 때 오구 난리야...
" 아이구, 무거워... 이년아, 얼른 안 받구 뭐해, "
보자마자 또 욕에 구박, 엄마 제발 욕만은...
" 사공서방은 어디 갔냐? "
식탁에 바리바리 싸온 음식을 올려놓으신다.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우리 엄마가 최고다.
더운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손수 드시면서.
" 아, 시원하다."
" 이젠 가을인데도 이렇게 덥냐?"
그리곤 냉장고 안을 찬찬히 보더니
" 아니, 니들은 도대체 뭐 먹구 사냐?"
" 밥은 해먹는 거야? "
" 그럼"
" 집에는 별일 없지?"
" 뭐 별일 이랄 게 있겠냐? 우리 부부야, 뭐 가게에서 나는 돈으로 충분히 살아가니까 걱정 없구... 딸자식 하나 있는 거 너나 잘 살면 됐지?"
" 요즘도 니 아버지는 시장 사람들만 만나면 사위자랑에 입이 다 헐었다, 야."
그러실 거야, 마음이 찡하네...
" 이건 뭐야?"
" 응 그건 김치고, 그건 마른반찬 좀 했다. 그리고 이건..."
" 이거 보약 아냐?"
" 그래, 이거 너만 먹어. "
" 왜? "
" 이건 애기 가지는 약이야 ?"
엑!
난 순간 얼굴이 붉어지고 얼굴에서 열이 났다.
" 엄마는...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 구? 그리구 약 먹는 다구 돼는 거야, 때 돼면 다 돼는 거지?"
" 넌 아직 뭘 볼라, 니들은 그럴지 몰라두 어른들은 그런게 아냐, 니 시댁 어른들도 말씀은 안 하셔 두 은근히 걱정 많으실 거야 "
" 걱정은 무슨... 알았어... "
더 길게 얘기 해봤자 말만 길어지겠다 싶어 꼬박꼬박 잘 챙겨 먹겠 다구 하구 냉장고에 넣었다.
" 근데, 화장실에 누가 있냐? 물소리가 나는 것 같은 데..."
" 어, 민혁 이가 샤워하나봐"
" 넌 말버릇이 그게 뭐냐? 민혁 이가..."
" 그냥 그게 편해서..."
" 행여 시댁어른들 듣는데 선 그렇게 부르지 마라, 책잡힌다."
" 알았어"
근데 민혁이 제 아무두 없는 줄 알구 옷 대충 입고 나오는 거 아냐?
가서 알려줘야 겠네...
똑, 똑, 똑.
얼굴을 내밀고 왜 그러냐는 표정.
" 왜? "
" 등 좀 밀어줄까 해서"
" 진짜?"
" 농담 이구, 우리엄마 왔으니까 옷 좀 잘 갖춰 입고 나와라 "
좀 놀라며
" 그래? "
그리곤 문을 닫아주고 돌아서는 데...
" 근데 누나 "
" 왜? "
" 나 옷 안 갔구 나왔는데... 내 방에 가서 옷 좀 갔다 줘..."
" 옷?"
난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어요.
" 글쎄. 생각 좀 해보 구"
그리곤 별 볼일 없다는 듯이 엄마가 계신 주방으로 가 버렸죠?
히히~
가만 엄마를 거실로 모시고 나오는 게 더 스릴이 있으려나?
" 엄마, 이제 나와, 우리 거실 가서 TV보자"
" 아유, 나 두 늙었나봐, 그거 들고 왔다 구 힘드네. 조금만 앉아 있다가 냉장고나 좀 치워주고 가야겠다."
" 냉장고가 어때서. 내가 치울게 걱정 마, 모처럼 딸 내 집에 와서 쉬다가야지 뭔 청소. 그냥 앉았다 가세요? 민혁이랑 같이 저녁 먹 구 가지?"
사실은 아니면서 난 그렇게 물었죠.
" 저녁은? 가게 벌여 놓구 와서 오래 쉴 수가 있냐? 니 아버지 저녁도 차려 드려야 하구 "
" 아버지랑 맨 날 같이 먹는데 하루쯤 혼자서 챙겨 드시라 구 해"
" 그래 두 그게 아니다. 부부는 나이가 들수록 더 정이 드는 법이야. 네 아버지, 말로만 큰소리 뻥뻥 치시지 막상 내가 한시간 만 없어 두 날 찾 구 난리라니까. 니 아버지가 나 없으면 아무것 두 못해요."
