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자매같이 서로 뭐든 오픈해서 지내고, 한번의 다툼없이 같이 자취해 봤을 정도로 친한 13년 지기 친구가 있습니다.
초중고같이 나왔고 대학은 따로 나왔고, 전 아직 대학생, 친구는 4년 후 졸업하고 바로 괜찮은 곳에 취업했습니다.
또한 저는 3년 넘게 만난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결혼 전제로 만난 건 아니지만 어쩌다 만나다 보니
아무래도 나이도 있고, 요즘 점차 남자친구가 미래 얘기를 자주 하길래
저도 자연스레 결혼, 자녀계획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남자친구 어머니께서 유전성이 강한 정신질환(조울증)을 가지고 계시고
그걸로 인해 두 차례 입원까지 하셨다는 말을 했던 게 기억이 나서
갑자기 걱정부터 들더라고요.
이런 고민하는 자체가 내가 이 사람이랑 결혼은 아니라는 건가?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하는 건가 싶어서
친구는 사회생활 그나마 좀 했고 전 아직 학생이라 혹시 내가 너무 편견으로 가득 찬 건가 싶어 물어봤습니다.
지금부터 대화식으로 쓸게요.
나: 야 나 고민 있는데, 내가 사람이 약은 건지 들어주실?
친구: 뭔데
나: 아니 요번 주말에 (남친)이랑 만났는데, (남친) 어머니 얘기가 나온 거...
근데 어머님이 양극성 장애로 편찮으셔서 입원하셨다고
근데 막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 일어날 때만 촉발된다고 그러더라고.
물론 (남친)은 조울증 없지 근데 유전 가능성이 25%라는 거야,
갑자기 그거 듣고 오만 생각이 다 들면서 신경이 엄청 쓰인다 해야 되나??
막 나중에 아기 갖고 싶거나 그러면
부모가 있는 사람이 자녀에게 물려줄 평생확률이 25%고, 세대를 걸러서 나타나기도 하거든 이런 건
근데 입원까지 하신 거면 많이 아프신 거였으니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임...
나도 막 이런 생각 드는 자체가 좀 내가 덜 된 사람인가 싶고,
이런 걸로 헤어지기는 너무 아닌 거 같아서. 하
나:어떻게 생각함?
친구: 이건 네가 치료가 필요한 거 같은데?
유전성 있는 건 많은데 그렇다고 막 오버해서 스트레스 안 받아도 돼.
우리 엄마도 조울증일 듯. 그럼 너 나랑 친구 안할건아니자늠?
나: 하긴 그건 인정ㅋㅋㅋㅋㅋㅋ너희 어머니 조울증 갑자기 뭐냐고 의사피셜도 아니고ㅋㅋㅋ 어머니한테 너무행
친구: 그리고 이런 생각 드는 자체가 네가 얠 안 좋아하는 거임
나: 하긴 네 말이 맞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 아빠 당뇨에,
할아버지 암에 유전성 강한 건 우리 집도 많긴 해ㅋㅋㅋ
근데 너가 말한 것처럼 나도 이런 생각 드는 자체가 미안하더라고
친구: 내가 봤을 땐 존.나 너무한 거 같음.
네가 이런 생각 드는 거처럼 걔도 너에 대해 이런 생각 들 수 있다고는 생각 안 해보냐?
남자친구 입장에선 개불공평한거지...
나: 맞아 나도 그런 생각 해, 나였어도 내 남친이 나에 대해 이런 생각 하는 거 알면 기분 진짜 나쁠거같아ㅠㅠ
친구: 나는 네가 그런 걸로 사람 판단하기 전에 네 공감 능력 키우는 게 우선일 거 같은데.. 적자생존도 아니고...
나: 맞아 근데 난 남친을 단정 지어서 판단하는 게 아니라 걱정되는 건 사실이니까,
만약에 남친이 이런 게 나중에라도 발병하면 어카나 이런 생각도 들고ㅋㅋㅋㅋ
됐다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한 듯 근데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었거든ㅠ아무래도
어휴 너한테 얘기하길 잘했다
친구: 야 내가 싸가지 없기는 싫은데 니가 지금 하는 말 들리냐...
나: ㄴㄴ 진짜 편들어 주지 말고 말해줘 나도 혼란스러워서 너한테 물어본 거임 (이때까지만 해도 진짜 하도 신경 쓰여서 혼란스러웠음)
친구: 니 남친이랑 애 낳고 미래를 생각하기 전에 네 앞가림이나 잘하고 너 자신이나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셈. 걔가 결혼하고 싶을 때가 너가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2021년인데 그런 문제 없는 집안 찾기는 어렵지. 내가 봤을 땐 너가 너 자신한테 만족을 못 하니까 너 자신을 대면하는 대신 니 남친 별것도 아닌 가족사까지 들먹이며 허점 찾는 거 같은데 난 너가 존.나 걱정된다.. 네 남친 불쌍하고 네 자신을 좀 가꿔...
