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이며 지금은 부모님께 독립하여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제 어렸을 적 이야기를 좀 하자면
아빠는 직장에 다니시다가 무슨 이유인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큰 빚을 안고 퇴사하셨고
엄마와 아빠는 아르바이트와 잡일로 빚을 힘들게 갚아가시던 중
아빠의 외도로 집안은 완전히 박살이 났습니다.
그게 제 초등 저학년때의 일 입니다.
그때의 일을 하나하나 명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아파트에서 바퀴벌레가 나오는 산 아래 귀신 나올 거 같은 빌라로 이사간 일
돈이 없어 라면 하나로 엄마와 저, 동생 이렇게 셋이 한끼를 떼웠던 일
빚쟁이들이 집으로 찾아와 엄마가 얘기하러 밖으로 나간 일 등등..
이젠 제 기억속에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빠의 여자친구와 그분의 아들과 저, 이렇게 넷이 어딜 놀러갔던 기억도 있습니다.
대충 적어도 콩가루였던 때 였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유년기를 보냈던 터라
어린 나이에도 하고싶은게 있지만 꾹 참으면서 컸습니다.
학교에서 준비물을 사오라고 해도 이거 얼마지? 얼마 할텐데
엄마가 돈 없는데 어떡하지? 물론 몇백원 안했겠죠
근데 그 어린애의 생각엔 돈돈 거리는 부모님의 모습에 지레 겁부터 먹어있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고등학교 때 부터 집안 사정은 급격히 좋아졌고
빚도 다 갚고 부모님의 사이도 다시 좋아지셨습니다.
덕분에 하고싶은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누가봐도 자랑스러운 자식으로 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저는 직업 특성상 프리렌서로 일하지만
최근 2년동안 아무리 못벌어도 월 500이상 벌었고 많이 버는 달에는 실수령 1000 이상씩 벌기도 합니다.
이정도면 하고싶은거 맘 편히 하고 살아도 될 거 같은데
어린날에 베인 습관이 절 너무 괴롭게 합니다.
지금도 어딜 구경하다가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그자리에서 바로 구입하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최저가를 뒤지고 뒤져 따로 구매합니다
장을 볼때면 100g 당 가격을 10원이라도 더 싼걸 사고
삼겹살이 먹고싶어도 다 같은 고기맛이지 뭐 하면서 뒷다리살을 사서
비슷한 고기맛에 돈을 아꼈다며 위안삼습니다.
부모님에게도 고생하셨으니 이제 좋은 것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명품을 사다드리고 낡은 물건들도 좋은 것으로 바꿔드리고
고급 음식점, 가보지 못했던 좋은 곳들 데려다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뭘 해드리면 일단 짜증과 성질부터 내십니다
이런걸 왜 사냐고 돈이 남아나냐고 더 싼걸로도 할 수 있는데 왜 돈지랄이냐고
부모님 성격이 많이 부정적이고 신경질적이신 편 입니다.
원래부터 그러셨는지 아니면 지난날 힘들게 사시느라 이렇게 된건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 좋은 곳 모시고 가려고 해도
귀찮다 괜히 가서 돈쓴다 아깝다 하십니다.
부모님댁에서 배달음식 시켜먹으면 집안 파토나는 날 입니다.
어제는 부모님 집에 있는 슬리퍼가 낡았길래 새로 사갔습니다 겨우 만원입니다.
하지만 열자마자 또 온갖 신경질을 들었네요
초반에는 자식이 힘들게 번 돈 쓰기 미안해서 그러신 줄 알았으나
이제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지치고 서럽습니다.
어느 자식이 부모님이 궁하게 사는 모습 보고싶을까요
아무것도 안해줘야지 어떻게 살아가시던 본인들이 선택하신거니까
내 탓아니라며 등을 돌려보려 하지만
저는 부모님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더 괴롭습니다.
부모님의 아끼는 습관도 습관이지만 말투때문에 상처를 더 받는 거 같습니다
강남에서 2억대의 투룸 전세에 살고 있는데 (일때문, 대출 조금 받음)
그 사이 전세값도 많이 올랐고
현관에 비밀번호 누르는 것도 있고 엘리베이터도 있고 하는
좀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어서 3억대의 전세를 찾아봤더니
또 노발대발 하십니다. 니 수준 아직 그렇게 살 정도 아니라면서요.
얼마전엔 결혼하라고 하셔서
왜 결혼을 해야하냐고 물었습니다
(참고로 비혼주의 아닙니다.
좋은 사람이 생기면 하고 싶은거고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도 있습니다.)
제가 돈이 없기 때문에 결혼을 해서
집이랑 차가 있어야 한답니다.
그래서 제가,
집이랑 차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면 내가 열심히 벌어서 사면 되지 않느냐 라고 했더니
부 / 아파트 몇십억 하는데 니가 어떻게 사냐
나 / 나 돈 잘 번다
부 / 잘 벌면 뭐하냐 너 몇억 모아놨냐
나 / 몇억을 어떻게 모으냐
부 / 그러니까 결혼을 해라, 누구는 어떤 집안이랑 결혼했고~~@@~₩~
나 / 돈 때문에 몸팔려가듯 하는 결혼 하고 싶지 않다 내가 다 벌어놓고 잘 준비가 된 상태에서 할거다
부 / 철없는 소리한다
매번 이런식의 대화입니다.
제가 정말 철이 없는 소리인걸까요
저는 제 자식이 저처럼 살고 있으면 응원해줄 거 같은데
모아놓은 돈이 없으니 결혼이나 하라니요
너무 서럽고 인연을 끊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공격적이고 돈으로 무시하는 화법도 너무 힘들게 살아오신 탓일까요?
제가 다 이해해야하는 걸까요?
가족들과 행복하고 싶은데 너무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