민혁이두 그랬음 좋겠다...
그나저나 민혁이 꽤 시간이 지났는데... 기척이 없냐?
제도 가만 보면 고집이 세다니 까.
그러니까 더 오기가 나더라 구요.
그래 모른 척 해버렸죠?
...
...
...
그리곤 엄마는 지금 냉장고 정리에 열중이 시구요.
내가 양보하지!
무슨 옷을 갔다주나?
" 속옷 두 갔다 줘야 하나?"
" 첨 챙겨보네..."
그리곤 간단하게 챙겨서는 욕실 문을 두드렸죠?
그랬더니 인기척이 없어요?
다시 똑! 똑! 똑!
" 야, 민혁아~ "
문에다 대고 작은 소리로 불렀죠.
" 어, 이상하네 "
얘가 물에 불어서 실신했나?
어머! 우리 욕실이 옛날 집이라 좀 많이 추운데,,, 내가 그 생각을 못했네...
순간 미안한 맘이 들어서 욕실 문을 빼꼼히 열었는데 그가 팔을 확 잡아당겨서 그만 욕실 안으로 딸려 들어갔다니까요.
그리곤 그에게 확 안겨 버렸어요.
어휴, 정말 꿈에도 바라던 남사스러운 일이...
그요? 그가 어떤 복장 이었냐면... 그러니까...
다행히(?)... 목용용 큰 타월로 아랫부분은 잘...
아휴 땀삐질~~;
순간 너무 놀래서는...
" 야, 왜 그래? 지금 엄마도 와 계시는데... "
그리곤 얼른 떨어져서는 눈 둘 곳을 몰라 바닥만 보다가 그게 더 웃긴 것 같아, 얼굴을 쳐다봤죠?
그랬더니 장난 끼 가득한 웃음으로
" 어머니 안 계시면..."
이게 느끼하게 왜 이래?
" 누나가 나 감기 들면 책임질 거야?"
" 무, 무슨 책임... 빨리 옷이나 입어?"
그리곤 나가려 구 하는 데...
" 옷은 주고 가야지..."
그래 나는 얼굴은 문 쪽을 향하고 옷만 뒤로 넘겨주고 나오려는 데 이게 또 손을 잡고 안 놔주네...
그걸 억지로 뿌리치고 나왔다니까요.
다행히도 엄마는 설거지 중이라 이 사실을 몰랐죠.
그렇게 민혁인 샤워를 끝내고 나왔고 어머닌 설겆일 끝내고 나와서 같이 차 한잔했다.
그리곤 우리엄마의 장점인 '한 곳에 오래 앉아있지 않고 빠리빠리 하게 움직이기' 덕에 우리 집에 온지 두시간 여 만에 집으로 향하셨다.
덕분에 시간도 딱 좋고...
이제 나가서 근사한 저녁이나 먹어 볼까?
" 누나, 나갈까? "
" 그래, 근데 너 오늘 왜 아까부터 계속 실실 대냐? "
" 어, 아니, 그냥 누나가 아까 좀 웃겨서 "
" 뭐가? "
" 아니 그냥. 누나 진짜 되게 순진해 그지? "
이게 또 무슨 테클모션이야?
" 뭐가?"
" 누나, 진짜루 솔직히 얘기해봐, 여태까지 사귀어본 남자 한 명도 없었지?"
" 무슨 쓸데없는 소리야, 빨리 나가자 배고프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 그런 것 같은데..."
" 저게~ 아니라니까?"
그리곤 얼른 올라왔죠. 옷 갈아입으러.
사실 변변히 사귀어 본 사람이 없죠.
순간 내가 순진하다 못해 바보 같다고 생각 할 까봐 당황했어요.
그리곤 그와 오붓하게 저녁을 먹었죠.
그는 근사한 집을 많이 알고 있어요.
오늘 간 곳은 정통 유럽식 스타일로 하는 집인가 봐요.
그 집의 특선 정식메뉴를 먹었는데...
스프는 그냥 그런데... 그 다음에 나오는 바닷가재요리가 정말 맛있더라 구요.