라고 말하길래 저는 더 이상 이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 다른 이야기로 주제를 넘겼습니다.
제가 자존감이 없고 제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남자친구 가족에 대한 걸로 허점을 찾으려고 하는 걸까요?
한번도 이런적 없던 친구가 이러니 더욱더 속상하고 혼란스럽습니다.
그 이후로 연락할때마다 단답아니면 읽씹인데, 남친한테 털어놓고 친구랑 싸웠다 할 수도 없는 문제라 답답하네요.제가 선을 넘은 걸까요?
추가+)
혹시 제 친구 어머니가 조울증이라 저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나 생각도 해보았는데,
친구랑 13년 알고 지내면서 거의 서로의 집인마냥 드나들었습니다.
그만큼 친구의 어머니도 잘 알고 지냈습니다. 조울증 증상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고요.
친구가 자신의 어머니가 조울증이다 라고 했던 건 항상 어머니와 다툼이 있고 난 뒤 장난삼아 "아 울엄마 조울증임ㅡㅡ" 이런 식이었습니다.
저는 정신질환 가볍게 여기는 거 싫어해서 불편했지만 친구에게 지적하지도, 진지하게 정말 어머니가 양극성 장애를 가지고 계시냐라고 못 물어봤네요.
댓글들 모두 다 읽어보았습니다.
친구와의 상황에서는 제 편을 들어주시는 분이 많지만 그 이외에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집안은 거르라는 의견이 많아서 한편으로는 착잡한 마음입니다.
남자친구와 사이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좋지만,
아무래도 결혼은 현실이다 보니 이런 문제들을 머릿속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거 같았습니다.
근데 제 성격상 한번 생각하면 끝도 없이 생각지옥에 빠져서, 최악의 시나리오만 생각하거든요.
그 생각 와중에 친구에게 조언을 들어보고자 물어보았구요.
원래부터 이런 친구인 걸 알았더라면 예전에 손절했을 텐데, 워낙 상냥하고 저를 먼저 생각해 주던 친구였어서 더 놀랐습니다.
추추가)
하..여기 분들은 써놓으면 써놨다 뭐라하고 지우면 지웠다고 뭐라하시네요.. 몇번째 설명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치대본과고 친구는 졸업해서 바로 좋은 일자리 찾을만큼 능력좋기때문에 자격지심도, 저를 까내리는것도 아닌거 같다 설명하려고 써놨는데 어떤분이 본질을 흐리는거 같다해서 지웠습니다.다른 일하다가 들어와 봤는데 무슨 댓글이 이렇게 많이 달렸나 깜짝 놀랐네요.
댓글 달아주신 거 하나하나 다 읽어보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분들이 친구가 과민 반응 한 거라고 하시는데
그중에 내가 은연중에 친구에게 상처를 주었을 수도 있었다는 댓글이 눈에 띄네요.
본문에서 말했던 것처럼 가끔가다 우리 엄마 조울증인 거 같다는 말을 자주 해 왔었고 댓글에서 어떤 분이 말씀하셨듯 제가 이런 걸 고민이라고 말하는 자체에서 자신을 대입에서 욱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한 번이라도 제게 진지하게 본인 어머니가 조울증인 거 같다고 했으면
이런 고민 이 친구 앞에서는 입 밖에도 안 내뱉었을 거예요
물론 그런 말을 제게 할 의무도 필요도 없지만
친구가 "아 우리 엄마 또 조울증 난리임"라며 장난 식으로라도 말해왔다고
제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건 큰 착각인 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해서 원래 쓰지도 않던 욕까지 써가면서
저한테 자신을 사랑하라 시전했던 건 정말 기분이 별로구요.
아무리 친해도 지겨야 할 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기까지 정말 오래 고민했구요,
저의 문제가 아닌 다른 사람의, 그것도 제 남자친구의 가정사이기 때문에 더욱더 조심스러웠습니다.
"니가 평소에 얼마나 이런 얘기를 자주했으면 이러냐" 라는 분들도 계시는데
너무 억울합니다.
친구도 남자친구 문제에 사회생활 스트레스에 고통스러워해서
제가 더 들어줬으면 들어줬지
남자친구때문에 징징거리는 스타일은 아닐뿐더러
제 고민을 그렇게 쉽게 공유하지도 않습니다.
남자친구에 관한 조언과 댓글도 다 읽어보고 있습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양극성 장애를 앓고 계시는 분들, 다른 정신질환을 가지신 분들
혹시나 이 글이 불편하셨으면 죄송하고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고
늦은 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