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싸이월드 시절부터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는 감성글귀를 읽는 걸 좋아했어요.
그게 슬픈 것이든 행복한 것이든,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누군가의 표현을 읽고 공감하는 거 말이에요.
그 중에서 내가 정말 오래 간직하면서 공감하는 글이 하나 있어요.
-
자도 자도 모자란 아침잠처럼 나는 네가 늘 부족했는데 너는 왜 나를 아쉬워하지 않을까.
일부러 네 전화를 안 받고 문자 답장도 늦게 해봤지만 그래봤자 애타는 건 언제나 내 쪽이었어.
참고 참다 한 시간 뒤에 답장을 해도 넌 그냥 평온한 목소리로 많이 바빴냐고 물었으니까.
가장 좋아하는 너와 있으면서도 애정 결핍에 시달리고
내 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너를 불안해하고
너와 사귀면서도 나는 너를 짝사랑하고
널 그렇게나 좋아하면서도 날마다 너와 헤어지는 걸 상상했어.
한 번쯤은 너도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 번쯤은 나도 네 사랑이 넘쳐서 귀찮아 봤으면
이 공허한 마음이 채워졌을까.
-
누가 쓴 글인지 모르겠지만, 어쩜 이렇게 내 마음을 잘 표현해 두었을까.
왜 매일 나만 너를 아쉬워하는 것 같을까요.
나는 벌써 통화를 끊어야 하는 것이 너무 아쉬운데, 너는 이 정도면 됐다 생각하고.
나는 며칠 만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쉬운데, 너는 그저 어쩔 수 없다 말하고.
나는 둘이서만 시간 보낼 수 없는 것이 너무 아쉬운데, 너는 굳이 그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보이고.
나는 네가 오늘 뭘 입었는지, 뭘 먹었는지, 잘 지냈는지 알 수 없어 너무 아쉬운데, 너는 나를 그다지 궁금해 하지 않고.
나는 먼 귀갓길 가는 너와 함께할 수 없어 너무 아쉬운데, 너는 이제 너의 자유시간을 즐기고 싶어하고.
나는 내 귀갓길에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너무 아쉬운데, 너는 그러면 잘 들어가라는 한 마디와 도착했으면 쉬라는 한 마디로 충분하고.
왜 매일 나만 너를 아쉬워할까요.
작년 추석이었던 것 같아요.
둘 다 하루 종일 집에 있던 날, 무려 8시간 동안이나 연락이 없었지요.
내가 답을 하지 않으면 혹시 나를 아쉬워할까 기다리고 기다려 봐도 너는 전혀 아쉬워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자유로워 보였지요.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을 땐 외로움도 없었는데, 네가 좋아지면서 너무너무 외로워지기 시작했어요.
연락이 오지 않으니 외롭고, 혼자 재미있게 보던 영화가 재미없어지고 말이지요.
너를 생각하며 흘러가는 일분일초가 외로워서, 그래서 결심했지요.
‘이 감정이 너무 힘들다. 솔직하게 고백하고 너도, 이 감정도 떠나보내자.’
하지만 감사하게도 우린 사랑에 빠지게 됐어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여전히 외롭네요.
위 글귀처럼, 가장 좋아하는 너와 있으면서도 난 왜 애정결핍에 시달리고, 네 마음이 식은 건 아닐까 불안하고, 너를 짝사랑하는 기분이 들까요.
왜 가장 사랑하는 너를 결국엔 놓아주는 상상을 수도 없이 하게 될까요.
너와 만나면서 외롭지 않았던 시간은 딱 두 순간이에요.
잠시라도 서로에게 집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었던 우리의 첫 2주.
그리고 101日 이별 직후 네가 보는 모든 것, 가는 모든 곳, 하는 모든 일에서 나를 발견하고 나를 그리워하던 2주.
그 2주와 2주의 시간동안 너는 나를 많이 아쉬워했거든요.
나도 네 사랑이 넘쳐서 좀 귀찮아 봤으면 좋겠어요.
함께 있을 때 몸 섞지 못해 안달이 나는 그런 것 말고, 함께 있지 않을 때 어떻게라도 함께 하고 싶어 안달이 나는 그런 거 말이에요.
오가는 길에 무조건 나와 통화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오가는 길에 목소리라도 들으며 아쉬움을 달래는 그런 거 말이에요.
우리가 각자의 길을 가야 했을 때 함께할 수 없음을 얼마나 한탄하고 애석해했는지 잊지 못해서, 지금이 너무 소중하게 여겨지는 그런 거 말이에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해도 너에게는 숨 막히는 한 가지의 ‘의무’가 늘어나는 것일 테지요.
나에게는 ‘이렇게라도 더’라는 아쉬움이, 너에게는 ‘이렇게까지 더’라는 의무가 된다는 사실이 참 슬프네요.
‘너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맨날 나만 너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너는 나한테 궁금한 게 없나봐.’
‘또 내가 먼저 만나자고 말했네.’
아쉬움이 쌓여 결국 입 밖으로 나온 한 마디 말들이 네게는 또 부담이었을 테지요.
내가 너를 조금만 덜 좋아하면 좋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