" 와, 정말 맛있다. 넌 이런 근사한 집은 다 어떻게 아냐? "
" 왜? 또 무슨 소릴 하려 구 그래..."
" 어머, 얘 좀 봐라, 내가 무슨 소릴 해?... 내가 무슨 소릴 할 려구 그러는 데?..."
" 됐어, 그만해 "
그만 할 내가 아니죠?
" 도둑이 제 말 저리다고 너 뭐 꿀리는 거 있는 거 아냐?"
" 근데, 누나 "
" 응? "
" 누나 요즘 이상한 버릇생긴 거 알아?"
" 무슨 버릇?"
" 요즘에 잔소리 비슷한 게 생길려구 하는 것 같은데...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도 잘 하구?"
내가 그랬나...
그럼 반성해야지, 반성! 반성!
그리고 스테이크가 나왔는데 부드럽고 주방장이 특별히 만든 소스도 독특하고...
걸맞게 후식도 처음 보는 열대 과일인 것 같은 데...
어쨌든 근사하게 잘 먹었다.
그리고 나서 그가 야구 보러 가자고 해서 야구를 보러 갔다.
주말에 야간 경기가 있어서 인지 많이 쌀쌀한 것 같은데도 사람들이 제법 있다.
우리는 사람들과 좀 떨어진 뒤편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난 사실 TV로 보는 것말고 야구장은 처음이다.
그래도 난 여느 여자들과는 달리 스포츠를 즐겨 보는 편이다.
특히 야구는 박찬호를 시작해 서재응의 경기까지 다 봤지요.
" 누나, 야구 잘 몰라서 재미없겠다?"
" 아니야, 나두 야구 좋아해"
" 국내 경긴 잘 안 보긴 하지만. 박찬호나 서재응, 최희섭 뭐 그런 사람들 경긴 종종 봤어."
" 우와, 누나 대단하네, 여자들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 그러게, 내가 좀 특이한가봐 "
하긴 학교 다닐 때 친구들도 내가 좀 특이하다고 했었다.
난 드라마는 집중해서 못 보는데 내 친구들은 드라마 보고 울고불고 하는 걸 좋아했다.
그리곤 친구들은 스포츠 같은 건 관심이 없었지?
그러니까 또 민주 생각이 나네...
민주와 통화 안 한 게 참 오래 됐구나...
다들 살기가 바빠서 그런가?
내가 늘 주장하는 결혼을 해도 내가 소중히 했던 사람들은 꼭 챙기기.
그 걸 나 두 잘 실천 못 하 구 있었구나.
또 반성! 반성!
여자들은 결혼하면 보통은 그 동안 자기와 소중함을 나눴던 사람들을 다 배반하고 새로운 소중한 사람들인 남편과 아이들에게 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바로 나를 잃어버리는 지름길이라고 결혼한 친구들의 배신을 경험하면서 뼈저리게 느꼈었는데...
내일은 민주에게 전화해야지...
그리고 저녁 한 번 같이 먹어야겠다...
" 누나, 무슨 생각해?"
" 그냥, 좀 춥다."
그가 한 팔로 날 꼬옥 안아주네요. 히히~
난 이상하게 밤 공기에 적응이 안 된다니 까요.
아! 정말 따뜻하다!
" 누나"
" 응?"
" 사랑이 뭘까? "
"글세... 세상에서 최고의 선택 사항이 아닐까?"
" 세상에서 최고의 선택?"
" 응, 그 어떤 좋은 조건이 다 주어진다 해도 다 뿌리치고 사랑을 선택할거고 또 어떤 역경과 시련이 있다 해도 그게 사랑이라면 그걸 선택할 거니까."
"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다..."
" 사랑이 최고란 얘기네?"
"..."
" 그럼 누나는 사랑 지상주의자야?"
" 사랑지상주의?... 글쎄? 꼭 그렇지 않은데... 잘 모르겠다."
" 너 또 왜 갑자기 분위기 잡 구 그러냐? "
" 왜, 또 누구한테 실연 당했어?"
" ... "
어, 이게 왜 말이 없어?
진짠가?
요즘엔 사귀는 여자가 없는 걸로 알고 있는 데...
진짜 심부름 센터 시켜서 뒷조사 좀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